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사들 성교파티 인정 대가성·성폭행 혐의는 ‘글쎄’
윤중천 성접대 비디오 화면에 가려진 충격적 진실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사회 유력인사 성접대 등 불법로비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 14일 윤씨를 재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윤씨는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윤씨를 재소환해 대질신문을 할 계획이다. 이날 조사에서 경찰은 전직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 등 유력인사들을 성접대했다고 주장한 여성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윤씨가 성접대를 매개로 사업상 이권을 취했거나 자신에 대한 여러 건의 고소 사건에서 편의를 얻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소환 때 40% 가량 진술을 들은 이후 윤씨를 상대로 나머지 혐의에 대해 문답식으로 진술을 들었다”며 “본인이 인정하거나 시인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경찰 안팎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윤씨가 첫번째 소환 때는 비교적 완강하게 버텼지만 이날 진술에서는 대체로 많은 내용을 털어 놨다는 것이다.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유력인사들의 대가성 없는 성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시인했다는 말이 들린다. 이에 따라 동영상에 등장하는 이들이 구체적으로 누군인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업인, 연예인 등도 동영상에 등장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 “동영상에 P사 회장의 등장 소문은 루머”
혐의 입증 어려워 “경찰수사 오래 못 간다” 회의론
죄가 있어도 처벌할 수 없는 사건으로 남을 것
경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자료, 참고인 진술 등을 다시 정리한 뒤 다음 주 중 윤씨를 다시 불러 진술과 상반되는 부분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윤씨와 그를 지난해 11월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한 뒤 성접대 의혹을 주도적으로 폭로한 여성사업가 권모씨(52)와 성접대에 동원된 일부 여성 참고인 등과 대질신문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윤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산 유력 인사들을 소환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또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됐다는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정 유력인사와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윤씨와 해당 유력인사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윤씨가 성접대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마약류를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추진 중이다. 앞서 고발인 권모 여인은 경찰에 “윤씨가 마약류를 사용한 것 같다”고 주장했으나 권씨의 모발 검사 등에서는 마약류가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윤씨가 성관계 동영상 등으로 여성들을 협박, 이들을 유력인사 성접대에 동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실 관계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번 윤씨 소환조사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진술을 절반 정도밖에 받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끝까지 다 받고 법리검토를 할 계획이다.
윤씨는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9일 윤씨를 처음으로 소환, 입찰비리 등 사업과 관련한 의혹을 집중 추궁했고 이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1차 출석 당시 윤씨는 성접대 동영상 등장인물로 거론된 김학의 전 차관과 모르는 사이이며 유력인사들을 성접대 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아울러 윤씨가 저축은행에서 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불법대출 받았다는 혐의와 각종 공사 인허가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수사가 진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금융기관 관계자, 인·허가 담당공무원 등 사업관계자들을 소환해 최종 확인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씨 판도라 상자되나
윤씨는 지난 9일 1차 소환 조사를 받았으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2차 소환 때는 각각 13시간, 16시간 등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으면서 혐의사실 일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 2008년 전후로 자신이 실질적으로 관리한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김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를 상대로 성접대를 하고 특혜를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윤씨는 이뿐 아니라 몰래 촬영한 성접대 동영상으로 유력인사들을 협박하고 이를 통해 각종 사업과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특혜를 받은 의혹이 있다.
그러나 윤씨는 경찰조사에서 별장에서 이뤄진 성관계는 대가성이 없는 것이며 동영상으로 협박을 한 사실도 없고 여성들을 성폭행 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성관계는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항간에 떠도는 “동영상에 유력인사가 등장한다”는 소문은 일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찰은 국내 대기업 계열 건설사 전 회장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여성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치권과 경찰을 중심으로 소문이 확산되자 경찰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인사는 최근 연루설이 돌고 있는 P그룹 회장과는 별개의 인물이며, P그룹 회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정황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로부터 “모 건설사 회장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윤씨를 추궁한 끝에 “대가성은 없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해당 건설사 회장과의 관계는 인정했으나 성접대는 부인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P사 회장이 동영상 성접대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에 P사 회장이 등장한다는 것은 루머”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예인이 등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동영상을 아직 정확히 분석하지 않아서 연예인이 등장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주변에서 들리는 말을 들어보면 여자 연예인이 동영상에 담겨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동영상에 여자 연예인과 닮은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실제로 해당 연예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연예인은 과거 인기를 누렸던 A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진짜 모르나 숨기고 있나
일각에서는 경찰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찰은 동영상 확보 실패와 청와대와의 갈등으로 도마에 오른 적 있다. 이에 이번에는 신중하게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모양새다.
경찰 주변에서는 이미 경찰이 윤씨로부터 상당한 진술을 확보했으며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에 대해 윤씨의 구체적 혐의를 일부 확인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실제로 2차 소환조사에서 경찰 내부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윤씨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말도 경찰 내부에 파다하게 퍼졌다.
윤씨는 별장에서 유력인사들이 난잡한 성교파티를 벌인부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대가성과 성폭행 혐의는 부인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윤씨의 입에서 거론된 이들은 정치권 K씨, H씨를 비롯해 여권 핵심인 L씨와 P씨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서 난교파티에 가담한 인물은 소수이고 나머지는 윤씨와 친분이 깊어 별장을 이용한 적 있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왜 윤씨의 별장에 갔는지를 캐고 있다. 이에 따라 추가 인물이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어 향후 파장은 계속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경찰 수사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혐의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경찰은 윤씨에 대해 특수강간 등의 혐의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혐의입증이 어렵다. 또 입증이 된다 해도 증거가 위법적으로 확보된 것일 가능성이 커 유죄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에는 등장인물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수준의 화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을 둘러싸고 경찰 주변에서는 여러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모 공기업 수장이 등장한다거나 유명 여자 연예인 A씨가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그것이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어 실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윤씨의 진술과 경찰 안팎에서 들리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적어도 재계 인사를 포함한 복수의 유명인인 영상에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영상에 담긴 내용만으로 사건의 실체인 성접대와 성폭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영상이 일종의 몰래카메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영상에 출연한 인물들이 촬영에 동의한 흔적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상물은 피의자들을 처벌하는데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관계자의 증언이나 진술에 따라야 하는데 이 역시 시간이 오래 지난 탓에 증언을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이 부실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때문에 윤씨를 비롯한 동영상 관계 당사자들이 어디까지 진술을 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만약 피해여성들의 진술과 배체되는 진술을 하거나 사실관계를 부인할 경우 경찰은 새로운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윤씨가 자신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권력층을 이용하기 위해 여성의 성을 제공했을 경우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별장에 남녀가 모여 섹스파티를 벌였을 경우, 도덕적, 양심적 측면에서 범죄일수 있으나 마땅히 처벌할 근거조항이 없다. 형법상 뇌물죄의 객체에 돈 이외에 성의 제공도 포함 된다는 게 지금까지 사법부의 통념이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없지만 하급심 판결 중 성행위를 뇌물로 판단한 경우가 있다. 창원지법은 2010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와 향후 수사편의제공 명목으로 3차례 성관계를 가진 경찰관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윤씨가 공갈이나 협박의 수단으로 삼기위해 지인들을 불러 동영상을 촬영했다면 오히려 윤씨는 피의자 신분이되고, 지인들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경찰은 사실관계를 입증해야할 책임을 안게 되는데 이것은 경찰의 딜레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