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窓을 열며] 자연과 차와 사람의 만남

2013-05-30     장미향 시인

자연과 차와 사람의 만남

석정 / 장 미 향

북천은 여전히 말없이 흐르고
해질 무렵 자신을 되돌아보려는 듯
뜨락 아래로 내려오는 상산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북적대는 시가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만면에
환한 희색이 도는 걸 보면

물 끓는 소리
물 따르는 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
사람의 소리
그 소리가 그리웠나 보다

인고의 세월동안
기품을 지켜 온 그 곳
은은한 달빛아래
구수한 차향이 퍼지고

겸손한 차인의 정성으로
곱게 우려낸 찻잔에
고운 맘 살짝 띄워 놓으니
달님도 살포시 내려앉아
정겨운 이야기꽃 피워가며
찻물에 젖어드는 자연과 사람


(2013년 달빛차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