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2012 금융회사 민원발생 평가 결과
대구銀·삼성카드·KB생명 ↑ 씨티銀·교보증권·동부증권 ↓
민원건수 전년比 18.9%↑…24개사 등급 하락
농협·국민카드·키움증권 평가등급 바닥 여전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금융사들에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화폐를 취급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도 면밀한 조사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려 노력한다. 자칫 한 번의 실수로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게 되면 해당 금융사의 존폐위기설까지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일과 후 마감정산 과정에서 10원의 차익이라도 발생하면 그 이유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민원 해결만큼은 완벽을 기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2012년도 금융사 민원평가 결과’는 금융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동년대비 신뢰도가 하락한 금융사에 대한 투지 심리 위축 우려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신용카드,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 6개 권역 82개사에 대해 실시한 ‘2012년도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결과를 지난 7일 발표했다.
지난해 금감원이 처리한 민원을 대상으로 금융회사별 민원건수 및 민원해결 노력과 영업규모를 감안해 1등급부터 5등급으로 평가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보이스피싱 관련 민원,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 민원 등 화폐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민원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2011년 5만5872건이던 민원이 2012년에는 18.9%증가한 6만6348건이었다. 평가등급이 개선된 회사가 14개사인 반면 하락한 회사는 24개사로 두 배에 가까웠다.
이 중 민원발생평가 등급 추락세가 가장 심한 곳은 씨티은행, 교보증권, 동부증권, 키움증권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등급에서 5등급으로 3계단이나 떨어졌다.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사로 민원대응이 원할하지 않아 5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롯데손보도 3등급에서 5등급으로, 대신증권 역시 2등급에서 4등급으로 각각 2계단씩 내려갔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보와 ACE아메리칸화재, AIG손보(차티스)도 5등급을 받았다.
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도 최하 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특히 하나SK카드는 3년 연속 하위등급에 머물렀다.
농협은행 또한 2009년부터 4년 연속 하위 등급에 머물렀다.
특히 하위등급을 받은 업체 중 일부는 연속해서 하위등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좋은 평가인 1등급을 받은 회사는 대구은행, 삼성카드, KB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동부저축은행 등 7개사였다. 롯데카드 또한 5등급에서 2등급으로 3계단 뛰어올랐다.
그렇다면 금융감독원이 해마다 민원을 바탕으로 금융사들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데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선 매년 발표되는 결과들이 금융사들의 업무 개선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관계자는 “어차피 평가등급은 매년 발표하는 거라 별 의미가 없다”며 “매번 1등하는 회사는 1등하고, 꼴찌하는 회사는 꼴찌하는 등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위사에 대한 밀착관리 실시
또 다른 관계자는 “상당수 하위 등급 금융회사의 경우 외국계 금융회사가 많아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또 이 등급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수현 금감원장은 “민원발생평가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시제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부터 금융사들의 최근 3년간 평가등급 추이를 경영공시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각 금융협회 홈페이지에 민원발생결과를 1개월간 팝업 공지토록 할 방침이다.
또 민원인들이 인터넷을 통해 본인의 민원처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민원처리 실시간 확인제’를 도입해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민원취하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금감원은 검토 중이다.
한편 민원발생평가는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민원예방과 감축 노력을 제고하기 위해 200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금융회사의 민원발생현황 및 해결노력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공표함으로써 금융소비자에게 금융회사 선택정보를 제공하며 금융소비자의 권익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또 민원발생평가는 회사별 민원발생건스, 민원내용 및 처리결과, 회사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 산식에의거 은행, 신용카드, 생명보험, 증권의 5개 권역별로 구분해 등급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한다.
4등급 이하의 금융회사는 민원예방 및 감축계획을 수립 및 추진하도록 하며, 5등급에 해당하는 금융회사는 민원예방 및 감축계획의 수립 및 추진과 함께 일정기간 동안 현장점검 실시 등 민원업무에 대한 중점 점검이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