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보다 센 朴의 남자 김무성의 파워
당 장악하고…경쟁자 제거하고…단독 드리블
최경환 원내대표 선출 후 ‘김무성 영향력’ 막강
조해진-박대출 당직 인선 무산 배경에 무대가~
홍준표·정몽준 등 대선 경쟁자 제거 위한 수순 해석
[일요서울ㅣ 박형남 기자] '포스트 박근혜'가 없는 새누리당은 가히 '김무성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조용한 행보’를 취하고 있는 그가 4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진입하면서 당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당이 까칠해지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분위기다. 특히 김 의원이 당직 인선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김 의원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며 오히려 역으로 견제를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김 의원의 파워가 세지면서 여당 의원들도 그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그가 당직 인선에 개입하는 것을 두고 “대권 행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의원의 등장을 불편해 하고 있고, 김 의원도 전면에 나선다면 ‘악재’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당분간 ‘낮은 자세’를 취하면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김무성 시대’는 보이지 않게 계속될 전망이다. ‘여왕보다 센 朴의 남자’ 김 의원의 파워를 해부해봤다.
최근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을 눈여겨보고 있다. 김 의원이 원내에 진입하면서 그가 어디까지 욕심낼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김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면 얼마든지 당대표가 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심’ 논란이 일어날 정도로 당내에서 김무성계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당 장악을 하는데 있어선 큰 무리가 없다. 이는 여권 내 실세임을 증명한 셈”이라며 “한편으론 김 의원이 당직 인선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더 큰 욕심을 내는 것 같다. 그만큼 김 의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문제는 청와대에서 김 의원을 비토한다는 것”이라며 “때문에 김 의원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무성 막후 영향력
PK지역 줄 세우기
실제 지난 5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장에서 김 의원은 극도로 몸을 낮췄다. 자신의 발언 순서가 돌아와도 당직자가 건네는 마이크를 사양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때론 눈을 감거나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서병수 전 사무총장 등이 갖가지 현안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저 듣기만 했다.
사실 그의 정치적 위상은 일찍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증명된 바 있다. 원내대표 경선 전 최 원내대표는 부산 영도를 찾아 김 의원을 만났고, 이주영 의원도 김 의원과 전화통화를 갖고 협조를 구했을 정도로 김 의원에게 너도나도 ‘SOS'를 청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의원과 최 원내대표는 '김심'을 놓고 서로 감정싸움까지 벌였다. 최 원내대표는 당시 “김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지는 않지만, 심정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김 의원에게 여러 차례 확인해봤다. 매우 불쾌해 하면서 엄중항의를 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과는 대선 때 아주 긴밀한 의논을 해가면서, 대선 승리를 같이 이끌었던 사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의원이 원내 진입 후 여권 내 기류가 급격하게 바뀌게 되었다. 특히 청와대에 쓴소리를 못하고 있던 여권 의원들이 할 말은 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스캔들이 원인인 듯 보이지만 김 의원의 존재감 때문이라는게 정치권의 이구동성이다.
청와대 파워의 핵심인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부수석의 행동반경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김 의원이 박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일까. 새누리당에선 이미 김 의원이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PK(부산·경남)지역 의원 줄 세우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원이 주요 당직을 배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최 원내대표가 주요 당직을 배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김 의원에게 거의 재가를 받다시피 하고 있다”며 “이처럼 김 의원의 영향력이 강화된 것은 최 원내대표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의원에게 불과 8표차로 신승함으로 인해 그의 정치적 기반이 생각보다 취약하다고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 원내대표는 재임 기간 친이계 등 중진들이 자신을 흔들 경우 막다른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김 의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당직 인선은 김무성 작품
대권 행보 위한 인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석진 비서실장 임명도 ‘김무성 작품’이라는 말들이 많다. 당의 역학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사라는 게 당내 분위기다. 강 비서실장은 신성범 의원과 지역구 공천에서 2번이나 맞붙은 라이벌로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러한 탈당 전력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신 의원 측에선 ‘다음 총선 때 나를 제거하려는 의도냐’며 매우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신 의원은 PK지역에서 대표적인 정몽준 전 대표 인사인 동시에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가깝다는 이유로 ‘훗날 대선 과정에서 제거해야 할 인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강 비서실장 발탁도 어김없이 김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조해진 의원이 주요 당직 인선에서 배제된 것도 김 의원의 입김에 따른 것이란 얘기가 심상치 않게 나돌고 있다.
