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가로 인생 2막 열어가는 3성 장군의 꿈

[인물초대석]정두근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총재

2013-04-08     고동석 기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 전 인류가 행복해져요”

[일요서울|고동석 기자] 육군3사관학교 출신으로 3성 장군에 올랐던 (사)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정두근 총재는 2010년 12월 40여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예편했다. 그런데도 여느 퇴역 장성들과 달리 정 총재는 전역 후에도 사회운동가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32사단장 시절 착안하고 실천해온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이하 상존배 운동)을 병영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군대 병영문화 개선에만 머무르지 않고 직장과 학교, 가정으로 전파하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국민대통합도 상호 존중과 배려운동으로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이 운동과 관련해 군 시절과 전역 후에 <장군의 꿈, 상호 존중과 배려>, <덕불고> 등 두 권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운동을 병영문화로 실천했던 사단장 시절 육군 장성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기도 했던 그에게 상존배는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반드시 이뤄내야 할 현실이 됐다. 운동본부의 사단법인 등록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상존배의 핵심가치를 공감하면서 정 총재에게 권유하면서 탄생했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출연금 5000만 원과 사무실 운영비는 친익척과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고 그의 아내가 내어준 아파트 담보대출금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한 상존배운동본부는 출범 1년 10개월여 만에 현재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회원 수만 250여 명, 등록회원 3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로 자리 잡았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로 만들어 가는 것이 기본 핵심 가치다. 얼핏 보기에 단순하지만 뜻이 깊고, 실천하기엔 잘 안 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이 일이 그에겐 일생을 내던져야 이뤄야 할 사회운동이 됐다.
정 총재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 싯구의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은 바로 상존배 운동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화와 문화화가 되는 날이며 그날은 결코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이하 상존배)을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까?

▲ 2003년 12월초 32사단장으로 취임한 후 겨우 한 달 지났을 때였어요. 수개월 전부터 사단사령부 본부대 식당의 선임 취사병이 후임 취사병을 구타한 사실이 발견돼 헌병대장의 건의를 따라 2명의 구속을 승인했습니다. 며칠 뒤 또다시 충남 당진의 모 해안소초에서 병장 2명이 후임병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한 것이 적발돼 2명을 구속했어요. 연거푸 사령부 본부대 경비소대에서 분대장과 선임병이 후임병을 폭언과 폭행뿐만 아니라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3명을 구속하는 등 약 2주일 만에 7명을 구속하고, 여러 명의 병사를 영창 보내는 징계가 이어졌습니다.

지휘관으로서 일련의 모든 상황에 대해 마음이 착잡했어요. 이런 환경에서 맞는 후임병은 물론 때린 선임병 모두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입니다. 또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병사들, 지휘감독 소홀로 문책을 당하는 초급 간부, 이들의 부모님까지 모두 피해자인거죠. 사단장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나 스스로에게 한심한 생각이 들어 화가 나기도 했어요.

이를 계기로 잘못된 병영문화 속에 묻혀 세월을 보내면서 장병의 인권을 침해하고 자존심을 훼손시키며 육체적 고통을 주는 구타, 가혹행위, 폭언, 욕설 등 병영 내 뿌리 깊은 악습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기필코 병영의 악습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병영문화로 바꾸겠다는 사명감으로 ‘상존배 운동’을 착안하게 됐어요.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군대 데려다가 좀 더 나아지고 좋아진 상태로 돌려보는 게 지휘관의 책무죠. 항상 졸병 때는 맞고 기합 받고 고참이 되면 벗어날 수 없는 분위기 속에 후임병을 때리고 기합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군대는 정말 없애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역지사지로 실천해야할  운동”

- 현역시절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을 시작한 이후 군 지휘부와 국방부 군대 내 반응은 어땠습니까?

