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뒷담화]정무수석실 실무팀 여의도 출입금지령?
“가교 역할 실종… 국회 안오면 어쩌란 말인가”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여의도다. 그래서 물밑 대화와 조율이 필요한 곳이다. 특히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주목받는 곳이 정무수석실이다. 여당과 청와대,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는 부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내에서조차 ‘당청관계가 상명하복식이다’, ‘여의도를 너무 무시한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최근에는 이정현 정무수석이 정무수석실 실무팀에게 ‘여의도를 당분간 가지 마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져 정치권이 ‘황당하다’ 반응을 보였다. 그 진위를 알아봤다.
김무성, “당청·대야 관계 물밑접촉” 가교역할 부상
5월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고 ‘박의 남자’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도 여의도에 들어왔다. '포스트 JP'를 자처하는 이완구 전 충남지사도 뱃지를 달았다. 민주당은 비주류를 대표하는 김한길 의원이 친노 주류의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에 오르면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구성에 있어서 친노와 호남 인사가 배제되면서 일각에선 ‘민주당이 새로운 당이 됐다’는 자평마저 나오고 있다.
또한 원내사령탑을 뽑는 원내 대표 선거 역시 15일로 예정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3선의 전병헌, 김동철, 우윤근 의원 등 3파전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세균 상임고문의 지원을 받는 전 의원과 손학규 고문과 친분이 깊은 김 의원, 정동영 고문의 지지를 받는 우 의원으로 분류돼 대리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향후 안철수 의원과 관계 설정 및 당 혁신을 통한 10월 재보선 승리 등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청와대 파출소로 전락한 여의도 ‘불만’
새누리당 역시 바쁘긴 마찬가지다. 야당과 같은 날 치러지는 원내 대표 선거가 핫이슈다. 이주영-장윤석 대 최경환-김기현 2파전 양상. 새누리당은 모두 영남 출신에 친박 계열이지만 내부 사정은 복잡하다.
청와대가 정치인보다는 고시출신 관료나 교수출신 전문가 그룹을 선호하면서 새누리당은 ‘청와대 파출소’라는 냉소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내심 최경환 의원을 원내 대표감으로 보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청와대 견제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내용인 즉 청와대가 당과 여의도 정치를 무시하는 경향을 견제하기위해선 이주영 의원에게 적잖은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의도가 거물급 인사들의 귀환과 더불어 여야 모두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조용하다. 특히 당과 청와대, 청와대와 야당 등 가교 역할을 해야할 정무수석실 인사들이 좀처럼 여의도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여전하다.
급기야는 여의도에선 이정현 정무수석이 정무수석실에 ‘여의도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는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이 알려지면서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새누리당 한 친박계 인사는 “정무수석실이 하는 게 대여 대야 소통과 갈등을 조정하는 곳인데 여의도 출입금지령이 웬 말이냐”며 “그렇다고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만나려고 광화문까기 가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여의도 정치를 무시한다는 지적이 재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 인선뿐만 아니라 장관 인선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이정현 정무수석 등 정무 라인이 대통령에게 ‘노’를 못하는 경향 때문에 ‘인사 참사’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당내 쏟아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한 마디로 “(청와대의) 정무 기능이 실종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정무.특임장관 부활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물 건너 간 상황에서 재차 정무라인에 대한 문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돌아온 박의 남자’ 김무성 의원이 주목받고 있다. 5선의 김 의원은 여의도 입성과 동시에 ‘당청 대야 가교 역할’을 내세웠다. 국회 뱃지를 단 다음날인 4월25일 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현재 대통령은 뭔가 잘해 보려고 했는데 국회에서 이걸 제대로 수용을 안 해주고, 이런 문제(가 있어서) 중간자 역할을 충실히 잘해서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당청 관계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며 “소통부족에서 오는 현재의 분열상, 이것은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의 방법론으로는 물밑 대화를 강조하며 “물밑 대화를 통해서 한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고 했다.
‘미래 권력’ 김무성 정무역할 자처
무엇보다 여야 관계에 대해서도 상생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여당은 야당에 져줘야 한다. 야당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런 어드바이스를 많이 하고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내가) 원내 대표할 때는 야당과 상생의 관계를 잘 형성해서 파행 없이 잘 운영이 되었다“고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다선 중진의원으로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지 꼭 자리를 만들거나 꿰차고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언론을 통해서나 청와대와 여야에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당.청 관계를 개선하고 청와대가 당을 홀대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 인사는 “실제 정무라인 활동을 보면 김선동 정무 비서관이 그나마 임명된 이후 2번 정도 의원회관을 방문했다”며 “이제 고인이 됐지만 김윤환 부총재처럼 정무적 감각이나 중량감이 있는 인사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그나마 김 의원이 당권에 도전을 하던 대권에 도전을 하든 미래권력으로서 당안팎에서 파워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김무성 캠프에 일했던 한 인사 역시“이정현 정무수석과는 원조 친박으로 친분이 깊고 허태열 비서실장과는 부산출신으로 말이 통하는 면이 있다”면서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는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으면서 속 깊은 얘기도 나눈 만큼 정무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정무수석을 보면 면면이 화려했고 굵직한 사건 한 가운데 서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2년 11월 김중권 정무수석에게 와이셔츠 상자를 보냈는데 열어보니 100만원짜리 수표 100다발이 담겨져 있었다.
이후 김 수석은 DJ 정권초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당시 정무수석은 동교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동교동계인 이강래 전 의원이 임명됐다. 참여정부시절에는 유인태 의원이 처음이자 마지막 정무수석이 됐다. 노 대통령이 ‘당.정 분리를 확실히하고 대정당관계를 새롭게 모색하겠다’고 밝히면서 폐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선 이후 다시 부활돼 김효재, 박형준 등이 정무수석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