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박근혜정부 정책 ⑤ 5·1 산업 규제 완화 조치

웃고 우는 기업들…재벌개혁 드라이브

2013-05-06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박근혜정부의 기업 투자 활성화 대책에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규제가 풀리면서 그동안 막혀있던 사안 추진은 물론, 정부의 지원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또 다른 기업들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제외돼 기대감이 좌절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특히 이번 과정에서 제외된 현대차와 대한항공의 경우, 안정성 문제 등으로 십 수 년에 걸쳐 허가를 받지 못했던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단번에 해결된 것과 비교하면 억울하기까지 하다. 박 정부의 새 정책 속에서 수혜 받는 기업은 어디고, 다음 정부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기업은 어딘지 들여다봤다.

에쓰오일·SK 공장 부지 문제 해결…투자 활성화
현대차·대한항공 대책협의 미포함… 갈 길이 멀다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새 정부 첫 무역투자진흥회의가 열렸다. 이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규제개선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 및 ‘수출 중소·중견기업 지원확대 방안’을 차례로 보고했다.

현 부총리는 “기업의 투자부진 지속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불합리한 규제로 인해 기업의 투자에 지장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쟁점은 각종 규제 완화와 지방자치단체의 빠른 인허가를 통해 현장에서 대기 중인 대규모 기업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방에 있는 국가산업단지 내에 땅이 없어 투자가 멈춰진 사례를 해소하기 위해 저장시설 등 공공기관 운영시설을 지하화 함으로써 여유 부지(180만㎡)를 확보해 2016년까지 8조 원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마땅한 부지가 없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보였던 에쓰오일은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에쓰오일은 제2 정유공장 설립을 준비하면서 투자 계획을 보류해야 했다. 정유제품 수출을 위해 2조 원대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계획했던 울산 여수지역에 마땅한 공장부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정책으로 인해 에쓰오일은 투자계획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규제 완화책으로 한동안 보류했던 투자 계획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동출자법인 중 외국인 합작법인 규제가 완화되면서 SK종합화학이 일본 JX에너지와 추진하는 1조 원 규모의 파라자일렌(PX) 합작공장 투자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이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성사되면 총 투자 효과는 직접 투자 12조 원에 연관 투자까지 더해져 훨씬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대책 발표 ‘불발’

하지만 이날 함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은 빠졌다.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재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받고 투자활성화를 위해 대폭적인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이 죽는다며 비수도권의 반발이 거세지자 막판에 제외됐다는 후문이다.

정 차관보는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도 검토했으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도권 내에서 각종 규제로 허가 받지 못했던 대한항공과 현대차는 재벌 규제 완화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계열사를 한 데 모아 그룹차원의 글로벌 거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서울 성수동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에 막혀 현재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따라서 기존 사옥은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06년 개발 계획을 제안한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2만여 명의 고용 창출과 1조9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도시 기본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서울시가 초고층 건립 허가를 내주지 않아 지난해 사실상 사업추진을 중단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2008년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번지에 3만6642㎡의 부지를 구입, 7성급 호텔 건설 사업을 야심차게 밝혔다. 그러나 200m 안에 덕성여중·고, 풍문여고 등 학교만 3군데나 위치해 있어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중부교육청이 공사를 불허했다.

또한 이 부지는 인근에 경복궁과 청와대, 북촌한옥마을 등으로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곳이다. 때문에 호텔 부지로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거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은 2010년 ‘호텔 등을 건축해도 학교 학습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건축허가를 위한 소송을 진행해 법과 여론을 무시한 처사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한편 지난달 29일 정 차관보는 “현대차와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투자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경제민주화 논의와 함께 재벌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일부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식의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