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vs 철거민연합회 ‘서울역 공사’ 공방
제2의 용산참사 될까
대림산업(대표 김윤)이 시공 중인 서울역 통로 공사와 관련해 해당 공사 부지 상인에게 부도덕한 위력 행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철거민연합회 동자동 철거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역 1·4호선과 공항철도를 지하통로로 잇는 공익사업으로 인해 상인들이 생계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는데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막무가내로 우릴 내쫓으려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오히려 해당 상인들이 법을 어기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이들의 대립이 제 2의 용산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을 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양측의 대립 상황과 갈등원인, 당사자들이 용산참사 때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간판도 떼버리고 페인트칠 공격까지
생계 잃을 위기에도 대처 방안 없어
현재 서울역 부근 상가를 떠나지 않고 있는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은 생계를 이을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을 받기 전까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자세다. 법적 제재가 가해진다면 또 다시 용산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라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더욱이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철도시설공단을 비롯한 시공사 대림산업의 부조리도 모두 규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일어났던 이른 바 용산참사 또한 2009년 1월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건물 옥상 위에선 자신들의 생계권리를 주장, 점거농성을 벌이던 상가 세입자와 전철연 회원들 그리고 경찰·용역 직원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재까지 겹쳐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등 수많은 사상자가 만들어진 바 있다.
해당 사건 역시 철거민 보상비 갈등이 사건의 시발점이었다. 당시 용산재개발을 맡았던 재개발조합측은 법적으로 규정된 보상비만 지급한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이에 일부 세입자가 “법적 테두리 안의 보상비로는 생계와 주거를 이어갈 수 없다. 충분한 권리금을 보상하라”고 주장하며 부딪쳤다.
전철연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전철연의 요구는 단호하다. 전철연은 “공익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철거와 동시에 생계를 잃을 수 있으니 대체 상가를 마련해주거나 권리금을 인정해 가게를 얻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강철 전철연 동자동 철거대책위원장은 “공익사업이 좋다고 하지만 없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나 역시 32년을 지켜온 가게를 한 순간에 잃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치는 이유에 대해선 “시설보상비만 가지고는 절대 다른 가게를 구할 수 없어 권리금을 인정받아야 한다. 현 상가에서 시설보상비만 받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디를 가도 권리금이 있어야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며 “대체 상가를 준비해 주던지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을 향해선 “대림산업이 가게를 내놓으라며 옆 상가의 간판을 떼어내고 막무가내로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현재는 경찰에 집회신고를 접수한 상태로 대림산업의 압력이 심해지면 집회방해 고소를 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위법 행위가 1002건이 넘는 부도덕한 기업인 대림산업은 여전히 갑의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며 “힘없는 사람은 방법이 없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명도소송선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관해선 “명도소송선고 이후에는 본격적인 연대투쟁의 시작을 알릴 것”이라며 “전철연과 학생연대 등이 모여 끝까지 저항을 굽히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림산업 “오히려 그들이 불법”
반면 대림산업은 “오히려 전철연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에 나섰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 전철연의 시위에 대해 “해당 상가에서 버티고 있는 상인들은 임대료 등을 전혀 내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며 “법을 어겨가며 무작정 버티기식으로 한다고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더불어 “자신의 건물도 아니고 임대료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보상비 등을 받고도 왜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다. 배째라 식으로 버티는 것은 문제”라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해당 상인이 건설사에 다른 무엇을 바라고 상황을 크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현재 상황에 대해선 “명도소송선고 이후 철도시설관리공단에서 행정대집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요즘처럼 민원이 무서운 시기에 사측 마음대로 물리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적법절차를 거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모든 절차는 법에 의해, 법적으로 처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이 압력을 가했다는 전철연의 주장에 대해선 “철도시설공단의 건물이기 때문에 시공 협조를 부탁한다는 정도의 대화를 건넨 수준이지 절대 압력을 가한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전철연이 ‘선대책 후철거’를 외치며 강성의 투쟁을 전개할 것을 끊임없이 외치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에선 “잘못된 개발악법을 앞세워 개발지구 서민들을 궁지로 내모는 거대건설자본과 정부기관의 반성이 촉구된다”는 성토가 일었다.
이들은 대형건설사가 정부기관의 공익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