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셰일가스가 국내 화학업계 판도 바꾼다”

2013-05-06     김나영 기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정된 자원에 대한 우려는 마치 세기말마다 돌아오는 종말론처럼 사람들을 잠식했다. 특히 석유가 향후 몇십 년 안에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때마다 나이 든 세대들은 막연한 불안에 떨며 다음 세대를 걱정하곤 했다.

그러나 지구상에는 석유처럼 익숙한 에너지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 가스를 비롯해 핵연료, 신재생에너지(대체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사실 에너지원의 경우 발견은 차치하더라도 이를 개발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최근 2의 석유로 불리는 셰일가스는 채굴기술을 상용화함으로써 직접 캐낼 수 있게 돼 가장 각광받는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셰일가스의 현황을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짚어봤다.


미국 상용화 성공 못 먹는 감 200년 동안 찔렀더니 됐다
에틸렌 추출 방식 차이에 단가 벌어져화학업계 먹구름

통상적으로 천연가스라 하면 유전이나 가스전에 농축돼 있는 전통적인 것만을 한정해왔다. 하지만 인류의 노력으로 그보다 깊은 지하에 잔류하는 가스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범위가 혁신적으로 늘어났다. 이중 주목받는 것이 바로 셰일가스다.

셰일가스는 석유나 가스가 생성되는 셰일층에 존재하는 비재래에너지 중 하나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에 의하면 기존 전통가스는 셰일층에서 생성된 후 지표면 방향으로 이동해 농축된 데 반해 비전통가스인 셰일가스는 불투과 암석층에 막혀 생성된 곳에 그대로 넓게 퍼져 있는 형태다.

수직으로 파고들어 수평으로 캐낸다

이 셰일가스는 전 세계 곳곳에 분포해 있어 기존의 전통 천연가스가 생성되지 않는 곳에서도 채굴이 가능하다. 기존 가스와 생산방식이 다를 뿐 화학적 성분은 동일한 천연가스다. 다만 전통가스에 비해 채굴이 까다로워 생산비가 높기 때문에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이미 미국은 1800년대부터 애쓴 끝에 근래에는 수평시추기술과 수압파쇄공법으로 상용화에 성공해 셰일가스 개발대국으로 올라섰으며 중국은 아직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계에 서 있다.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셰일가스 매장량 1,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확인매장량만도 기존 전통가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2030년대까지 천연가스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해 셰일가스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값싼 원료 펑펑복받은 미국중국

이렇듯 전 세계적인 셰일가스 붐에 우리나라도 슬쩍 동참하는 추세다. 최근 정부는 천연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셰일가스 도입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11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에서 도시가스 수요 증가에 따라 중동산 전통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북미지역의 값싼 셰일가스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문제는 셰일가스가 기존 전통가스를 대체할수록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대대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석유화학산업에 필수적인 에틸렌은 주로 에탄을 주성분으로 한 천연가스나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 LPG 등에서 추출할 수 있다.


일례로 가스가 많이 나는 지역에서 에틸렌을 추출할 때는 천연가스를 700~750의 고온에서 열분해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가스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성되는 끓는점 100이하의 경질 나프타를 이용하는 나프타 크래킹 센터(Naphtha Cracking Center, NCC) 공정을 통해 에틸렌을 생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에서 셰일가스를 채굴해 에틸렌을 뽑아내면 단가가 반으로 내려가 자국 내 화학산업이 수혜를 입는다. 그렇지만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이미 구축된 나프타 공정 라인을 뒤엎지 않는 한 단가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본격적인 셰일가스 개발에 돌입하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몰락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셰일가스가 상용화되면서 어떤 원료로부터 에틸렌을 생산해내는지에 따라 각국 석유화학산업의 희비가 갈리게 된 셈이다.
 
긴장한 국내 기업들해외 공장 건설 추진

여기에 영향을 받는 국내 에틸렌 생산 석유화학기업은 롯데케미칼, LG화학, SK종합화학, 삼성토탈, 대한유화공업, 여천NCC 등 총 6곳으로 지난해 6월말 기준 총 생산능력은 연간 828만톤에 달한다.

LG화학의 경우에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려는 중이다. 앞서 조석제 LG화학 사장은 셰일가스가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사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1분기 기업설명회를 통해 셰일가스는 2015년까지는 영향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그 이후에도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이 에탄을 싼 가격에 공급받아 수익성이 올라가겠지만 이를 활용한 증설이 즉시 이뤄지지 않아 아직 영향이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공격적으로 증설 물량이 나오더라도 2016~2018년까지는 200~500만톤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LG화학은 셰일가스에 대비해 해외에 가스 기반 화학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롯데케미칼도 비슷한 취지의 해외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종합화학의 경우에는 지난달 29일 아예 셰일가스 관련 기업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며 관련주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셰일가스로 인해 화학산업의 대변화가 예고되면서 관련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타진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대상 기업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미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