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골뱅이 하나 추가요~”하면 여자애 하나 또 작살!

2006-01-25     김성부 객원 
요즘 강남과 강북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시체부킹’이란 말이 유행이다. ‘시체부킹’이란 술에 만취해 아예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여성들과의 즉석만남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일명 논다하는 선수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행처럼 자리잡았다는 것이 업소관계자들의 얘기다. 증거없는 강간, 위험한 시체부킹의 실태를 알아봤다.지난 17일 저녁 11시 30분경. 서울의 중심가인 종로 한복판에서는 기이한 장면이 목격됐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의식을 잃은 듯한 모습으로 남성의 등에 업혀 인근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머리는 헝클어진 채 간신히 남자의 등에 업혀 있는 모습은 누가 보나 술에 만취한 상태였다.그러나 길거리에서 업소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던 웨이터 최영석(27·남)씨는 정작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체부킹이란 말 못들어보셨어요? 술에 만취된 여성들을 골라 시체부킹을 하기 위해 나이트클럽을 찾는 남성들도 상당수예요.”최씨에 따르면 일명 ‘시체부킹’은 필름이 끊긴 상태의 여성들을 상대로 이뤄지는데, 그런 여성들과의 대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에 최후 목적지는 ‘모텔’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말그대로 잠자리가 목적이에요. 여자가 취했는데 업고 무조건 모텔에 들어가는 거죠. 여자가 의식이 없으니 모든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돼요. 모텔까지 데려가느라 실랑이 할 필요도 없고, 꼬시느라 시간과 노력을 쏟을 필요도 없고…잠자리를 작정하고 온 남성들에게 시체부킹은 딱이죠.

엔조이용 시체부킹 유행
‘엔조이’를 목적으로 한 남성에게는 대화를 하고 술을 마시면서 호감을 사야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으니 더없이 좋다는 얘기였다. “어떤 손님들은 담당 웨이터들에게 일부러 ‘시체부킹’을 해달라며 팁을 찔러주기도 해요. 적당한 여성을 인계받은 남성들은‘한 건 했다’며 입이 귀에 걸리죠.”기자는 취재도중 또 다른 웨이터 한혁진(26·남)씨에게서 시체부킹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일부 남성들 사이에서는 본래 목적인‘엔조이’외에도 금품 갈취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잠자리로만 끝나면 다행이게요? 여성들이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지갑은 물론 귀금속까지 싹 털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요. 또 여성이 중간에 술이 깨서 반항이라도 하면 폭력도 이뤄지죠. 그러나 당한 여성으로서는 어디에 신고하기도 애매한 상황인거죠. 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술취한 상태에서 강간 당하고 돈까지 뺏겼다는 신고를 할 여자가 과연 있겠어요? 그걸 노리고 시체부킹을 하는 남자들도 있습니다. 증거가 없으니 배째라는 식이에요.”인사불성이 되어 부킹으로 만난 남성의 등에 업혀가는 여성들을 하룻밤에도 수명씩 목격하고 있다는 웨이터들은 “본인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는 수밖에 없어요. 웨이터들은 지켜보기만 할뿐 정작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일단 의식이 없는 상태로 업혀나가면 그 후의 상황은 뻔한 거예요. 고스란히 집에 모셔다줄 남자가 몇이나 될까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어쩔 수가 없어요. 그냥 우리끼리‘저 여자는 걸렸구나’‘얼마나 마셨길래 저 지경이 될까’라고 수군거릴 뿐이죠. 특히 전문 선수에게 업혀가는 여성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도 있죠. 그러나 엄연히 손님들간에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가 중간에 개입할 수 없는 문제예요”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클럽가 전전하는 골뱅이 헌터들
나이트클럽의 이른바 ‘시체부킹’은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18일 취재팀은 ‘시체부킹’의 실상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강남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다.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클럽 안은 사람들로 빈 테이블 하나 없이 가득했다. 웨이터들은 술에 취한 여성들의 손목을 붙잡고 테이블 곳곳을 전전하며 남성들과 부킹을 시켜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새벽 두시가 지나자 남성과 여성들의 동작들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한다. 무대에서 쓰러질 듯 아슬아슬하게 춤을 추던 만취여성들이 하나둘씩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남성들의 테이블로 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취재팀은 그중 한 여성을 지켜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 여성은 남성들이 술을 권하는대로 받아 마신다. 30여분이 지났을까. 여성은 완전히 취한 모습이다. 급기야 여성이 테이블에 축 늘어지자 한 남성이 기다렸다는 듯 여성을 부축하고 나간다. 우린 웨이터를 불러 그 여성이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다. 웨이터는‘사생활’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긴다.“술에 취해 이리저리 테이블을 옮겨 다니는 여성을 골뱅이라고 불러요. 예전에 코미디에 나온 것 아시잖아요.‘여기 골뱅이 하나 추가~’이거요. 소위 술에 만취된 여성을 골라 주는 것이‘시체부킹’이에요.”소위 ‘시체’들만 골라 찾는 손님들이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가끔 룸안에서 일을 치르는 손님들도 있어요. 정말 선수들이죠. 대부분 여기 단골로 오는 손님들이에요. 여성들과 시체부킹도 전문이구요. 한두번 본게 아니에요” 웨이터는 자세히 표현은 안하면서도 뭔가 안다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기자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웨이터는 마지못해 입을 뗀다. “솔직히 술취한 여성들만을 노리는 남성 단골 손님들이 있다는 말이에요. 그들은 우리들에게 항상 후한 팁을 주죠. 단골이기 때문에 거절하기도 어려워요. 또 클럽에서 취하는 여성이 어디 한 둘인가요? 부킹 안한다고 콧대높이고 빼는 여자 달래서 연결시켜주느니, 인사불성으로 순순히 따라오는 여성이 저희로서도 더 쉽고요. 여성들이 상당히 취한 상태기 때문에 남성들의‘작업시간’은 길어야 삼십분을 넘지 않아요. 대개 남성들은 취한 여성을 데려다 주는 척 부축하고 나가면서 인근 모텔로 직행해요. 그 다음은 뻔한거 아닌가요? 일(?)을 마치고는 유유히 사라집니다. 여성들은 대부분 남성의 얼굴도 기억 못해요. 이름은커녕 신상에 대해서도 모를 수밖에 없죠.”웨이터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 선수들은 시체부킹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한다. 올 때마다 술취한 여성들을 번갈아 데리고 나갔다가 몇시간 후 다시 클럽에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선수들은 한탕만 하고 빠지는 사람들은 아니에요. 아주 습관적이죠. 가끔 일을 당한 여성들이 클럽에 다시 오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아이러니한 부분이에요. 정말 기억을 못하는 건지, 알면서도 즐기는 건지…

