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동지이자 경쟁자’안철수-김한길 핫라인 구축

가깝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

2013-05-13     박형남 기자

“당장 만나면 불편해진다” 안-김 회동 부정적
 민주당, 10월 재보선전 회동…安 “단일화 생각없다”
 10월 재보선 결과 변수…민주당 승리시 ‘입당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김한길 의원이 5·4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가 되면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두고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1993년 MBC문화방송 주말토크쇼 프로그램인 <김한길과 사람들>을 진행하면서 안 의원과 연을 맺었고, 매우가깝게 지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안철수-김한길 핫라인 가동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안철수-김한길 회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심상치 않게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 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날 이유도, 명분도 없다. 만나면 오히려 당내 분란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월 재보선 결과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벌써 김 대표와 안 의원의 ‘피 말리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10월 재보선에서 승리를 위해 단일화를 염두해 두고 있지만 안 의원 측은 “단일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따라서 ‘안철수 민주당 입당론’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놓고 민주당과 안 의원은 정치 생명을 내걸고 싸워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9월 모친상을 당했을 때와 안 의원이 12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등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 대표는 김대중 정권 당시 최연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맡게 됐고, 안 의원은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특히 김 대표의 장점은 계파에 얽매이지 않은 확장성을 가졌다는 것이고, 안 의원도 그렇다.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중도성향으로서 정치적으로 비슷한 측면이 많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김 회동 언급 ‘불쾌’

급기야 대선 과정에서 김 대표가 안 의원과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변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안 의원을 지지하는 표 중 상당수가 따라오지 않는다”며 선쇄신의 필요성을 얘기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입당론’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더구나 ‘이해찬-문재인 담합’ 논란이 불거졌을 때 김 대표는 친노 주류를 겨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 대표는 법륜 스님을 초청, ‘시대정신과 대통령 선거’라는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것이 안 의원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더욱이 그는 대선과정에서 “민주당의 입장에선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이겨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정치권에선 김한길-안철수 연대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로 인해 김 대표가 안 의원을 내심 밀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두 사람의 성향,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발언, 그리고 특별한 친분으로 인해 김 대표와 안 의원이 전격적으로 만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대선 과정에서도 두 사람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안 의원의 대권 출마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말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당분간은 만날 이유도 없고, 만날 명분도 없다”며 정치권에서 나도는 ‘김한길-안철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당분간 만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조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정도다. 또 대표 취임한 차원에서 만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김 의원 측에서는 "트위터로 축하인사를 하지 않았느냐"며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다. 안 의원 측도 “지금은 만날 계획 없다”면서도 “좀 더 두고볼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두 인사가 만나는 것은 성급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오히려 김 대표가 안 의원 측에 민주당을 바칠 수 있다는 논란만 더 부추길 수 있다. 친노로부터 반발만 사 당내 계파 갈등이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친노계 한 인사는 “김 대표가 만약 안 의원을 지금 만난다면 결국 우리(친노)가 생각한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민주당-안철수 제3지대 신당 창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대표로서는 안 의원을 만나기엔 부담스러울 밖에 없다며 현시점에서 만나도 서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게 야권의 중론이다.

더 나아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와 안 의원이 만날 이유가 없어졌다는 분위기다. 5·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인 김 대표가 당대표가 됐고, 친노 인사들이 대거 몰락했다. 당분간은 회동보다는 김한길-안철수 핫라인 정도만 구축해 놓는 느슨한 연대를 유지할 공산이 높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민주당-안철수 ‘동병상련’

다만 10월 재보선 전에 만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정도다. 실제 10월 재보선 연대→안철수 민주당 입당론을 민주당은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는 반드시 야권이 ‘단일팀'으로 치러야 하는데, 10월 무렵부터는 연대 가능성이 논의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도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간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설정될 것이며, 10월이 1차 마감시간이 될 것”이라며 “10월 이후에도 마감 시간이 여러 개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패배할 경우 야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 잔재해 있다. 이 때문에 10월부터는 안 의원 측과 세력 단일화 무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구상이 최고위원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0월 재보선 단일화를 명분으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략 9월말 정도. 

그러나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 측은 단일화에 대해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 정치 세력으로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게 되면 안철수식 새 정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의원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민주당은 이미 구시대 인물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단일화를 하는 것 자체는 구시대와 손을 잡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조직을 키워 신당창당에 초점을 맞추면서 10월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과 승부를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집중공략해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오는 10월 재·보선 때 호남지역 2~3곳에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신당 창당을 두고도 양측의 시각이 갈리고 있다. 윤여준 장관은 “안 의원은 정치에 들어올 때부터 새 정치를 한다고 내걸었고 새 정치를 하려면 새롭게 출발해야지 지금 저렇게 국민의 신뢰를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한 민주당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지적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측근들도 신당창당을 할 것이라며 인재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10월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단일화를 하지 않는 대신 경쟁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10월 재보선 후보 배출→신당 창당 완료→민주당 세력 선별 흡수→2014년 지방선거를 겨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와 안 의원이 만나지 못하거나 10월 재보선 이후에 만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재보선 이후 승자는 결론이 난다”며 “주도권을 뺏기는 결과가 나와 한쪽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갈 것이다. 김 대표가 10월 재보선에서 승리하면 ‘안철수 민주당 입당론’이 힘을 받아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안 의원이 승리하면 민주당 분열이 초읽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대표와 안 의원은 회동에 앞서 사느냐 죽느냐를 놓고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진행해야 될 상황이다.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 김 대표와 안 의원. 지금부터는 ‘한명은 죽어야 사는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된다.  

7122love@ilyoseoul.co.kr
 

‘선수치는’ 김한길 ‘느긋한’  안철수

“안철수 신당 창당은 시간문제다. 신당 창당을 막기 위해선 10월 재보선이 중요하다.”

민주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기정사실화되는 만큼 김 대표가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을 막고 민주당 입당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선 10월 재보선에서 안 의원 측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의원에게 패배한다면 민주당은 분열되거나 안철수 신당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남과 동시에 안 의원에게 모든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다. 그 경우 ‘김한길 교체론’이 불거질 뿐 아니라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은 상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대표로서는 안 의원과의 관계설정보다는 당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그러면서도 안 의원과 주도권 싸움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지난 4일, 민주당의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라고 밝힌 상태다. 

김 대표는 “새 정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경쟁하는 동지적 관계라고 규정할 수 있다”라며 “관계는 알다시피 한쪽 의지만으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당이 혁신하는 과정 속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안 의원과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김 대표는 ‘선(先) 쇄신 후(後) 연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요한 것은 안 의원을 지지하는 세력”이라며 “민주당이 제대로 혁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안 의원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당을 새롭게 탈바꿈시켜 정당 지지율과 국민적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해야 안 의원 측과의 연대나 단일화 논의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속에서 김 대표가 꺼내들 수 있는 쇄신 카드는 무엇일까.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해찬 의원, 정동영 전 장관 2선 후퇴론과 중도세력 흡수, 현장정치를 강화해야 된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당직자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혁신하고 정비해야 한다. 친노인사들도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내 반발이 극심하더라도 쇄신을 통해 안 의원의 새 정치와 맞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일부 친노 인사들도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한다.

실제 김 대표와 문재인 의원은 지난 7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단둘이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은 “당의 화합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언했다. 또 10일 폐업위기를 맞은 진주의료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의료원 정상화 해법을 촉구했다. 지난 8일에는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최고위를 열고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을(乙)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현장정치를 강화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