실제 최 원내대표는 당선 후 언론에서 ‘친박의 당직 독식’을 문제 삼는 분위기에 부담감을 느껴 원내수석부대표에 윤상현 의원보다는 친이계를 임명하려 했다. 그 대안으로 조 의원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조 의원은 정 전 대표와 가깝고 이재오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김 의원이 막판에 비토를 던졌다고 한다.
박대출 의원이 원내대변인에 임명되지 못한 것 역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이정현 홍보수석과 가까운 인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는 게 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당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최 원내대표를 통해 PK지역 내 의원들 중에서 자신에게 줄을 서지 않을 경우 퇴출시키겠다는 노골적인 본보기 인사라고 해석하는 당내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최 원내대표와 김 의원의 관계가 다소 서먹서먹하다. 서로 자기 정치를 하고 있지만 당내 역학 구도상 최 원내대표는 김 의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최 원내대표가 부산 영도까지 가서 김 의원을 만난 것은 ‘김무성 당대표 불가론’을 말했고, 이를 풀기 위해 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최 원내대표는 김 의원의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최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대해 각을 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당·청 관계 소통을 위해 정무장관 부활 방안을 언급했다. 정치를 회복하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바로잡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그동안 제기됐던 문제에 대해 여당 원내대표가 노골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최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이 김 의원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새누리당 내부의 평이다.
당·청 긴장감 형성 중
박 대통령과 갈등 재현
김 의원의 영향력이 갈수록 막강해지면서 청와대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당·청간의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종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 내에서 김 의원을 견제할 만한 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김 의원은 더 거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당은 김 의원이 컨트롤 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을 도와,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한 김 의원은 이제 서서히 당내 서열 넘버1의 위치에 올라서고 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 제약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 한 관계자는 “대권 도전을 연상케 하는 행보들이 계속 보이고 있어, 박 대통령과 갈등이 재현될 수밖에 없다”며 “당 내에서 김 의원 대항마로 서청원 고문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내막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뭘 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마치 당청이 따로 가는 것 같은 이미지가 많이 풍긴다. 제가 윤활유 역할을 해서 대화 부족에서 오는 여러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부단한 대화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야인으로 떠돌다 재보선을 통해 당내 넘버1으로 서게 됐다. 김 의원이 화려한 컴백을 하면서 제일 신경 쓴 일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 인사들이 그가 언제 전면에 나설지를 더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스기사
10월 재보선 새누리 ‘간판 주자’가 없네~
새누리당에 간판스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박근혜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10월 재보선에 승리로 이끌만한 수장이 없다는 것이다. 당의 얼굴인 황우여 대표는 아직까지 제대로 힘을 한 번 쓰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오더만 잘 수행하는 당대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새누리당 한 인사는 “능력과 지략을 갖춘 지도부가 선거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지도부는 영양가 제로다. 때문에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내 간판스타로서 총선을 이끌었다. 그러다보니 각종 선거때마다 ‘박근혜 구원투수론’이 제기되는 등 그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없는 빈자리가 너무 커 보인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박 대통령이 빠진 공간을 어느 누구도 매울 만한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이에 반해 야권은 문재인 의원이 있을 뿐 아니라 안철수 의원도 10월 재보선에 간판주자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 의원은 4월 재보선에서 당의 요구에 의해 부산 영도 선거를 도왔다. 10월 재보선때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 해체냐, 부활이냐’는 운명에 놓였기 때문이다.
안 의원도 10월 재보선을 통해 신당 창당에 대한 물꼬를 틀 것으로 보여, 재보선 전역을 돌아다니며 선거지원을 할 태세다.
그나마 새누리당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전 의원 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일부에선 김무성 의원, 정몽준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서병수 전 사무총장 등이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야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것 역시 야권 인사에 밀린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간판스타를 하루 빨리 영입하거나 키우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