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 26
▲ 신 : 게다가 내성이 강한 바이러스 세균에 대한 농작물 피해도 발생되고 있지요. 자연생태계에서도 먹이사슬에 의한 생태계의 이상 징후가 군데군데 발생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피해는 당장은 잘 모릅니다. 금방 나타난 현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지요. 메뚜기·잠자리 제비가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이 매우 어렵지요. 복원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복원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 L팀장 : 녹조·적조 피해도 심각하지요.
▲ 신 : 여름철만 되면 하천과 바다에는 항상 녹조(綠潮), 적조(赤潮)가 발생되고 있지요. 연례행사가 됐습니다. 그만큼 물이 오염됐다는 지표이지요. 농약·비료의 사용이 늘고 공장폐수·생활하수·축산폐수가 강과 바다로 유입되면서 질소 인과 같은 영양물질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녹조·적조가 발생되면서 물고기가 폐사하고 김 양식장의 피해도 발생됐습니다.
과거에도 녹조·적조가 발생된 기록이 있지요. 서기 161년 신라 아사달왕 8년차 서기 639년 선덕여왕 8년에 동해에서 바다가 붉게 물들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습니다. 그러나 빈도가 문제이지요. 옛날에는 아주 가끔 발생됐지만 지금은 녹조·적조가 매년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제 녹조·적조는 더 이상 신문기사 거리도 안 됩니다. 그것이 문제이지요.
제 15장 선거운동
1. 단골식당, 단골 이발소
- L팀장 :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자장면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 신 : 그렇게 소문이 나 있지요. ‘자장면 시장’이란 소리도 들었어요. 실제 ‘자장면’을 참 좋아 합니다. 자장면을 자주 먹는 편이지요. 그러나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 선거를 치르고 바쁜 일정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여유롭고 느긋하게 식사 할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래서 점심식사는 자장면을 자주 이용했습니다. 자장면 한 그릇 먹는데 5분이면 충분하지요. 수행비서가 제가 자장면을 너무 빨리 먹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의 수행비서들이 자장면에 물려버렸답니다. 싫다 소리도 못하고 따라 왔지만 고충이 많았답니다.
자장면은 선거를 하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참 편리하지요. 값이 싸고 빨리 먹을 수 있고, 식사하면서 많은 시민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지요.
- L팀장 : 시장님은 단골식당이 없으신 것 같아요.
▲ 신 : 예, 그렇습니다. 비교적 자주 가는 식당과 이발소는 있겠지만 단골식당과 단골 이발소는 없지요. 문경에는 1200여 개의 식당이 있고 70여개 이발소가 있습니다. 모두가 저를 시장으로 뽑아 주신 시민들이기에 모든 식당, 모든 이발소가 저의 단골이지요. 굳이 택한다면 큰 식당, 영업이 잘 되는 식당은 잘 가지 않는 편이지요. 큰 식당의 경우 저에게는 참 거북한 점이 많습니다. 선거철도 아닐 때는 이방 저방 다니며 인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인사 안하고 그냥 나오면 나중에 ‘인사도 안하고 가더라’는 지적을 받습니다.
작은 식당을 자주 가는 게 선거 전략이기도 하지요. 작은 식당에 가면 정말 반가워하시는데, 시장이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시고 두고두고 자랑까지 하시지요. 어떤 식당 아주머니는 메모지를 가져와 “시장님 사인해주세요”라고 부탁까지 합니다.
게다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더 진솔하게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더욱 인간적이고 사람 사는 분위기를 느껴서 참으로 좋습니다. 이발소도 이곳저곳 고루고루 다니면 귀한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습니다. 선출직에 있는 사람들은 단골이라는 소문이 나면 단골이 아닌 나머지 식당, 이발소에서는 섭섭하게 생각하지요. 표가 떨어집니다. 룸살롱 마담의 정치력을 배워야 합니다. 모든 손님의 애인이어야 하지요.
2. 나락 가마니 함께 메다
- L팀장 : 후보시절 벼수매 현장에서 나락(벼) 가마니를 멘 것으로 유명합니다.
