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차기 사장은 누구?…“더 이상 낙하산은 없다”

2013-06-10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달 23일 건강상의 이유로 전격 사의를 표하면서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신임 사장 후보를 두고 대우건설 노동조합과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부 인사가 사실상 내정된 상태인 것처럼 알려져 신임 사장을 둘러싼 신경전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업계에서 후임 사장 후보로 내부인사인 박영식(기획·영업부문장·사진 오른쪽)과 조응수(플랜트 부문장·사진 왼쪽) 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사실상 낙하산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우건설 측 역시 이번만큼은 "낙하산은 없다"며 서 사장 후임에 대해 큰 목소리를 냈다. 이는 낙하산 인사보다 내부 인사의 등용이 대우건설의 앞날에도 좋은 영향이 미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내부인사 박영식·조응수 부사장 2파전 갈 가능성 높아
사장 선임 열쇠는 산은이 쥐고 있어 섣부른 판단 일러

대우건설 차기 신임 사장의 자리를 두고 노조 측과 산은이 갑론을박이다. 노조 측은 전통적으로 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이 최고 경영자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산은은 회사의 조기 안정과 주주 이익 극대화에 도움만 된다면 누가 오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산은이 이미 후임 선임자를 내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어 양측의 신경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대우건설 후임 사장으로 한 중견건설기업 대표로 재직 중인 A씨를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정된 A씨는 수년전 대우건설을 떠난 인물로, 산업은행 고위직과의 인연을 매개로 복귀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산은이 대주주의 요구사항을 대신 이행할 수 있는 후임 사장을 미리 내정해 놓고, ‘공모’라는 형식만 취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는 앞서 산은이 사장 인선을 위해 오는 20일 사추위를 열고 후임자를 내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외부 낙하산 인사 선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산은에 공정하고 투명한 사장 공모를 촉구하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박성일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학연, 지연 등의 배경으로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몇몇 OB들의 움직임 얘기가 들려 개탄스럽다”며 “이들이 만약 대표로 선임될 경우 회사의 도덕성과 경영비전을 제대로 제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공모 절차를 지켜보겠지만 소문이 사실일 경우 낙선운동 등 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신경전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우건설 임원 비리 의혹들이 산은에서 고의적으로 대우건설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몰이를 유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제기했다.

대우건설 직원 A씨는 “윤중천씨와 서 전 사장은 일면식도 없으며 그림 로비를 받았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회사 차원에서 해명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부정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걸 봐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통해 회사 개혁을 유도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은행 사모펀드본부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를 떨어뜨리거나, 조직을 흔들어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대주주가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한다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차기 후보자 이름 거론

이처럼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차기 사장 후보의 이름들이 업계에 거론되기 시작했다. 일단 내부인사로는 박영식 부사장과 조응수 부사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문과 출신(서울대 독문과)의 박 부사장은 대우건설 인수합병 당시 경영기획실장을 맡았던 인물로 대표적인 대우건설맨으로 분류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된 뒤에는 동일토건, 동아건설로 자리를 옮겨 사장을 지내면서 경영자 수업을 미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무직 출신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건설업체 특성상 사장 자리는 기획 같은 사무관리직보다는 토목·건축 등 엔지니어 출신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공계 출신(서울대 전기공학과)인 조 부사장은 대우건설에서만 37년째 근무하고 있다. 대우 건설 해외사업담당 임원, 해외사업본부장(전무)을 거쳐 부사장에 올랐다. 엔지니어 출신에다 대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카리스마가 약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반면 현재까지 유력한 외부 인사는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사장 선임의 열쇠를 산은이 쥐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사추위 관계자는 “대우건설 사외이사 4명과 산은 임직원 2명 등 총 6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돼 공개모집 방식으로 11일까지 지원자를 받은 후 이들 중 대상자를 이사회에 추천해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라며 “부사장, 전무 등 본부장급에서 신청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10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PEF(사모펀드)를 조성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확보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