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흡수된 선진통일당 ‘최후 결단’ 나도는 까닭
선진당 출신 홀대 심해 안철수와 손 잡겠다!
당협위원장 선거 선진당 ‘배제’…새누리당 불협화음
“이인제가 당을 새누리당에 바쳤다” 비토론 확산
소외된 인사들 ‘안철수 접촉’…L 전 의원 ‘철수맨’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버리고 안철수로 간다.’
선진통일당(이하 선진당)과 새누리당이 지난해 10월30일 합당했다. 선진당과 합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충청권 표심을 장악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선진당 출신 일부 인사들은 합당 이후‘이인제 의원이 선진당을 새누리당에 바쳤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4월 재보선에 철저히 배제되면서 선진당 인사들이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 당직자들은 아직도 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순번을 기다리는 중이다. 선진당 대표였던 이인제 의원 측도 이러한 불만을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력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안철수’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충정도 기반이 없는 안철수 의원으로서는 내심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진당 세력을 영입한다면 호남을 넘어 충청권까지 넘볼 수 있는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선진통일당(이하 선진당)에서 온 사람들은 허수아비가 된 것 같다. 선진당 사람들을 대선 때 일회성으로 써먹고 마는 식이 된 것이다. 이러다간 큰 코 다친다.”
기다려라는 새누리당
참을 수 없는 선진당
선진당 출신으로 합당 과정을 통해 새누리당 당직자가 된 한 관계자는 ‘선진당 출신 홀대론’을 제기하며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인사 역시 선진당 핵심인사이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선진당은 합당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정당이었다. 그러나 합당을 하면서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잃어버린건 많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선진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은 적절한 시기에 추진될 것이다. 지난해 새누리당과 선진당의 합당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이 가시화되지 않은 것을 궁금해 하는 당원들이 있다”는 박성효 의원의 말처럼 합의 사항을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당 출신 일부 시의원 사이에서 제기된 ‘선진당 출신 홀대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당협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이러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선진당 출신 한 관계자는 “자기들끼리 당협위원장을 뽑으니 바뀔 수가 없다. 아주 크게 잘못됐다. 이제는 더 이상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진당 기반이었던 대전 당협위원장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대전 동구 이장우, 중구 김동근, 서구 갑 이영규, 서구 을 최연혜, 유성구 진동규, 대덕구 박성효 위원장 등이 재선임 됐다. 선진당 출신 인사들은 단 한명도 없다.
당협위원장 선거에서 선진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배제되자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선진당과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이들의 행보가 걱정이다. 새누리당과 선진당 편대가 제대로 유지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 대 당 통합 과정에서 중앙당 당직자 인사들의 경우 대거 흡수가 됐지만 충청권 등의 당직자들은 흡수되지 못했다. 충청권 조직은 와해되거나 향후를 도모하고 있는 상황. 일부 새누리당 당직자들은 ‘올드보이’들을 어떻게 받을 수 있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통합을 주도했던 이인제 의원 측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선진당 출신 홀대론에 대해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한 것.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고만 말하고 있다.
이인제 비토론 가중
지분 없고 목소리 못내
이처럼 선진당 출신 홀대론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선진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인제 의원이 당을 새누리당에 바쳤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당에 몸을 오랫동안 담았던 핵심관계자는 “통합하는 과정에서 빅딜이라는 것이 있다. 충청권의 대표 정당이면 이 의원이 당 대 당 통합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얻어내야 했다. 그러나 4월 재보선에서 선진당 몫을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며 “이 의원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조그마한 욕심을 부린 탓에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선진당 조직은 와해됐고,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새누리당 당원이지만 안철수 측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들도 “내부적으로 시의원 정도 급 인사들이 합류했다”고 답했다.
사실 선진당 출신 인사들은 4월 재보선 공천 과정을 보면서 ‘선진당 출신 홀대론’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충남 부여·청양 재보선에서 빅딜이 있었다면 이진삼 전 의원을 공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완구 전 지사가 공천을 받으며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뿐 아니라 선진당 출신 인사들은 당내에서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저 이용만 당하고 있을 뿐이다. 선진당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 의원이 당을 새누리당에 바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박근혜 정부가 인사 참사로 인해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진당 출신 인사들을 챙기는 것은 아직 무리가 있다”며 “좀 더 기다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선진당 출신 안철수 접촉
“CS산악회처럼” 각자도생
그래서일까. 선진당 출신 인사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 상황에서 새누리당만 믿고 있다가는 또다시 ‘뒷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선진당 출신 한 관계자는 “이미 L 전 의원은 안철수 측과 교감을 하고 있다”며 “충청권 지역 시도의원은 물론 일부 조직들은 안 의원 측에 눈을 돌릴 것이다. 과거 안철수 지지 세력이었던 CS산악회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으로 뿔뿔이 흩어졌듯이 선진당 지지 세력들도 여권과 안철수 신당으로 나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 측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세력이 안철수 신당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 안 의원과 연관된 각종 관련 단체에 접촉해 오는 선진당 출신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의 관계자는 “대전지역의 몇몇 전직 국회의원들이 안 의원 측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으로 안다. 정당공천제 폐지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소속 인사들 중 내년 공천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적은 일부 정치인들도 안 의원 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그 이면에는 선진당에 대한 충청권 상실감은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인 셈이다. 특히 충청권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관심도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달 13일부터 3일간 조사해 1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대전·세종·충청 지역에서 응답자 30%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했고, 그 뒤는 새누리당(29%), 민주당(15%) 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급한 당 대 당 합당에 따른 갈등이 표출되면서 선진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에 합류, 충청권에 또 다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대선 때 충청권이 캐스팅 보드 역할을 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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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 국회 초청 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10월 재보선에 맞춰 안철수 캠프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뭉쳤다. 안 의원 측은 대선 캠프에서 자원 봉사를 했던 이들에게 최근 이메일을 전송했다. 31일 국회의원회관 구내식당에서 안 의원과 함께 점심을 먹자는 내용이었다.
이메일은 자원봉사자들 전원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당초 국회 큰 식당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90여명의 인사만 참석해 작은 식당으로 변경했다.
안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치권에 왜 아무도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을까"라며 "힘든 상황이라는 현실인식도 중요하지만, 희망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과 관련, "연구소에서 우리가 가진 문제점, 해결방안에 대해 지혜도 모으겠지만,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합치는 계기들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캠프)해단식 때 헤어짐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한 것 기억나실 것"이라며 "많은 분이 믿고 지켜봐 주시고 도와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행사를 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의원 측은 표면적으론 “안부를 묻는 자리”라고 말하지만 ‘10월 재보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운동원 사전모임 성격이 강하다. 안 의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측근들이 출마해도 도와주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이라며 “뜬금없이 도와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을 대거 초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보선이 4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세과시를 위한 성격도 강하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