▲ 신 : 2001년 11월로 기억합니다. 처음 환경부를 그만두고 선거에 뛰어 들었을 때 가을 벼 수매장을 다니면서 명함을 드리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저, 신현국입니다.”
“누구라고?”
매우 냉소적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르신네들이 경운기를 수매장에 세우고 나락 가마니를 메고 있어 힘이 들고,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인사를 드리니 반응이 좋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어르신네들과 함께 나락 가마니를 메기 시작했지요.
경운기에서 나락 가마니를 다 메고 나면 그때 어르신네가 묻습니다. “누구시지요?” 그 때 제가 누구라고 얘기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차츰 저의 이름이, 저의 얘기가 화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나락가마니 메어 주는 후보’로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하루에 많이 멜 때는 40㎏짜리 150개 정도는 메었습니다.
후보시절 나락가마니 멘 것이 당선에 큰 역할을 하였지요. 시장에 당선된 이후에도 나락 가마니 멘 것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시장이 된 후에도 나락 가마니를 메려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지요. 처음에는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장이 나락 가마니를 메니까 읍·면·동장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 이·통장님들도 거북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시장이 된 후에는 나락 가마니 메는 것을 계속하지는 못했지요. 그러나 늘 마음만은 늘 어르신들과 함께 나락 가마니를 메고 싶었습니다.
3. 기억력
- L팀장 :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신 : 그렇지 않습니다.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은 많이 하지요. 기억은 한계가 있습니다. 메모가 가장 좋은 기억이지요.
처음 고향에 내려왔을 때의 얘기입니다. 농민단체대표 10여 명과 식사를 했어요. 명함을 주는 것도 아니고 본인들 소개도 안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후보입장에서 일일이 이름을 물을 수도 없었지요. 하는 수 없이 대화중에 순간순간 이름이 오르내릴 때 이름을 기억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처음 만난 사람 10명만 해도 헷갈리지요. 기억이 떨어지기 전에 화장실에 가서 메모를 했습니다. 이름·인상착의까지 메모를 했습니다. 나중에 그때 모임에 참석한 분을 다른 모임에서 만났지요. 제가 이름을 기억했더니 깜짝 놀라셨습니다.
제가 환경부에 있을 때 서울의 K대학 환경과에 강사로 출강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40명 정도 됐지요. 첫 시간에 제가 학생들에게 약속했지요. 출석 부르는 시간이 아까워 수업시간에 출석을 부르지 않겠다고 얘기했지요. 대신, 강좌가 끝날 때쯤에는 학생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겠노라고 약속했지요. 강좌가 끝나고 학교 앞 호프집에서 종강파티를 할 때 40명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줬더니 모두들 이해가 안 된다고 얘기 했어요.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시간에 시험감독 하면서 학생들의 이름을 암기했던 것입니다.
기억은 관심이요. 메모뿐이지요. 머리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로 기억하는 것이 저의 경험입니다.
4. 스피치
- L팀장 : 지난해 A학교 동창회에서 시장님은 축사 대신에 큰절 한 번 하고 그냥 내려 오셨습니다. 그 때 박수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습니다.
▲ 신 : 그날이 광복절 날이었습니다. 엄청나게 더운 날씨였지요. 동창회 개회식이 11시에 시작됐지요. 땡볕에서 운동장에 동창회원들이 줄을 쭉 서서 듣고 있었지요. 동창회장·학교장·국회의원에 이어 제가 네 번째로 단상에 올랐습니다. 다들 더워서 땀을 닦고 있었지요. 뻔한 얘기를 계속해서 길게 얘기하니 모두들 지루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감사하다는 뜻에서 큰절을 드리고 내려온 것입니다. 스피치란 자신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 얘기해야 된다는 것을 저는 4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터득했습니다.
선거에서 돈과 조직 다음으로 파워풀한 게 스피치이지요. 2004년 미국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초선의 오바마 상원의원은 15분간의 키노트(Key note) 스피치에서 미국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 명연설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주위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15분간의 명 스피치는 4년 뒤 오바마 상원의원을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되게 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