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 사망사고 절반이 무단횡단사고
[일요서울 | 경북 김기원 기자] 지난달 19일 오전 5시쯤 대구시 동구 용계동 한 교회 앞 편도 2차로 도로. 새벽 시간이어서 도로는 한적했고, 보행자의 발길도 뜸했다. 당시 A씨(44)는 승용차를 타고 1차로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 도로 위에 B씨(여·60)가 모습을 드러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A씨는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못한 나머지 B씨를 치고 말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전 현장에서 숨졌다.
무단횡단으로 목숨을 잃는 보행자 교통사고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단횡단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보행자의 의식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대구경찰청은 전체 교통사고 중 보행자 사망 사고 건수는 2010년 83명, 2011년 72명, 2012년 77명 등으로 끊이질 않고 있다며 이 가운데 무단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은 보행자는 2010년 27명, 2011년 28명, 2012년 32명으로 갈수록 늘었다고 21일 밝혔다.
보행자 사망 사고 대비 무단횡단 사망자 비율을 살펴보면, 2010년 32.5%, 2011년 38.8%, 2012년 41.5%로 집계됐다. 지난해 비율로 볼 때 교통사고로 숨진 보행자 10명 중 4명은 무단횡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보행자와 관련한 전체 교통사고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무단횡단을 일삼다가 숨지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경향은 올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대구지역에선 모두 108건의 보행자 관련 교통사고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이 중 8명이 무단횡단을 하다 변을 당했다. 비율로 따지면 57%에 달한다. 지난해 41.5%에 비해 15.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대구경찰청은 무단횡단이 잦은 도로에 입간판을 설치하거나 플래카드를 내걸어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보행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무단횡단 교통사고는 차량이 보행자를 직접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망률이 높다.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가 의식을 전환해 무단횡단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kw5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