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육계 인사 논문표절…그들의 책임은 없다

세계적 명성보다 학위를 앞세운 교육계의 책임

2013-03-28     김대운 대기자

[일요서울 | 김대운 대기자] 연일 계속 터지는 예·체육계 인사들의 논문 표절이 과연 당사자만의 책임일까라는 물음에 정답은 ‘아니다’가 정답이다.

올바른 정답은 세계인이 우러러보는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세계적 권위의 피아노 경연대회나 음악 콩쿨 등의 예술분야의 세계 1위 수상자에게 과연 학위 논문 제출요구를 한 뒤 소정의 학위를 취득해야만 교단에 설 수 있다는 해묵은 규정을 적용해야만 하는가라는 것이다.
 
오히려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나 식자 그룹들은 그들이 어떻게 세계1인자가 되었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진 후 그들의 훈련이나 성장과정 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이론적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소위 학문을 한다는 자들의 몫이 아닐까라는 반문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반복되는 훈련과 이를 독특한 자신만의 재능에 접목 소화시키면서 성장해 세계1인자가 되기까지 그들은 약간의 이론과 고통이 따르는 수없이 반복되는 실기를 거친 뒤에야 세계정상에 설 수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학위를 취득 위해 ‘발 뒤축 돌려차기가 인체에 미치는 타격효과’라는 논문을 제출했다 치자 이를 심사해야하는 지도교수가 관련 종목 예선에도 통과하지 못한 채 이론적으로 공부만 한 사람이라면 과연 논문 심사할 자격이 있을까.
 
또 세계적인 성악가 칼라스, 카루소, 디 스테파노, 프레니, 델 모나코, 파바로티, 조수미 등이 학위 취득을 위해 ‘성대를 통한 목소리의 다양한 변화, 그리고 세계 음악애호가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제출했다고 치자 어느 유명 교수가 이들을 심사할 까.
 
이미 세계적 평가의 위치에 올라선 자들의 심사를 거쳐 그 자리에 올랐는데 심사를 잘못하면 국제적 망신을 살 것이 뻔한 이치임을 잘 알고 있을 지도교수가 심사를 할 수 있을까.
 
논문의 이론적 정립은 자기 자신이 세운 학문의 독보적 자산이요 가치다.
 
연구를 한다는 명분을 앞세운 학자들은 이들에게 논문 제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걸어온 입지전적 자서전을 통해 교수들이 연구 대상으로 삼아 이론적 정립을 펼쳐야 할 것이지만 그마저 쉽지가 않다, 왜냐면 이들에게는 상대성이 있어 늘 도전받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세계적 1위가 되기까지 승리의 비결이 된 자신만의 노하우 공개는 어렵기 때문이다.

뮤지컬배우, 올림픽 우승자, 연예인 등 무수한 사람들이 학위 취득을 위한 논문 제출이 논문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세계1위의 인간승리자들에게 차라리 명예학위를 줘라.

명예학위는 마치 국내를 방문하는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의 전유물처럼 된지 오래다.

이를 수여하는 학교가 자신의 이미지 고양이나 홍보차원에서 명예학위를 주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낳고 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예·체육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국·내외 인사들에게 명예 학위를 수여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논문 심사할 자격도 안되는 지도교수에게 짜깁기 논문을 제출 해야만하는 이들의 심리적 고통도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그리고 사회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세계1위, 세계 제패, 세계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그들의 존재감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어느 교수의 학위 논문보다 세계적으로 더 훌륭한 업적을 남긴 것이고 그 자신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연구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해 줘야 한다.

학위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육계도 바뀔 때가 됐다.

이들에게 강단에 서서 후학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소정의 필요한 학위가 있어야 됨을 이제버릴 때가 됐다.

이런 불합리는 오히려 학문이라는 좁은 울타리 속에 세계적 재능이나 기능을 옭아 메어 놓아 숨통을 막아 서서히 고통 속에 숨을 거두게 하는 올가미 역할 외에 다른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예·체육계의 학위 논문 표절 시비를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그들이 걸어온 과정을 소위 논문이라는 울타리 글자체에 옭아 놓지 말고 그들의 실력과 능력을 인정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뒤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후학들을 양성해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와 국가가 키워온 유능한 예·체육계 인재들이 외국으로 유출되도록 방치하는 역기능을 불러 올 수 있다.

이미 스케이터 안현수 선수가 국적을 포기한 채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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