▲ 처음에는 엄청난 저항이 있었죠. 제 부하들 연대장과 대대장 등 간부와 부사관, 병사할 것 없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반발했어요. 주로 위계질서가 무너진다, 상명하복 체계가 무너진다는 것이 이유였어요. 잘해주면 기강이 해이해지고 군대를 망친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 군대 기강이라는 것은 내 할 일을 스스로 알고 자신의 임무에 대해 최상의 상태로 완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군대 내에서 통용되는 기강은 상급자가 무조건 억누르고 복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군대는 1년 내내 매번 똑같은 일은 지시하고 일을 시켜놓고 나서 감독자 없으면 대충하고 적당히 해버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우리 군대문화였어요. 이런 식의 요식행위로 어떻게 강군될 수 있겠어요. 내 할 일을 자발적으로 하면서 적당히 넘어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최선을 다할 때 그 조직이 강해지는 것이고 승리하는 것입니다. 병사부터 초급 간부까지 주인의식을 갖고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과, 부리는 종처럼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조직 중에서 어느 부대가 더 강하겠어요? 두말할 필요가 없잖아요.

군대 구성원들이 강해지려면 병사들부터 지휘관에게 이르기까지 서로 존중하고 배려했을 때 자존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잘해주면 군기가 빠진다고 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애국심이든 부대를 사랑하는 애대심이든 내 옆에 있는 전우 내가 같이 근무하는 상급자가 고맙고 존경스러우면 크게 애국심을 떠나서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게 인지상정입니다.

반대로 나를 무시하고 함부로 막 대하고 육체적으로 때리고 괴롭히면 당연히 저항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입니다. 그래서 내가 같이 근무하는 소대장, 분대장이 나에게 잘해주면 인간적으로 끌림이 가고 좋아하게 되고 존경하게 되는 겁니다. 자연히 부대 분위기가 활기차게 변화되는 겁니다. 우리 군은 그동안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게 너무 외형적인 부분에 치우쳐 왔습니다.

- 지휘관으로 있던 부대 상존배 운동 시행 이후 반응과 성과는 좋았습니까?

▲ 내 의지과 달리 쉽게 정착되지는 않았어요. 그럴수록 부단한 노력과 열정이 필요했습니다. 처음 상존배 운동을 시작했을 때에는 32사단의 참모 및 지휘관, 장교나 부사관, 병사들까지 대부분 반대하는 편이었어요. 특히 신병 교육대대의 교관, 조교들의 반대가 다른 부대 장병보다 더욱 강했습니다. 그랬던 만큼 정착 후의 교육훈련 성과 제고와 조교, 교관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신병교육대에서 수료 직전에 훈련병 전원에게 받는 소원수리 결과 시행 전에는 제시된 문제에 따라 매기(每期)별로 교관이나 조교의 징계 인원이 여러 명씩 발생했어요. 그러나 상존배 병영문화가 정착 후에는 소원수리에 의한 징계 인원이 거의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칭찬과 포상 건의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실제로 상존배 시행 결과 폭언, 폭설, 욕설, 구타, 가혹행위 등이 괄목할 정도로 대폭 감소됐고, 물론 32사단의 경우 폭행사고가 시행 전 10건에서 2건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6군단의 경우 형사 처벌 사례가 66건에서 42건으로 감소되는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상존배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내가 육군훈련소 소장 재직 시절인 2005년 국방부로부터 ‘국민민원봉사상’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장관상을 수상했어요. 6군단장으로 재임할 때에는 육군으로부터 전투지휘검열을 받은 결과 2008년 연말 지휘관 회의 시 전투지휘검열 우수부대로 참모총장 표창을 수상할 만큼 전투력이 강한 부대로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상존배는 선진 병영문화 정착이 전투력으로 승화됨은 물론, 장병 의식과 행동의 선진화,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놀라운 시너지 효과가 창출됨을 증명한 것입니다. 

- 이런 반응과 성과였다면, 군 수뇌부에서도 상존배 운동에 대해 호응이 있었습니까?

