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 뽑는 기업들 2 -현대家

“핵심사업 집중…오해살 일 안 한다”

2013-05-13     이범희 기자

 

공생발전·동반성장…중기업종서 단계적 철수
현대차 ‘오젠’은 직원 휴게 공간으로 활용키로

손톱 밑 가시를 뽑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거대자본을 앞세워 중소상권을 위협한다는 중소상인과 정부의 지적에 따라 대기업들이 모 회사가 보유한 중소업종 계열사에 대한 사업철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것도 2·3세들이 앞 다퉈 만들었던 제빵사업과 커피사업 등에 대한 철수의사를 밝히면서 중소상권이 일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여전히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 식이며, 박근혜 정부 눈치 보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만연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선 “재계 맏형들이 솔선수범해서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대기업의 중소업종 진출의 끝이 보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중소업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의 전횡을 짚어본다. 이번호는 현대家 편이다.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현대가는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 사망 후 형제간 기업 분할이 톡톡히 이뤄졌다. 2남 정몽구 회장이 현대기아차그룹의 수장을 맡았고, 3남 정몽근 명예회장 일가는 현대백화점 그룹을 이끌고 있다. 6남 정몽준(MJ)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최대 주주이며 7남 정몽윤과 8남 정몽일 회장은 각각 현대해상과 현대기업금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5남 정몽헌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회장도 현대아산을 이끌며 현대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현대가는 자동차·유통·금융·중공업 등 각 분야에 진출해 삼성과 함께 한국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라는 표현이 어색치 않을 정도로 산업전반에 걸쳐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싸움’ ‘시숙의 난’ ‘숙부의 난’ 등 크고 작은 파열음이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크고 작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각자의 길에서 사업활로를 개척 중이다.

중소상권 철수 도미노 현상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 온 중소업종 진출 철수 바람을 피해가진 못했다.
일부 사업이 공교롭게도 중소상권 침입이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결국은 포기 또는 철수라는 의사를 밝혀야 했다.
그 첫 주자는 현대백화점 그룹이었다. 지난해 7월 현대백화점 그룹이 베이커리 사업에서 철수방침을 알렸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인 ‘베즐리’ 를 전문 업체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베즐리는 2000년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자체 개발한 베이커리 브랜드다. 작년 7월 기준 현대백화점 13개 점포에서 운영되고 있었으며, 연간 매출액은 약 250억 원 수준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정교선 현대백화점 부회장이 지분율 15.28%로 1대 주주이며, 케이터링 및 식자재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현대백화점그룹 종합식품회사다. 지난해 약 1조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지만 경제민주화 바람 탓에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어 지난 1월 말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해비치호텔앤리조트가 카페 ‘오젠’의 영업에서 손을 뗀다고 밝혔다. 당시 ‘오젠’은 현대ㆍ기아차 양재동 본사 사옥과 제주해비치호텔에 들어서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오젠은 직원 복지차원에서 빵과 커피사업을 하고 있다”며 “오젠은 사실상 그룹내 매점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와 중소기업, 민심이 심상치 않은 점을 감안해 관련사업을 접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현재의 상호 ‘오젠’은 폐지되고 양재동 사옥 매점은 본사 직영의 비영리 직원 휴게 공간으로, 제주해비치호텔 매점은 호텔 고객 라운지로 운영되고 있다

내부거래 객관·투명성 높이기 주력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달 29일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공생발전 3대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철수도 포함됐다.
우선 핵심사업과 연관이 없는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회사의 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해 간결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미미한 금액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한다. 아울러 현재 그룹내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사업은 영위하고 있지 않지만, 3분기부터 이 분야에서 최대한 경쟁 입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계열사에 올 상반기 중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고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에 ‘공생발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그룹 차원의 동반성장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문화를 제도적·구조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노력해 왔다”며 “향후에도 공생발전과 동반성장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선팅 무상쿠폰 위탁 사업을 지난 4월 철수 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연말까지 신규 위탁 사업자를 정해 관련 업무를 이관할 계획을 세우고 진행해왔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