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고문 10월 재보선 출마설’ 막후
“난 아직 안 죽어…박 대통령과의 오해 풀겠다”
靑, 부담스러운 김무성 의원 ‘견제론’ 대두
‘마당발’ 인맥 활용한 당·청 관계 복원 적임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새누리당 서청원 고문이 10월 재보선에 출마할까. 박근혜 정부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서 고문의 ‘여의도 귀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청관계에 대한 불만이 폭주하자 정치권에선 10월 재보선 출마에서부터 ‘정무 역할론’까지 쏟아내며 ‘서청원 띄우기’가 한창이다. 그를 두고 당에 복귀해 당·청 관계 복원에 힘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서 고문의 옹호론자들은 ‘마당발’ 인맥을 활용, 당·청 관계를 복원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말과 함께 화려하게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서청원 고문이 10월 재보선 출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선 당시 동서화합과 대탕평 회심작이었던 호남인사 영입과정에서 대활약했지만 특별사면 문제 등으로 인해 ‘오해’가 있다”며 “공천을 받겠다는 욕심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해를 풀고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은 물론 여건이 되면 당·청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란 이야기였다. 이 관계자는 서 고문을 모시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최근 서 고문을 만난 인사를 통해 향후 행보를 들었다는 한 관계자 역시 “10월 재보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출마를 할 것으로 보였지만 재보선이 치러지기 어렵다. 때문에 인천 서구·강화을이나 충남 서산·태안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고문 측 핵심 관계자는 “10월 재보궐 출마설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다는 것도 낭설”이라면서도 “당·청 관계에 있어서 서청원 역할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아직 어떠한 행보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역할만 주어진다면 그 뜻을 받겠다는 의미다.
2006년 8·15 특별사면 복권
서 고문의 정치인생은 한편의 소설이다.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 당시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 재판 끝에 2005년 형이 확정됐지만 이듬해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또 지난 2008년 총선 때 친박 의원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자 총선을 20일 앞두고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만들었고 예상 밖 돌풍으로 14석을 얻었다.
하지만 2009년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대선 당시 전면에 나서지 않고 외곽에서 ‘박근혜 지원군’ 역할을 했다. 동서화합과 대탕평 회심작이었던 호남인사 영입과정에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특별사면을 통해 당 고문으로 임명되면서 과거의 아픔을 딛고 ‘막후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가 10월 재보선에 출마하더라도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관측이 만만찮다. 하지만 당내 ‘서청원 역할론’은 대두되고 있다. 10월 재보선 출마와 함께 역할론이 나도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서 고문의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그의 정치인생은 실로 파란만장 했다. 때문에 정치인생을 마무리하는 데 있어, 아름다운 퇴장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는 당청관계를 재정립하는데 있어서 서 고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원내에 진입해 박근혜 정부와 집권 여당의 가교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당에서 서 고문에게 공천을 주기 부담스럽지만 당내 역학 구도상 공천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이 김무성 의원을 견제할 필요성도 '서청원 역할론'이 대두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번 배신한 사람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박 대통령이 김 의원을 내심 반기지 않는다는 것. 당장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심’ 못지않게 ‘김심’이 작용했다.
김 의원의 행보와 관련해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조기전당대회가 개최되더라도 대리인을 내세워 막후 역할을 한 뒤 지방선거 이후 전면에 나설 것”이라며 “당권도전 후 대권으로 바로 직행하는 안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인사 참사, 국회를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인사들은 김 의원에게 눈을 돌려 박 대통령을 견제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국정 운영 동력 상실과 정권 실패로 귀착될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와 조직 장악력을 볼 때 김 의원의 카리스마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바로 서 고문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당에선 김 의원의 역할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김 의원이 전면에 나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친박 핵심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팽 당한 것은 대권에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다.
김 의원 역시 대권 욕심을 내고 있어, 박 대통령으로선 내심 김 의원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대권행보를 위해 박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서 고문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역량이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서 고문은 대선 때 한화갑, 한광옥, 김경재 전 의원 등 야권 인사를 영입했을 정도로 마당발인데다가 여야를 넘나들 수 있다. 거기에다 협상력도 지녔다. 따라서 꼬여있는 당·청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서 고문은 ‘7인회’ 멤버로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조언을 해왔다. 6선에 당대표까지 지낸 정치적 역량과 경륜이 있어, 박 대통령에게도 ‘든든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새정부 출범 초부터 청문회 등을 두고 엇박자가 나는 상태다. 이정현 정무수석이 ‘정무수석’으로의 협상력과 경륜을지니지 못해 당의 원성이 자자한 만큼 이를 단번에 제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청산회 등 조직을 관리했던 서 고문이 친박계가 결집하는데도 큰 힘을 보탤 것이 분명하다.이러한 까닭에 서 고문의 10월 재보선 출마와 함께 역할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핵심당직자는 “국회 선진화법 개정 등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지만 여야 협상력 있는 인물이 없다. 협상력의 귀재로 불리는 서 고문이 전면에 등장한다면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운영에 탄력이 붙을 뿐 아니라 당청관계도 매끄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콜’여부 미지수
문제는 서 고문의 역할 여부는 사실상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황우여 대표가 무색무취해 박 대통령이 오더를 내리기에는 편할지 모르지만 협상력, 당 장악력 등은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서 고문에게 콜을 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특임장관실 신설 필요성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정무기능이 마비가 된 상황에서 여당 내에서 당내 중량감 있고, 여야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사를 특임장관으로 앉혀 여의도 정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