단속불가, 룸에서 일 벌이기도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술에 취한 여성을 여관으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고 나서는 남자들이 더 당당해 진다고 한다. 이런 시체부킹을 한 남성들은 하나같이 주변에 자랑을 하기 마련. 일부는“여성이 원했기 때문에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들이 상황파악이 안 될 만큼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이뤄진 성관계는 명백한 강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 하지만 클럽가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시체부킹에 대한 단속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경찰관계자는“생각해보세요. 무슨 근거로 단속을 합니까. 현장을 잡기가 가능하겠어요? 또 단속도 신고가 들어와야 하는거죠”라며 말끝을 흐린다. “이런 일들은 단속도 거의 안들어와요. 당한 사람이 무슨 근거로 당했다고 하겠어요? 돈이 오간 것도 아니고…. 아무리 경찰이라해도 그런 부분까지는 확인 못합니다. 걸핏하면 인권이니 사생활 운운하며 걸고 넘어지는 판에…또 나이트클럽 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그래요. 룸안에서 무슨 짓을 해도 우리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는 거죠. 자기들 돈내고 놀겠다는데 걸핏하면 경찰이 문열고 단속해봐요. 장사 못합니다. 또 손님들의 반발이 이만저만 하겠어요?”나이트클럽이 성매매업소도 아닐 뿐더러, 미성년자도 아닌 손님간에 이루어지는 일인데 일일이 단속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이런 시체 부킹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아는 사람들이 드물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상황은 예전에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보여준 적이 있다. 비록 상황은 약간 다르지만 극에서는 술에 만취된 전지현이 처음 만난 차태현의 등에 업혀 여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재미로 웃고 넘기기에는 적잖은 심각성을 안고 있다. 영화에서는 재미있는 장면 혹은 두 남녀의 기막힌 인연으로 묘사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 젊은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찾곤하는 나이트 클럽도 더 이상의 안전지대는 아닌 듯하다. 오늘밤도 골뱅이 헌터들은 여성들과의 시체부킹을 노리며 클럽가를 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