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OLED 기술 유출 이전투구
삼성에 대한 구본무의 끝나지 않은 ‘앙심’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삼성(회장 이건희)과 LG(회장 구본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과 관련해 2라운드 공방에 돌입했다. 경찰이 지난 9일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를 통해 OLED 패널기술을 빼낸 혐의를 잡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 이에 삼성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고, LG 측은 ‘유감이다’라며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양사는 지난 2월 정부의 중재로 특허소송과 관련해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달도 채 안 돼 LG의 보상요구를 시작으로 또다시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LG가 정부의 중재로 삼성과 함께 일부 소송을 취하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연출해 놓고 현재 전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반응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LG가 자신들의 특허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상반된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두 기업의 불꽃 튀는 신경전,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두 기업 중재 나섰던 정부 노력 수포로…OLED 진실 게임 다시 원점으로
LG “압수수색은 기술 유출의 증거” vs 삼성 “다른 기술 쳐다볼 이유 없어”
지난 9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산, 천안, 기흥에 있는 사업장 3곳과 본사 4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경쟁업체인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를 통해 OLED 패널기술을 빼낸 혐의를 잡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2월 정부의 중재로 끝날 기미가 보였던 두 기업의 기술 유출 신경전은 다시 재점화 됐다.
그동안 양측의 기술유출 공방전은 지난해 9월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기술 유출 관련 기록 및 세부기술에 대한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시작됐다. 때문에 사실상 소송방향은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상황은 반전돼 삼성이 LG의 기술을 빼내간 주체로 몰리고 있다.
이를 놓칠세라 LG디스플레이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은 삼성이 자사의 협력업체를 통해 대형 OLED 패널 기술을 빼냈다는 상당한 증거가 확보됐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업계의 자연스러운 인력이동을 문제 삼아 자사를 조직적인 범죄 집단으로 호도해온 경쟁사(삼성디스플리에)의 형태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랐던 꼴’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김기남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10일 삼성사장단회의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쓰고 있는 OLED 기술과 설비는 LG와는 다르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OLED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로 우리 기술의 유출을 걱정하고 있지, 다른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 역시 “기술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LG디스플레이 협력사 2곳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거래 관계가 전혀 없다”며 “경찰 측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유출 혐의가 있다기 보다는 사실 확인 차원에서 조사했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 전 화해는 잊은 지 오래
사실 업계에서는 LG의 행보가 이해 가질 않는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번 경찰 수사가 그동안 LG가 주장해 오던 입장에 상응하는 수사라고는 하지만, 앞서 정부의 주재 하에 양사는 진행해 오던 소송을 취하하는 등 화해의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4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김 사장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는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과 함께 오찬감담회를 열었다. 당시 디스플레이 특허분쟁에 대한 첫 협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고, 조속한 시일 내에 실무진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었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같은 달 12일,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기했던 OLED 기술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전격 취하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제기한 LDD 핵심특허에 대한 침해금지 가처분신청을 취하했다. 지난해 9월 이후 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특허를 놓고 진행하고 있는 소송 4건 중 가처분신청 2건을 정리한 것.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서로의 영업권을 방해하는 가처분신청은 철회하고 본격적인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특허소송 취하 제안에 보상을 요구하면서 양사 간의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당시 LG전자 측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특허소송 취하 제안을 받았다”면서 “소 취하보다 중요한 건 우리 특허에 대한 정당성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은 LG전자를 난데없이 소송전에 끌어놓고 대승적 결단을 내세워 취하 제안을 했다”며 “그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 제안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LG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특허 소송을 벌이기 훨씬 전부터 삼성전자 측에 자신들의 대한 보상을 요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즉 삼성에 특허 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던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소송을 걸었고, 이제 와 멋대로 취하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이 LG특허를 검토해 본 결과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자 소 취하라는 형식으로 넘어가려고 했다는 게 LG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시 삼성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LG전자와 특허 사용료에 대한 어떤 얘기도 오간 적이 없었다는 것.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G전자의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이번 소 취하제안과 특허 사용료에 대한 보상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압수수색에 따라 삼성과 LG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LG 측의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정부의 중재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지 오래”라며 “따라서 원점으로 돌아가 이들의 공방이 재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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