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정치인]박근혜 대통령과 송일국 맞짱 승자는

“여의도 별들의 전성시대”

2013-05-13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연예인과 정치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집단이지만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특히 연예인을 친인척으로 둔 정치인의 경우 천군만마와 같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을수록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김한길 의원이 당 대표에 압도적으로 당선되는 데 부인인 최명길씨의 지원이 크게 한몫했다. 지난 2012년 대선때에도 박근혜 후보 곁에는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가 옆에 있었다. 젊은 층을 끌어안는데 톡톡히 덕을 봤다. 김무성 의원 역시 아들이 탤런트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연예인을 친인척으로 둔 정치인을 알아봤다.

박대통령-은지원, 김한길과 최명길, 김을동-송일국
김무성 아들 고윤과 김부겸 딸 윤세인, 투투까지

2005년 10월26일 경기도 광주에서 벌어진 재보선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탤런트 송일국이 선거 유세장에서 맞짱을 뜨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재보선 성격상 낮은 투표율에 광주라는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선거판이 요동치고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홍사덕 전 의원을 비롯해 김을동 의원, 정진섭 의원 등 3명이 공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공천은 여론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정진섭 전 의원이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천에 반발한 홍사덕 전 의원과 김을동 의원은 당을 박차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무소속으로 홍사덕 전 의원이 출마를 했고 김 의원은 홍 전 의원의 당선을 위해 목이 쉬도록 지원 유세를 벌였다.

‘주몽 송일국’ 광주재보선 박대표 판정승

여기에 2005년 흥행한 영화 ‘작업의 정석’의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송일국이 가세했다. 송씨는 김을동 의원의 아들로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됐다. 결국 한나라당 텃밭인 광주 민심이 둘로 나눠지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무쏘차량을 선거용으로 둔갑시킨 김 의원은 아들과 동행하면서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다.

당시 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론조사가 팽팽하거나 뒤지게 나오면서 광주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자칫하면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마저 날라갈 판이었다. 결국 무소속 홍사덕 대 한나라당 정진섭 선거구도는 박근혜 대표 대 탤런트 송일국 대리전 양상으로 벌어졌다. ‘선거의 여왕’ 대 ‘탤런트’ 맞대결은 누구의 승리로 돌아갔을까.

승자는 2.4%포인트 차로 정진섭 후보가 신승했다. 정 후보가 1만9143표 홍 후보가 1만7812표를 득표했다. 당시 선거 유세에선 박 대표보다 송씨가 더 구름 관중을 몰고 다녔지만 투표 결과는 박 대표의 승리였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2006년 송일국이 주연을 맡아 대박을 친 사극 주몽 이후에 선거가 치러졌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당시 시청률은 8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 역시 지난 대선에서 원조 아이돌 스타이자 5촌 조카인 은지원씨를 선거유세에 등장시켰다. 은씨는 젝스키스 멤버로 ‘1박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씨와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날 은씨를 가족 자격으로 초대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김을동 의원 역시 지난 2012년 4월 총선에서 송파병 선거에서 아들 송씨를 재차 불러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게 함으로써 뱃지를 다는 데 도움을 받았다. 특히 송파병의 경우 민주당 김성순 전 환경노동위 위원장이 재선을 한 곳으로 야권 강세지역이다. 무엇보다 거여·마천 지역이 민주당 색이 짙어 강남권이지만 민주당 후보가 우위를 보인 지역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가뿐하게 여의도에 입성했다.

반면 연예인을 등장시켰지만 낙선한 사례도 있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의 경우에는 탤런트 출신의 딸인 윤세인(본명 김지수)씨의 지원을 받았지만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윤씨는 SBS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폼나게 살거야’, MBC ‘아들 녀석들’ 등에 출연했다.

민주당 후보로 대구 정치 일번지에 출마해 사실상 당선이 쉽지 않은 데다 박근혜 대통령 지역구가 인접해 불리한 선거환경이었다. 이에 윤씨가 아버지인 김 전 의원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과는 아쉽게 패배했다. 

최근 치러진 5.4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김한길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되는 데 일등공신은 부인인 탤런트 최명길씨였다. 최씨는 바쁜 드라마 출연일정에도 불구하고 울산과 광주 대의원 개편 대회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 당일에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특히 전당대회 당일날에는 노란색 재킷과 노란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대의원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해 큰 인기를 모았다. 무엇보다 미스코리아 출신 김성령씨와 황신혜씨까지 출동시켜 대의원을 상대로 김 의원을 지지해 당선되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최씨는 전당대회뿐만 아니라 2001년 10월 구로을 재보궐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로 나선 김 의원의 선거 유세에 나섰다. 당시 둘째 아들을 출산한 지 보름만에 퉁퉁부은 얼굴로 지역구를 누벼 화제가 됐다. 

최씨는 목용탕 봉사를 통해 지역구내 여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결과는 김 의원의 낙선이였지만 최씨는 ‘내조의 여왕’으로 칭송을 받았다. 특히 선거에 패한 이후 최씨는 드라마 ‘명성황후’ 주연을 맡고 받은 계약금으로 최고급 승용차를 구입해 선물하면서 재차 화제가 됐다. 최씨는 “이 정도 일로 절대 기 죽지 말라”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정몽준-노현정 시당숙 김영환-양현석 처조카

한편 최근 ‘돌아온 박의 남자’ 김무성 아들이 연예인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최근 종영한 ‘아이리스2’에 출연한 배우 고윤(본명 김종민)이 주인공이다. 고씨는 아버지가 정치인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워 본명이 아닌 예명으로 활동하다 김 의원이 부산 영도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알려지게 됐다.

또한 그룹 투투 출신인 황혜영씨의 경우에는 안철수 캠프에 기획팀장으로 활동한 김경록 전 민주당 부대변인의 부인이다. 2011년 10월에 결혼을 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 전 부대변인은 1999년 아태평화재단에 들어가 정대철, 유인태 민주당 전 의원의 보좌관을 거쳐 현재 민주당 부대변인, 안철수 기획팀장을 맡았다.

황씨는 1994년 그룹 투투로 데뷔해 현재는 패션 쇼핑몰을 운영중이다. 하지만 황씨는 정치인 남편을 두고 있지만 선거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안철수 캠프에 남편이 있을 당시에는 캠프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격려를 해주는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곽민정의 부친 역시 전직 국회 보좌관 출신이다. 민주당 전 민주정책연구원 곽윤석씨가 곽씨의 부친이다. 곽 전 연구원은 이후 임종석, 이강래 보좌관을 지냈고 최근에는 불미스런 이유로 재판에 회부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배우 출신 정당 대표 부인은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전 대표가 원조격이다. 부인은 연극배우 김금지씨로 30여 년간 구둣가게를 운영하며 남편을 대신해 가계를 책임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밖에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처조카는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양현석씨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경우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시당숙이다. 하지만 양씨나 노씨의 경우에는 선거판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어 차이를 보였다.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