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 처벌하라, 나도 처벌 받겠다”

2003-09-08     이인철 
30대 회사원 살신성인(?) 화제휴대폰 카메라로 당시 현장 사진 몰래 찍어 증거물로 제시“사랑하는 사람이 윤락 계속, 업소 근절시킬 생각이었다” 평범한 30대 회사원이 윤락업소에서 직접 윤락행위를 한 후 경찰에 업소를 고발하고 자신도 처벌을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화대시비로 인해 경찰서까지 찾아와 입건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본인이 직접 윤락을 한 뒤 업소를 단속해 달라고 찾아온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알고서도 불법윤락업소 퇴치를 위해 발벗고 나서 화제를 낳고 있는 한 30대 회사원의 ‘살신성인(?)’ 스토리를 담았다. “내가 직접 윤락행위를 했으니까, 그 업소를 단속해 주세요” 지난 4일 새벽 3시경 서울 강남경찰서에는 평범한 회사원 P(34)씨가 윤락행위를 했다며 스스로 자수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P씨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S 안마시술소에서 여종업원과 윤락행위를 한 뒤 경찰서를 찾은 것. P씨는 또 양말에 성관계 당시 사용했던 콘돔과 현장을 몰래찍은 휴대폰 카메라의 사진을 자신의 윤락 증거물로 제시했다. 윤락업소를 고발하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면서 윤락을 한 보기드문 경우. 이에 대해 P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윤락업소의 사장과 직접 술을 마신 적도 있을 만큼 그들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불법적인 윤락업소를 근절시키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배경을 이야기 했다.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그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었다는 것. P씨는 지난해 하반기 윤락업소에서 만난 여성 A씨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 이후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고, 윤락업소에서 일하던 A씨는 P씨의 설득으로 올 2월 다니던 업소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최근 다시 A씨가 돈을 벌기 위해 업소로 돌아간 것. P씨는 A씨를 설득하고 회유도 해 보았지만, 그녀는 결국 업소로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P씨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윤락업소를 근절시키겠다는 평소의 생각과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이 결부돼 P씨는 윤락을 알선하는 업소들을 경찰에 신고하기 시작했다. 112신고는 물론 인터넷을 이용해 경찰청 홈페이지에 제보했고 청와대 민원제보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윤락업소 퇴치작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국의 답변은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실제 P씨는 “112신고를 했다가 상황실 여경과 다투기도 했다”면서 “신고를 했지만, 현장을 목격했느냐는 등 단속에 소극적인 말로 일관해 목소리를 높였던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답답했던 P씨는 모 여성단체에 찾아가 상담까지 했을 정도. 이 자리에서 P씨는 “만일 내가 들어가서 윤락을 해 증거를 남기면 업소가 처벌을 받게 되느냐”고 물었고 이에 여성단체 측은 “그렇게 한다면 처벌을 받게 된다”며 “하지만, 당신도 윤락행위방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씨는 자신이 처벌받더라도 윤락업소를 퇴치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이에 대해 P씨는 “솔직히 처벌 수위가 높았다면 망설였을 지도 모르겠다”면서 “벌금형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윤락업소를 처벌하는 데 그 정도 처벌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P씨는 4일 밤 0시 30분경 논현동에 있는 S 안마시술소를 찾았다. P씨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업소인 이곳을 신고하면 다른 업소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생각에서 이 업소를 선택했다. P씨는 사전에 경찰에 미리 전화를 걸고 “지금 논현동의 S안마시술소로 들어가 내가 증인이 될테니 전화를 하면 윤락행위를 하는 현장을 급습하라”고 요청한 뒤 업소로 들어갔다.

그러나 업소 측에서 “1시간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는 말을 하자 P씨는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새벽 3시경 단속을 오면 된다”고 말했다. P씨가 예약했던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경찰의 전화가 왔다. “업소 앞에 있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들어갈 수 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P씨는 “현장에서 발각되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증거물을 남기고 반드시 신고하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이에 자신이 직접 윤락행위를 해 사용했던 콘돔과 휴대폰 카메라로 현장의 모습을 담은 증거물을 남긴 것. P씨는 이를 들고 경찰서로 향했고, 경찰은 P씨를 윤락행위방지법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P씨가 신고한 해당 S 안마시술소의 업주와 상대 윤락여성을 쫓고 있다. 한편 P씨는 “S 안마시술소를 신고한 다음날인 5일에도 윤락업소 한 곳을 찾아가 같은 방법으로 신고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이들 업소들에 대해 당국이 실질적인 단속을 할 때까지 앞으로도 처벌을 감수하면서 내가 증인이 돼 신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쪽 업소들이 다른 곳에 비해 입소문이 빠른 곳이라 사랑하는 여인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