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하면 나야 더 좋지 세일도 해주거든”
2005-09-12 김성부 객원
‘에이즈 괴담?’유흥가에 퍼져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는 수도권의 대학생 3.9%가 임균 등 성병에 감염됐다는 연구발표를 통해 주로 바위생적인 성행위로 감염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성병이 최근들어 20대의 젊은 남녀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준 바 있다. 그만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집창촌 단속에 대해 깊게 생각 하고 있지 않는것 같아 문제가 심각하다. 아직 성매매 특별 단속 기간(2005년 7월4일~10월11일)이 아직 한달여 남은 가운데 지난 9일 새벽 2시경에 찾은 서울 청량리의 집창촌은 단속과는 상관없이 호객행위가 활발했다. 물론 예전처럼 많은 업소들이 문을 연 것은 아니고 군데군데 일부 업소들은 문을 닫아 ‘성매매특별법’ 이후 집창촌의 모습이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근처를 배회하던 40대후반의 남성은 30여분이 지나서도 집창촌 여성과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한참을 얘기하던 이 남자는 이내 발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갔다. 기자는 이 남자를 따라가 여러번 인터뷰를 시도한 끝에 몇마디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40대후반의 남성은 이곳을 빈번히 찾아 온다고 했다. ‘성매매특별법’ 이후에도 자주 오느냐는 질문엔 “흥정이 더 잘되니 그거 좋은 법이야”라며 큰소리로 웃는다.
손님이 없을땐 세일도 한다?
무슨 흥정이냐 물어보는 기자에게 “예전에는 5만원에도 해줬는데 오늘은 팅기네. 나 원참. 그때는 손님이 별로 없었거든. 손님이 없을 땐 세일도 했어. 하지만 요즘은 장사가 조금 되나보지?” 단속이 무섭지 않느냐는 말엔 “그까짓거 한번 살지 뭐. 인생 그렇고 그런게 아니겠어. 야 너도 하고싶지 않아? 넌 어떻게 해결 해. XX, 그리고 윗 대가리들은 몰래 더 더러운 짓거리 하고 다니면서 서민들은 없는 돈에 이곳에 오면 집어 처 넣고. 하여튼 X같은 세상이야”라며 흥분한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문득 지난해 집창촌 여성들이 ‘우리는 성 노동자,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던 모습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2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성매매 여성인 연수(가명·25)씨는“언제는 우리를 가리켜 ‘피해여성’ 운운하더니 이젠 완전히 범죄자로 취급해”라며 더욱 기구해진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또 여성운동가 원혜미씨가 탈 성매매의 성적표는 ‘성매매를 근절했느냐’보다 ‘성매매 여성의 인권이 보장 되느냐’에 더 높은 비중을 둬야 한다고 한 주장도 이 40대 남성의 말을 들으며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성과 얘기를 하는 도중 순찰차 한대가 골목 안으로 진입을 하고 있다. 형식적인 순찰인 듯 골목에는 아무런 동요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순찰차는 그대로 골목 밖으로 빠져나간다. 지금이 분명 성매매 100일단속중임에도 불구하고 근처에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던 50대의 한 아주머니는 순찰차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기자에게 다가와 “젊고 예쁜 아가씨 있는데 4만원에 해줄게”하고 말한다. 계속되는 호객행위로 짜증이 나기 시작할 무렵 이번에는 고급 외제 승용차가 번호판도 없이 버젓이 골목을 휘젓고 다닌다. 도대체 저런 차가 어떻게 다니는지 궁금했지만 달리 알 수가 없었다.
새벽 3시가 지날 무렵 한 무리의 대학생으로 보이는 듯한 청년들이 골목을 돌아 다니며 마음에 드는 성매매 여성들을 찾는다. 한참 뒤 마음에 드는 업소에 들어가 흥정하더니 바로 방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1시간 남짓, 한 청년이 먼저 나와 유리창으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업소여성들과 같이 앉아 같이 들어간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솔직히 무슨 배짱으로 집창촌에 저렇게 천연덕 스럽게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인지 단속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업소에서 나오는 그들에게 다가가 지금이 단속기간인지 아느냐고 묻자 그들은 “그래요? 몰랐는데요. 요즘은 단속을 잘 안한다고 하던데……”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들은 술 한잔 마시고 친구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온것인데 “저희도 단속 걱정을 했지만 업소에서 100% 안걸린다며 걸리면 모든 것을 자신들이 책임 지겠다”고 했다며 그리 신경을 쓰는것 같지는 않았다.
단속요? 잘 모르겠는데요
그들은 기회가 되면 다시 놀러올거라며 “이곳에 성매매 여성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예쁜 여성만 모아 놓은곳 같다”며 이런곳이 없어지면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서로들 깔깔댄다. 하지만 최근 한 집창촌 여성이 성매매특별법 이후 에이즈를 퍼뜨린다는 ‘에이즈괴담’이 강남 유흥가 주변을 맴돌고 있고 에이즈에 감염된 혈액이 주사재로 만들어져 유통됐다는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의 지적이 제기되면서 성관계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되고있다. 지난 2002년 전남 여수에서는 유흥업에 종사하는 한 여성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많은 남성들과 성접촉을 해 ‘에이즈 소동’이 일어나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