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지각 변동 몰고 온 행복한 셰프의 꿈
최고의 요리 일반 대중화부터 한식 세계화 앞장서
2013-04-02 조아라 기자
[일요서울|조아라 기자] 우리에게는 7성급 호텔인 두바이 버즈 알 아랍의 수석총괄주방장으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권(42•권영민)은 세계의 입맛이 누구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최고의 셰프다. 그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호텔 수석총괄주방장 자리를 내려놓고 한국에 귀국한지 만 4년이 흐른 지금 국내 외식시장은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권 셰프는 한국에 돌아오면서 속으로 다졌던 목표가 있다. 그 첫 번째가 세계의 미식가들이 최고라고 칭찬했던 고품격 요리들을 누구나 맛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목표를 자신의 영문이름 머리글자(EK)를 따 2011년 4월 설립한 ㈜이케이푸드를 통해 이뤄가고 있다.
사실 국내 외식시장은 대기업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로 지배돼 왔던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권 셰프가 이케이푸드를 설립한 데에는 그간 요리의 가치가 외면 받고 수익만 집착해온 외식업계의 틀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다.
그는 “국내 외식시장은 가치가 아닌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는 것 같아요. 고급요리가 비싸다는 편견만 봐도 그렇지 않는가요”라고 말했다. 이런 편견을 깨고자 자신의 레스토랑 <랩24>, <더 믹스드원>, <더 믹스드원 뷔페&다이닝> 등을 최근까지 잇따라 오픈했다.
한 끼 식사로 일반 시민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았던 대한민국 1%의 특권층이 누렸던 고급레스토랑 셰프의 손맛을 그것도 뷔페로 여러 가지 요리를 한 장소에서 맛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세계 최고 7성급 호텔의 스타 셰프로 머물지 않고 경영자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권 셰프는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겸손함으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열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대중에게 음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셰프의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셰프와 경영자 사이에서 항상 딜레마에 빠지죠. 하지만 난 셰프로서 고객에게 더 질 좋은 음식, 개성적인 요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앞섭니다.”
‘최고급 호텔식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최상의 요리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그날까지’라는 그의 생각은 이제 그의 레스토랑을 다녀간 이들의 입맛을 타고 번져가고 있다. 권 셰프는 새로운 목표로 이제 요리사의 입지를 바로 세우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요리사 지망생들을 만나면 항상 “굿 셰프(chef) 될래? 굿 쿡(cook) 될래?” 하고 묻는다. 요리를 잘하면 굿 쿡이 되지만 굿 셰프는 음식을 물론 리더십, 인터리어, 프레이팅, 요리 코스메뉴 짜는 것 까지 멀티 아티스트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2015년 요리사관학교 개교를 앞두고 있다. 현재 약 70%가 진행된 상태로 이 학교에 입학하면 외국어와 요리 등 전 과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셰프를 직접 양성해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그의 야무진 계획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인 그가 그리는 한식의 세계화는 음식 분야와 종류보다는 그 구심점이 요리사 양성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 도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셰프가 늘어난다면 한식의 세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그의 열정과 노력이 멈추지 않는 한 한식의 세계화도 그 손끝에서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