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인수 잡음
잇따르는 악재 … 하나 될 수 없는 식구들?
외환은행 인수효과는 기대할 수 없나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1년 째,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는 온데간데없고 내부 갈등과 수익성 악화만 남은 모습이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외환은행 상장폐지와 관련해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고 소액주주들의 시선 역시 좋지 못하다. 게다가 지난달 26일에는 어닝쇼크(실적 예상치를 훨씬 하회하는 데서 오는 충격)에 가까운 1분기 실적이 발표돼 경영진에 대한 의구심마저 피어올랐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한 지붕 한 식구가 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가까이 갈수록 갈등이 깊어졌다.
지난달 26일, 외환은행이 주식시장에서 종적을 감췄다. 주식교환을 통해 하나금융의 100% 자회사가 된 외환은행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77조에 따라 이날부로 상장이 폐지됐다.
지난해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이 주식교환 방식으로 외환은행 잔여 지분 40%를 모두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금융측은 주주 중 0.5%, 외환은행 소액주주(지분 40%) 중에서는 26%의 주주만이 반대했다는 이유를 들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에 인수될 당시부터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이번에도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 관계자는 “소액 주주가 40%인데, 그 중 26% 라는 수치는 결코 적지 않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라며 “강력한 항의와 함께 차후 하나금융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두 회사는 이제 구조적으로는 완전한 식구가 됐다”면서도 “다만 이제부터는 김정태 회장이 진정한 통합을 이뤄 나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주사 둘러싼 소송 퍼레이드
더욱이 하나금융을 둘러싼 고발·소송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하나금융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가장 먼저 외환은행 상장폐지 완료일인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매수가격 결정과 관련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역시 이날 성명을 내고 “소액주주들과 함께 상장폐지 무효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에서 “하나금융지주의 만행을 다시 한 번 규탄하며 외환은행 직원들은 오늘 이 통한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또 “하나지주는 자신들의 일방적인 경영독재를 위해 무려 40%의 주주를 강제로 축출하려고 이번 주식교환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은 심각한 피해를 강요당했다”며 ▲불공정한 교환비율 ▲매수청구가격 헐값책정 ▲공개매수 배제 등을 지적했다.
이어 “주식교환의 조건을 정하는 과정에서 외부전문가의 감정 등 공정한 가치 산정을 위한 어떤 절차도 거치지 않았음이 주주총회에서 확인됐다”며 “특히 대주주에 유리한 시점을 골라 주식교환을 강행하느라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은 1년이 지나면 면제받는 증권거래세까지 내야 한다는 사실도 나중에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노조 관계자는 “소액주주 중에서도 매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 있다”며 “이들과 함께 하나금융에 대한 규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 시민단체는 김정태 회장을 포함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지난 30일 서울지방검찰청을 통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하나금융·하나은행을 은행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참여연대와 변호사모임 측은 “2009년 10월 이후 하나은행이 하나금융과 특수관계인인 하나학원에 337억여 원을 무상으로 출연토록 했다”며 “이는 특수 관계인에 대한 은행 자산의 무상양도를 금지하는 은행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은행의 자산이 어떻게 특수 관계인에게 넘어갈 수 있느냐”면서 “하나학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전 회장과 김정태 현 회장의 명백한 횡령혐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써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외환은행 우리사주조합이 제기한 헌법소원, 한국은행과 외환은행의 소송공방, 참여연대 고발 등 총 4건의 고소·고발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외환은행 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해를 넘길 수도 있을 전망”이라며 “참여연대의 고발은 이미 금융위원회 등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김 회장의 도덕성 문제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1분기 어닝쇼크 어두워지는 하나금융
이처럼 많은 악재는 하나금융의 실적에도 금방 반영됐다. 소액주주들과 직원 반대 속에 외환은행 완전자회사를 추진한 결과, 하나금융그룹 1분기 순익은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4할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실적보고를 살펴보면 은행들은 물론 비은행 자회사에까지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의 올 1분기 순익인 3111억 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둬들인 7639억 원의 40.73% 수준이었다.
이들 지표는 지난해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회계상으로 발생한 부의영업권이익(염가 매수차익) 1조 531억을 뺀 것이고 이 이익에 대한 이번 분기 상각액 213억 원도 뺀 실질 순익 규모다.
특히 자회사 가운데 외환은행 순익 급감 영향이 가장 컸다. 하나금융지주 완전자회사화를 위한 주식교환 과정에서 4971억 원을 들이면서 2949억 원 흑자를 냈던 은행이 올해는 295억 원으로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당초 이 같은 결과가 발표됐을 초반까진 일회성 하락 요인이기 때문에 하나금융이 금방 회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갈수록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융권이 저금리 기조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이자 이익 감소에 허덕이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서민금융 확대, 중소기업 금융지원, 정년연장 등의 정책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며 “실적회복이 시급한 금융권에서 희망을 걸어 볼 방법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전망이 파다하다. 더불어 내부갈등과 오너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하나금융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거의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을 보여 불안만 키우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노조가 소송을 건다고는 하는 데 우리는 딱히 별도의 움직임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쨌든 외환은행과의 시너지로 좋은 실적을 내야겠지만 이 또한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