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청와대-국정원장 정치개입 연결고리 밝혀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민주통합당 대응방안 대공개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경찰청 고위층 외압의혹’ 폭로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이 재점화됐다. 당시 경찰 수사 발표에는 법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대목이 많아 부실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여기에 사건을 맡았던 권 수사과장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경찰의 은폐의혹까지 대두되고 있는 것.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 대통령에게 선물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신구권력 합작설’까지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도 맞불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권 과장에 따르면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13일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톱 PC를 임의 제출받아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에 하드디스크 분석을 의뢰했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은 선거 개입 의혹 댓글을 찾기 위해 78개의 키워드를 지정해 서울청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서울청에서 키워드 개수를 줄이라는 지시가 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네 개의 키워드를 지정해 분석을 다시 의뢰했다. 당시 서울청은 키워드 분석에 들어간 지 사흘도 채 되지 않은 16일 오후 11시 “의심 댓글이 없다”는 분석결과를 긴급 발표했다. 이를 두고 권 과장은 “긴급 발표를 보고 실무자들은 ‘속았다’라는 생각에 망연자실했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 수사팀을 이끌었던 권 과장은 국정원 사건 수사를 하던 도중 송파경찰서로 전보됐고, 정확한 수사를 촉구하며 ‘폭로’에 이르게 됐다.
경란(警亂) 사태로 번지나
권 과장의 폭로로 한동안 잠잠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이 다시 요동쳤다.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국정원 연루 사건을 사실상 전면 재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국정원 대북심리정보국장 A씨에 대해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민주통합당이 지난 2월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경찰공무원법의 정치중립 의무 위반 및 형법의 직권남용)로 김용판 전 청장을 고발한 사건을 특별수사팀에 재배당해 수사키로 했다. 이른바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검찰은 권 과장이 주장한 수사 축소 은폐를 지시한 윗선이 김 전 청장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만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경찰 외압 의혹 등 사건 전반에 대해 동시에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성한 신임 경찰청장은 윗선 압력 의혹에 대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경찰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해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부실수사 지적을 반박했다. 또 선거법 위반을 적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찬성과 반대를 클릭한 것에 대해 판례와 법리 검토를 거쳐 선거법 위반 적용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권 과장이 지적한 키워드 축소 지시 의혹에 대해서는 “(수서경찰서가 제시한)키워드는 수사와 관계없는 내용이 많았고 수사의 효율성을 고려해 실무단 협의를 거쳐 키워드 숫자를 정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또 권 과장의 폭로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과장된 내용이 있으면 감찰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을 낳았다.
야, 엄정수사 촉구 결의문
이처럼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 수사는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수사 책임자가 의혹을 폭로하고 지휘부가 반박하며 마찰이 격화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 같은 수사 일선과 지휘부 충돌이 경란(警亂)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이 재점화되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실은폐 수사공작’ 담합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지난 25일에 열린 첫 국회 대정문질문에서도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고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 공세가 도를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4일 민주통합당 전략기획위원회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방안을 결정했다.
‘정국현안 및 대응방안’ 문건에 따르면 우선 민주통합당은 국정원헌정파괴조사특위를 확대 개편해 활동을 가시화하기로 했다. 거당적 차원의 참여로 확대개편하고 즉각적인 활동 가시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국정원 불법대선개입과 관련한 국회 법사위, 안전행정위,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의 연석회의 개최도 검토 중이다. 경찰청과 국정원을 항의방문 하는 것에 대해서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입장 표명 촉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경찰 수뇌부의 조직적 축소·은폐 수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총공세를 통해 “국정원과 경찰의 야합으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가 파괴됐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특히 “경찰이 수뇌부는 면죄부를 주고 내부고발자는 옭아매려는 것”이라는 내용의 주장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민주통합당은 엄중한 수사 촉구에 주력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치공작을 직접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축소 은폐 수사를 지시한 경찰 수뇌부를 집중 수사 촉구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세웠다. 민주통합당은 특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진실 규명은 대통령-청와대-국정원장으로 이어지는 정치개입의 실체와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여 공세도 강화하기로 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단호한 진상 규명 협조를 요구하는 한편 국회차원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강하게 요구할 방침이다.
또 이철우 새누리당 대변인의 “야당의 불법감금,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지난 19일 발언에 대해서도 공개사과를 촉구하기로 했다.
끝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의 국정원 불법선거운동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에 관련된 제보를 받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고, 검찰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문제가 있거나 미진할 경우에는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본적으로 대선 국정원 조직적 개입 여부와 국정원이 이 같은 일을 벌인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쳐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경찰 고위층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축소 은폐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자 일각에서는 민주통합당과 권 과장 사이에 사전 교감을 가진게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권 과장을 두고 “광주의 딸”로 호칭하며 당력을 총동원해 권 과장을 보호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파문이 일고 있는 것. 이를 두고 ‘사전 교감’ ‘권 과장 민주당 영입설’ 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문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쾌한 심정을 내비쳤다. 이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문 위원장은 “광주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폭로를 두고 사법고시 출신의 최초 여성 경찰인 권 과장이 로펌행을 염두에 두고 ‘폭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 과장은 사시 43회로 2005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경기 용인경찰서 수사과장과 서초경찰서 수사과장을 지낸 바 있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일요서울 기자와 만나 ‘외압을 받았던 당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당시는 수사 중이었고 수사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설에 관련해서는 “나는 현재 경찰관이다. 정치권에 입문할 생각도 로펌행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