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

“문재인 ‘통큰 형님’행동은 아마추어적”

2013-04-15     안은혜 기자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지난 4월 9일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가 출범 78일 만에 평가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가 나오자 당내외 후폭풍이 거세다. 대선패배 원인 분석과 함께 실명으로 거론된 책임론에 당내 친노 세력의 반발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 평가위는 보고서에서 대선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후보의 결단력 부족을 꼽으면서 결과적으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문제를 부각시켰다. 보고서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실패에 대한 분석과 평가과정에서 있었던 갈등에 대한 뒷얘기도 평가위원들을 통해 들어봤다.

평가위의 대선평가보고서는 정당과 선거대책위원회, 후보 요인, 선거구도 등 선거캠페인 분석에 기반한 9대 패인으로 ▲대선전략 부재 ▲계파갈등 ▲두뇌기능 미흡 ▲취약한 리더십 ▲평상시 정당활동의 부재 ▲방만한 선대위 ▲당내협력문화 부진 ▲정책부족 ▲후보 요인을 들었다.

국민의 신뢰 하락으로 대선 패배

이 보고서는 “경제의 세계화, 사회경제의 양극화 속에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객관적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래의 뿌리인 포용과 소통의 프레임을 벗어나 민생을 외면한 채 이념논쟁, 계파갈등, 대결정치에 주력했다”면서 “당의 분열이 계속되고 계파갈등이 심화되면서 민주당에 대한 국민신뢰가 현저히 하락했다”고 밝혔다.
별도로 작성된 <소수 의견서>에 따르면 보고서가 위원장 중심의 책임 집필로 이뤄지면서 하나의 평가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선 패배의 근원적 원인인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키 위한 노력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했지만 대선승리를 이끌만큼 충분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낮은 지지도를 우회하며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은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민주당 중심의 민주캠프, 학자들 중심의 미래캠프, 시민사회 인사들 중심의 시민캠프가 독립적으로 운영됐고, 10인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임명해 이 세 캠프를 총괄 지휘하도록 했다.
민주당의 한계로 인해 수평적 캠프가 구성됐지만, 민주당의 내재적 역량이 손상된 것은 큰 손실이었다. 첫째, 민주당에서 캠프로의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둘째, 선대위원장들은 업무 조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셋째, 역설적으로 민주캠프와 미래캠프, 시민캠프간의 시너지는 오히려 이전 캠프보다 줄었다고 보여진다. 넷째, 세 캠프간 혼선이 지속되면서 캠프 구성원간에 불만이 팽배했다.
한편, 유세장에서 당원의 소외 문제는 잘못된 선거 운용의 사례로 꼽았다. 민주당의 낮은 지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있는 후보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유세장에서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에게 많은 제약이 가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당원들을 소외시키면서 유세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안철수 전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와와 관련해 보고서는 “두 후보 모두 지지층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한 집단은 두 후보 가운데 어느 후보든 단일후보가 되어서 새누리당의 재집권과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아주기를 바랬던 이들이었다”며 “협상의 상황과 조건은 충분히 좋았으나 승리주의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해 실패했다”고 분석하며 “결과적으로 협상에서 쌍방이 무능력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분석, “안철수 지지자의 65.2%는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했음이 확인됐으며 21.2%는 박근혜 후보에게 갔고 11.7%는 기권했다”며 “이것은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의 45%가 안철수 지지자로부터 온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대선이 끝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도 ‘안철수 현상’과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는 대선이 끝난 현재에도 매우 높다’는 의견에 46.7%가 동의했다.
보고서는 새롭게 정치를 재개한 안 전 후보에 대한 현재의 지지는 상당한 수준이지만, 정치인 안철수가 좀 더 확고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보다 자기 성찰적인 책임 윤리의 실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안 지지자 65%가 문재인 후보에 투표

