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00일…재계의 엇갈리는 시선

중소기업 ‘만족’ 경제단체 ‘중립’ 대기업 ‘울상’

2013-06-10     강휘호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난 4일을 기점으로 출범한지 100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민생경제 등 수많은 화두를 남겼고 재계 역시 남양유업 파문, CJ그룹 비리 수사, 금융권 4대 천왕 교체, 방미 경제사절 등 굵직굵직한 사건으로 정신이 없었다. 아울러 어느 정권 때보다 많은 양의 경제 정책이 쏟아진 만큼 기업들의 표정 변화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쉴 새 없이 달려온 박근혜 정부 100일을 재계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시작 분위기는 훈풍 세부정책은 아직
모두 아우르는 공생 체제 확립이 관건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을 맞이하는 중소기업들은 대체로 만족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일 전국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등 50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 해당조사에선 조사대상 중 75%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실제적인 국정운영과 중소기업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점수로 각각 65.1점, 66.2점을 내렸다. 이들 중에는 “중소기업청 기능 확대와 손톱 밑 가시 빼기, 창조경제를 위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은 높게 평가하지만 세부적인 면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제연대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빼앗는 정책들은 상생경영과 관련해 매우 잘하는 일이라고 본다”며 “대기업 쪽에서 반발이 일어나는 것은 단순히 기득권을 빼앗기기 싫어서 보이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또 “조금 더 정확하고 새로운 정책들이 나와 줘야 한다. 그래야 창조경제든 경제민주화든 하는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방향의 실효성을 묻는 항목에서 모두 확실한 긍정적 평가가 50%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었다. 특히 고용률 70%, 중산층 70%라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각각 37.2%, 29.8%에 그쳤다.

이에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분명히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위기는 느껴지지만 아직 정확한 체감은 다가오지 않는다”면서 “과학기술 분야가 중심인 창조경제라는 틀 안에 모든 중소기업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향후 중소기업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현재까지 정부의 움직임은 우리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공정거래법, 하도급제도 개선 등에 대해선 기존 대기업들의 관행을 규제하는 것이 백번 맞지만 우리 역시 향후 정부가 말 그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규제의 칼날 생각보다 날카로워

경제민주화 정책의 기본 기조인 상생과 관련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에선 “상생이 아니라 대기업 죽이기의 일환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또는 “너무 빠른 정책 진전 속도에 힘이 든다. 반 기업 정서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실제 최근 검찰을 비롯한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관세청 등 사정·감독기관들은 기업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과 역외 탈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6월 임시국회에서도 경제민주화에 따른 대기업 규제 관련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있는 기업들은 목이 옥죄이는 형국이다.

또 포스코 라면상무 사건, 남양유업 밀어내기로 불거져 나온 갑의 횡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아들 부정입학,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혐의, 조세피난처 등 재계에 대한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이와 관련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곳이 기업이다. 우리 기업 역시 정부와 발을 맞추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편협한 시각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상생이라는 기본 기조에서 벗어난 대기업 죽이기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중소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정부와 관련된 질문에 기업측 생각을 보탠다는 것이 조심스럽다”면서 “다만 대기업을 향한 규제가 생각보다 날카로워 다들 긴장하는 상태다. 다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기업에 좋지 않게 흘러가 대기업이 억울한 면도 없지는 않다”고 전했다.

사실 앞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감지 된 적이 있었다. 지난 4월 26일 경제5단체가 긴급 회동을 통해 경제민주화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 부회장단은 이날 긴급 회동에서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엄중한 상황임을 고려해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경제민주화의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하려 노력해 왔지만 정치권의 입법이 균형감을 잃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하는 쪽으로 감에 따라 경제계의 우려를 강하게 표명하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대기업과 정부의 줄다리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100일 동안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에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적 약자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경제민주화를 추진하겠다”,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동시에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권익 보호 ▲공정거래 관련법 집행체계의 획기적 개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개정 ▲대기업 경영자의 불법행위와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 엄격 대처 ▲기업지배구조개선 개선 ▲금산분리 강화 등 세부정책을 제시했다. 창조경제 관련 세부정책으로는 ▲벤처 및 창업 생태계 선순환 방안 제시 ▲중소-중견기업 수출지원 확대 ▲국민행복 기술 개발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스펙 초월 채용 시스템 등이 있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지원과 규제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특히 정책의 대부분이 기업들과 직접 맞닿아 있는 부분이 컸던 만큼 재계의 움직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