사무용 공간서 회사 이미지 반영된
2005-04-15 이수향/김정욱
“어! 저 건물 뭐지?” “특이하게 생겼네.”
최근 완공된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본 사람들의 첫 반응이다. 무리가 아니었다. 현대산업개발의 새둥지인 이 건물은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일률적이고 규칙적인 패턴으로 정리돼 있던 기존 사옥과 달리 자유분방한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사옥은 파격적인 건물 설계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에 의해 설계됐단다. 때문에 얼핏 보면 낙서같은 기하학적 문양들이 빌딩 표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미완성·비대칭·불확실·부정형이란 키워드를 앞세운 건축가의 작품답게 그의 숨결이 요소요소에 숨어있는 셈이다. 표면에 지름 62m짜리 거대한 철골 동그라미와 함께 붓으로 그린 듯한 추상 무늬를 담고 있는 것도 이 건물의 특징이다. 원안에는 빨간색의 사각형 조형물과 수십개의 빨간색 사선들이 독특한 조형미를 표현하고 있다. 건물 왼쪽에는 커다란 알루미늄 막대가 빌딩 귀퉁이를 뚫고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건물설계자인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건축물은 사람에게 기억하게 해 주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곧 ‘삶’으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아이파크타워는 행인들과의 소통을 꾀했다”고 말했다.
동부금융센터 야간에는 거대한 스크린 인상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동부그룹의 사옥 ‘동부금융센터’는 공사기간만 10년이 걸렸다. 동부건설이 지난 92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2002년 2월 완공됐다. 때문에 이 건물은 ‘빌딩 숲’으로 통하는 테헤란로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날렵한 느낌을 준다. 외부가 커튼월로 처리돼 있는 점도 특징이다. 반사되는 자동차 라이트 및 인근 건물의 불빛으로 인해 야간에는 거대한 스크린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건물 구조는 크게 상층부와 하층부로 구분된다. 상층부의 역삼각형 부분은 ‘웅비’, 하층부의 삼각형 부분은 ‘안정’을 뜻한다. 동부그룹측은 “건물 설계의 특징은 그룹의 미래를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사무실 천장에 설치된 냉난방기가 이곳에서는 바닥에 위치한다. ‘플로어 닥트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방법은 위치변경이 용이하고 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동부금융센터를 시공한 동부건설측은 “시공상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지하층을 깊게 판 것”이라면서 “주위빌딩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좁고 깊게 파들어 가는 것이 고난도의 시공이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휴대폰을 사옥으로 표현
서울 중구 을지로2가. 변변한 볼거리 하나 없던 이곳에 요즘 명물이 하나 생겼다. 휴대폰 모양을 한 SK텔레콤의 신사옥 ‘SK T-타워’가 그것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무미건조한 (주)선경의 사옥이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SK텔레콤이 인수, 현재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변신시킴으로써 상당한 광고 효과를 내고 있다. 지하 6층, 지상 33층, 연면적 2만7,000여평의 규모인 SKT타워는 27층을 기점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 회사 제품인 ‘폴더형 휴대전화’의 외형을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이 사옥 덕분에 상당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다. 높이만도 150m에 달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이 건물은특히 건물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건물 외부에 유리패널을 채용했다. 이는 통신 서비스 회사로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고객에 대한 SK의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SKT 관계자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본사 직원들이 SK 서린빌딩과 서울파이낸스센터, SK남산빌딩 등에 흩어져서 근무했다”면서 “SK T-타워로 본사가 통합 운영됨에 따라 경영 효율성과 함께 부서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 철과 유리도 이뤄낸 예술품
서울 테헤란로의 중심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철강회사의 사옥답게 건물은 철과 유리로만 만들어졌다. 처음 준공된 지난 95년에는 준공건축물 부문에서 대한민국 건축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대형 콘서트를 펼칠 만큼 탁트인 로비가 펼쳐져 있다. 건물 한가운데에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엘리베이터가 오르락내리락한다. 그 아래에는 고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뿐만 아니다. 이 건물은 복합 문화빌딩으로도 명성을 얻고 있다. 건물 요소요소에는 포스코 미술관, 포스코센터 홍보관, 아트홀, 스틸 갤러리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골고루 감춰져 있다. 철물만 전시하는 스틸 갤러리도 따로 마련돼 있다. 실제 포스코에는 유리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어마어마한 양의 미술품들이 전시돼 있다. 프랭크 스텔라의 가로 10m짜리 화려한 회화를 비롯, 윤명로·김종학·김원숙 그리고 뉴욕 초현실주의의 대표주자였던 로베르토 마타의 대형 실크스크린도 걸려 있다. 그런가 하면 안팎으로 입체 조형물들이 즐비하다. 쇳덩어리를 만들어 파는 회사답게 주로 철물로 된 조형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