한편, 평가기간 중 당내외 인사들 간의 갈등 요인에 대해 평가위원들에게 물었다.
평가위 간사위원 김재홍 경기대 교수는 “평가 기간 중에 있을 수 있는 토론의 한 과정이었다”고 말을 아꼈다. 평가위원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4.11 총선 평가보고서 유출 사건의 경우 의도적인 유출이 아니라 인수인계 과정에서의 실종이었다는 점이 토론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평가위원인 대구카톨릭대 장우영 교수는 “시작단계에서의 워밍업 과정과 준비과정을 따지면 평가 기간이 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9명 위원이 보고서에 나온 의제들을 모두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며 “SNS 상에 ‘의도적으로 이 시기에 보고서를 내놨다’는 말도 있는데 이것은 억측이다. 당초 3월 말에 평가를 완료하기로 했던 계획보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10일 가량 늦춰졌다. 평가위원 각자의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견의 차이와 강도는 다르다. 소소한 갈등과 큰 갈등이 있었다. 큰 갈등은 아무래도 책임론에 대한 내용이었다. 각각의 의제들이 독립적, 상호 연계적이었다. 설문 분석 파트, 어느 선까지 책임을 져야하나 등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가위는 보고서에서 대선패배 원인을 문재인 후보의 역량 문제를 들었다. 이와 관련 친노계는 안철수 전 후보 측이 합의를 뒤집었기 때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문-안 단일화 협상 당시 문재인 전 후보 측 이인영 본부장과 안철수 전 후보 측 박선숙 본부장이 특사회동으로 만났을 때 박 본부장이 기존의 합의를 뒤집었다는 것이다.
장우영 교수는 단일화 과정에 대해 “협상의 기본인 의례적인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다. 특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규칙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자신이 패배할 수도 있다’는 생각 없이는 협상이 유연해 질 수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경우 공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에서 중심에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과거의 경험에 의한 축적된 역량이 있음에도 제대로 발동시키지 못했다”며 “물론 모든 책임론을 민주당에 줄 순 없다. ‘통큰 형님’의 발언을 제시했지만 행동은 아마추어적이지 않았나 싶다. 억울한 측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민주당이 유연한 협상을 주도했다면 합리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대선은 승자가 5년의 권력을 모두 가져가는 싸움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후보와 이길 수 있는 후보 중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야 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친노계의 반발에 대해서 그는 “사견을 말하자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고서는 만들어질 수 없다. 평가 작업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정치에 있어서의 ‘책임 윤리’라는 것이 도덕적인 문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2007년에 이어 연속해서 대선 패배를 해서 지지집단에게 큰 실망을 안겨 줬다.
패배이후 회초리 투어도 했지만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정말 내가 잘못해서 패배했다’는 현직 의원, 당직자, 관련자들의 태도가 체감되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어떤 의원은 ‘직위를 내려놓고 회초리 투어도 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반성을 합니까’라는 말도 했다. 형식적인 자성캠페인이 아닌 국민들의 마음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한상진 위원장도 말했듯 반성의 과정에서 김부겸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나 계파해체 선언 등이 긍정적인 신호탄이고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국민들 수준에서 대선패배에 대해 책임감 있는 집단의 자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명숙-이해찬-박지원-문재인-문성근 순의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평가위는 크게 두 가지의 여론조사를 했다. 하나는 당내 인사들인 의원, 지역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다. 또 하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의식 조사였다. 책임 순서에 대한 것은 당내 여론조사를 통해 도출해낸 결과였다고 평가위는 전했다.

문 캠프 측 “대선 과정 백서 만들 것”

한편, 대선평가보고서는 향후 민주통합당이 나아갈 진로와 발전방향에 대해 ‘생활밀착형 민생정당’으로 대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지역친화적 정당’과 ‘세대 조화의 정당’을 제언하기도 했다. 고질적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공적인 리더십을 확립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치적 책임을 ‘처벌’이 아닌 ‘정치적 덕목’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윤리의 빈사 상태”라며 “지도부가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고 공개적으로 ‘내 탓이오’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위는 한상진 위원장을 포함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평가위 간사위원 김재홍 교수는 “대선평가는 선거의 패인분석에 그치지 않고 4년 뒤에 치를 새로운 대선에서의 민주진영의 집권플랜에 초석을 마련하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장우영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어떤 보고서든 물리적인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한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진 않지만 주어진 기간·인력을 감안하면 상상했던 것 이상의 주제를 다뤘다고 생각한다. 정량적, 정성적인 방법을 다 동원했고, 필요에 따른 모든 사람들을 만났다”며 “자료나 탐문에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편적인 기준에서 만들어지는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보고서가 발표되고 문재인 전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영표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빠른 시일 내에 대선 과정에 주요 사실을 공개하는 백서를 만들어 배포할 것”이라고 해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백서가 나오게 되면 안 전 후보 측에서도 어떤 반응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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