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女승무원 치마 사랑

“바지 입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2013-04-29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아시아나항공(회장 박삼구)이 또다시 여승무원 치마 유니폼 착용과 관련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지나친 복장 지침으로 논란을 야기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으로부터 여승무원의 바지 선택 착용을 허용할 것을 권고 받았지만 여전히 치마를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의 ‘치마 집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나처럼 자체적인 승무원 복장 규정은 있지만 바지 유니폼은 허용하는 등 아시아나항공보다 규범이 덜 엄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측은 치마 유니폼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극구 부인하고 있어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복장과 관련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  “사측서 바지 유니폼 신청 취소 요구”
사측  “신청 취소 압력한 적 없어…사실무근”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여성 승무원의 바지 유니폼 착용을 금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2월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난달 15일부터 신청자에 한해 바지 유니폼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1988년 설립된 이래로 25년 만에 바지 유니폼 착용이 허용된 것. 이에 일부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유니폼 선택의 폭이 넓어져 일을 하는 데 있어 부담감이 줄어들게 됐다”며 회사의 방침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 지난 18일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5일부터 여성 승무원 3500여명을 대상으로 바지 유니폼 신청을 받은 뒤 신청자 일부에게 취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바지 유니폼을 신청한 여성은 전체 2.3%인 81명으로 나타났다.

승무원 A씨는 “유니폼을 담당하는 부서로부터 ‘바지 유니폼을 신청하지 않으면 안되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며 “동료 승무원 중 경력이 짧거나 회사 정책에 비교적 협조적인 직원이 주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승무원 B씨 역시 “회사 분위기가 신청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바지 주문자 리스트가 사측에 보고돼 업무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소리마저 사내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수정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은 “유니폼 담당자가 ‘바지 유니폼 신청 여부가 인사 고과에 반영되고 신청자 명단도 임원에게 통보된다’며 일부 여성 승무원에게 신청을 취소하라고 연락했다”면서 “접수 초기만 하더라도 바지 유니폼 신청자가 꽤 많았지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여론이 커지자 신청자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행태는 여성승무원에게 탑승객의 안전과 서비스보다 기업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상품화를 강요하는 태도”라며 “탑승객들은 승무원의 옷을 보고 비행기표를 사지 않는다. 친절한 서비스와 따뜻한 미소로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이 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승무원의 신청을 받고 유니폼을 지급했으며 신청 취소를 권한 적이 없다. 눈치 역시 준 적 없다”면서 “바지가 오히려 기내에서 일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신청률이 저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복장 지침 규제 너무 심해

아시아나항공의 지나친 복장 지침 논란은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빌딩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 측이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시작됐다.

이날 노조 측이 공개한 아시아나항공 지침은 머리핀 개수까지 규정할 정도로 세밀했다. ‘바지는 입을 수 없으며 치마 길이는 무릎 중앙선 까지, 머리핀도 두 개까지 가능, 귀고리는 가로·세로 각각 1.5cm 이하, 귀고리 재질은 금·은·백금·크리스털·진주 까지만 허용. 아이라인은 검정색과 갈색, 메니큐어는 핑크색 계통, 립스틱은 선명하고 밝게 보이는 색상, 근무 중 안경은 쓸 수 없음’ 등 복장 지침이라기 보다는 외모 규정에 가까웠다. 하지만 당시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권고 수준이지 강제 규정은 아니다”며 노조 측의 주장에 반발했다. 

그러나 공공운수노조연맹을 비롯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아시아나항공사를 상대로 계속해 ‘여승무원에 대한 성차별적인 외모규정 폐기’를 촉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민주노총여성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의 승무원 복장 규정이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규정과 처우’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여성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세밀한 외모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안전문제를 야기하며 성 상품화와 외모지상주의의 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무원의 유니폼과 외모는 회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라며 “지나치게 돌발적인 개성은 승객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안전문제와 관련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안전 규정이 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복장이 문제가 있다면 먼저 지적이 나왔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양측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인권위는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들에게 치마길이, 귀걸이 크기와 재질, 매니큐어 색상 심지어 눈 화장 색깔 등 구체적인 용모 규정을 적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바지 선택 착용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고 용모의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해 획일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것은 규범적인 여성의 모습과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여성을 전제하는 것으로 성차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면서 “치마만 착용할 경우 비상상황 발생 시 대응에 어려움이 있는 점, 다른 국내 항공사들이 바지를 선택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한의 정도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의 용모, 복장 기준을 간소화하고 세부적인 제한조건은 삭제 또는 완화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차기 유니폼 변경 시 의견을 수렴해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으로 바지를 채택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