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 지금부터 뛴다
2005-02-17 이인철
고건, 현정치권과의 연대 주목
현재 많은 언론들이 그를 접촉하고 있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개인사무실에서 소일하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고 전총리는 지난해 말 자신의 호를 우민으로 지으며 주변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다산연구소 회원에게 발송된 e-메일을 통해 현실 정치권을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또 올해 들어 주변인사들과의 만남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엔 국무총리시절 일했던 고위공직자들과, 서울시장 당시 함께 했던 공무원들을 만났다는 후문이다. 게다가 팬클럽인 ‘우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우사모)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지난해 6월 작고한 선친 고형곤(전 전북대 총장) 박사의 호를 딴 ‘청송장학회’를 고향 전북 군산에 설립해 큰 관심을 모았다. 사실상 고 전총리의 최근행보는 서서히 대권을 향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또 약점으로 지목될 수 있는 빠른 시대의 변화를 잡기 위해 젊은층과의 거리좁히기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은 고 전총리가 어떤 세력과 연대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 전총리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기보다 기존 정치권과의 연대를 통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신중한 고 전총리 스타일로 비춰볼 때 갑작스럽게 정치권에 뛰어들기 보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가미하며 국민적 분위기를 환기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들의 영입경쟁도 보다 치열해져 그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도 최대 관심사로 등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여권 3인방 국민인지도 높이기
중국방문, 대통령 특사자격의 다보스 포럼 참석, 자이툰 부대 방문 등 굵직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올 한해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성사에 전력투구할 전망이다. 북핵문제로 꼬인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고 정상회담까지 이끌어 내 정치인 장관으로서 성공신화를 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남북문제 해결은 당내 입지뿐만 아니라 고 전총리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비해 저조한 국민적 지지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카드는 정 장관이 대권수업을 가장 확실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문제는 정 장관에게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최근 북측이 핵보유를 선언하며 6자회담을 사실상 거부해 그 동안 낙관론만을 펴왔다는 야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핵문제 해법과 정상회담성사여부는 정 장관의 차기행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몸을 더욱 낮추며 최근 포용과 화해,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복지부장관으로서 현장 시찰을 강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엔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병 환자들과의 만남을 가졌고, 청량리와 탑골공원의 무료급식소를 찾아 배식을 돕기도 했다.
현장시찰을 통해 복지부의 장관직을 충실히 수행하며 전문성을 키우고 자신의 약점인 대중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최근 수감중인 고문경관 이근안씨를 면회한 사실이다. 여주 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상락 전의원과, 임익근 전 도봉구청장, 백범 김구의 손자 김진 전 주택공사 사장을 면회한 뒤 고민 끝에 이씨를 면회했다는 후문이다. 과거사 처리문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 장관이 자신을 고문했던 이씨를 면회해 포용과 화해의 메시지를 건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총리임명으로 일약 대권후보군 반열에 오른 이해찬 국무총리는 국정운영의 원칙을 강조하며 자신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한나라 3인방, 당내 경쟁 치열
한나라당 3인방은 치열한 당내 주도권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표는 무엇보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중이다. 정수장학회, 한일협정 문서 공개, 광화문 현판 교체, 과거사 문제 등 아버지 박 전대통령과 관련된 굵직한 사안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어 박 대표는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아버지의 후광이 짐으로 다가온 셈이다. 이 때문에 홀로서기를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당명개정 등 당 쇄신작업과 관련한 당내 잡음은 대표 사퇴론으로까지 불거져 지도력에 상처를 입었다. 대중적 선호도는 높지만 관건은 당안팎의 거센 도전을 어떻게 물리치느냐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지지도 급상승을 보여 고무된 표정이다.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운동을 주도하며 당내 입지를 다진 이 시장은 내심 오는 9월경 완공되는 청계천복원을 통해 지지도 1위에 등극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원군확보를 위해 원내인사들과의 접촉도 늘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실 보좌관을 영입하는 등 정무팀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그의 한 측근은 “서울시장직을 잘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말로 이 시장의 대권에 대한 꿈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국민 지지도는 낮지만 자질론에서 앞선다는 점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외국기업의 투자유치, 남북교류협력단지 조성 등 경기도 CEO 전략을 통해 성공한 도지사를 발판삼아 대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충남·경기도가 맺은 상생발전협약은 충청권을 껴안기 위한 사전포석이자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손 지사는 또 정치현안과 당내 문제에 대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강연과 연설을 통해 현정부를 비판하는가 하면 당의 보수성을 공격하며 내부의 개혁을 촉구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