▲ 32사단에서는 빠르게 정착되고, 지역 내 기관, 공군, 사회인권단체 등에서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어요. 대표적으로 충청남도 도지사로 3선을 지낸 심대평 전 지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분은 충남 충무지휘소에서 십 수 년을 32사단 장병들과 같이 을지포커스렌즈연습 등 많은 훈련을 했지만 일병이 “사단장님!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좋은 하루 되십시오”하는 인사를 처음보고 선후임이 서로 존댓말을 하면서 밝은 분위기 속에 열심히 임무 수행하는 모습에 ‘군대가 이렇게도 변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이분 외에도 여러 기관장과 대학교수, 성직자, 장병 부모 등 많은 분들이 상존배 병영문화 운동을 공감하고 성원해주신데 힘입어 포기하지 않고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사단에서 두 번째로 발간한 책 <가장 강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를 육군 모든 장군 지휘관들에게 서신과 함께 보냈지만 몇 명의 장군을 제외하고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어요. 상존배 병영문화 운동을 고집스럽게 시행하면서 난 군 수뇌부와 전군의 고급 장교들로부터 왕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직감했습니다. 고정관념 타파와 병영문화 혁신의 길은 멀고도 험난한 길임을 재삼 확인하기도 했지만 중단 없이 시행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촉매제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 상존배 병영문화 운동으로 육군의 모든 장군들에게 왕따를 당할 만큼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는데 가족들의 후원은 있었습니까?

▲ 상존배 운동을 시행한 후 중단 위기를 만난 어느 날 저녁 사단장 공관에서 대전 시내의 집에 있는 아내에게 “여보, 나 정두근이 사단장까지 했으면 많이 했지요?”라고 운을 떼면서 전화를 했어요. 아내는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는지 시원하게 대답하더군요. “그래요. 당신 대단해요. 소신껏 하세요”라고 말입니다. 나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용기를 주는 아내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어요. 시작 초기에는 아내도 쉽게 공감하지는 않은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편도 변하고 부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면서 상존배 운동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어요.

“상존배의 비전은  평화로움 속 행복한 삶”

- 전역 이후에도 군대에서 벌였던 상존배를 사회운동으로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제가 걸어온 40여년의 군 생활이 나의 운명이었던 것처럼 앞으로 제2의 인생은 상존배가 나의 운명이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역과 동시에 머뭇거리지 않고 상존배 운동을 지속하기로 결단했던 겁니다. 제복을 벗은 후 사회도 군대와 마찬가지로 바꿔야 할 잘못된 문화가 만연해 있어요. 심심찮게 언론에 보도되는 지하철 막말녀, 막말남 등의 사례는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휴지통에 버려진 느낌이 들 정도에요.

또 정치권은 어떻습니까? 상대의 멱살을 붙잡고 폭언이 난무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안방에서 보고 있잖아요. 교육계도 과거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만큼 스승을 존경하고 경외했던 문화는 사라지고 무례한 행동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직장이나 종교계에서도 다를 바가 없어요. 조직이 와해되고 심지어 국가 존망의 위기에 이른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우리의 희망마저 사라져버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 모든 것이 상호존중과 배려가 없기 때문이죠. 흑백논리에 치우쳐 너와 나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너는 틀리다고 상대방을 단죄해버리는 나밖에 모르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는 서로에게 상처만 줄 뿐입니다.

이러한 이기주의로 얼룩진 사회현상을 바라보며 그대로 방관할 수 없다는 사명감을 갖고 가정과 학교, 직장과 군대 등 각 조직과 국민들을 향해 상존배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시행 후 괄목할 정도의 성과를 확인했기에 상존배 운동만이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이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는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 싯구의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은 바로 상존배 운동이 우리 국민들의 의식화와 문화화가 되는 날이며 그날은 결코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kds@ilyoseoul.co.kr

 

정두근 총재  주요 프로필

■ 경남 하동 생
■ 육군 3군사관학교 7기 
■ 육군대학 정규 34기
■ 32사단장, 육군훈련소장, 6군단장,
   제2작전사 부사령관
■ 육군중장 예편(2010)
■ 영남대학교 행정학 학사·석사
■ 現 민족문화컨덴츠연구원 석좌교수
■ 現 (사)독도사랑 범국민운동본부 고문
■ 現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고문

    저서
■ 장군의 꿈 상호존중과 배려
  (시대고시기획 2010)
■ 덕불고·아무도 가지 않은 길
   (21세기북스  2012)

    상훈
■ 대통령 표창(1996)
■ 보국훈장 천수장(2006)
■ 보국훈장 국선장(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