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김우식 카드로 벼랑끝 승부
2005-03-10 언론인 이영미
오는 4월30일로 예정된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공천심사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현재 재보선 실시가 확정된 국회의원 선거구는 경기 성남 중원, 충남 공주·연기, 경북 영천 등 3곳. 선거일이 다가오자 가장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열린우리당이다. 그동안 설마 수준에 머물렀던 ‘과반수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에 기대를 갖고 있어 재선거 확정 지역 외 예비후보군을 거론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물밑에서는 이미 예상 후보군들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 당 일각에선 과반의석 붕괴 저지를 위해 ‘전략공천’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당 주변에선 이러한 ‘특명’을 수행할 적임자로 강금실 전법무장관과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소속 김기석(경기 부천 원미갑), 김맹곤(경남 김해갑), 복기왕(충남 아산), 신계륜(서울 성북을), 이철우(경기 포천·연천) 의원 등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6명의 의원이 이달 31일까지 의원직 상실이 확정되면 이들 지역도 재보선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럴 경우 재보선지역은 총 5곳.때문에 여권 주변에서는 과반수 의석 사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단 과반수 붕괴 위협에도 열린우리당의 공식적인 반응은 과거 논란을 빚었던 낙하산식의 전략공천은 최대한 배제한다는 것. 하지만 미약하지만 변수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최종 후보 승인은 내달 2일 당 의장과 상임중앙위원 선출 이후에 결정되며 차기 지도부의 최대 과제 역시 재보선 과반 의석 붕괴를 저지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당내의 이러한 위기감과 맞물려 ‘전략 공천’ 문제가 여권 물밑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강금실 전장관과 김우식 비서실장이 전략공천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강 전장관의 경우 지난해 8월 법무장관에서 물러난 후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않고 있다. 하지만 강 전장관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기 대통령감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현역 정치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강 전장관의 이러한 인지도는 ‘재보선 역할론’과 맞물려 그의 정계입문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들은 강 전장관이 정계 입문을 결심할 경우 수도권에서도 필승할 것이란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또 강 전장관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기타 지역에서도 ‘바람몰이’ 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어 궁극적으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강 전장관을 이번 재보선에 투입시켜야 한다는 논리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오는 9월 최종영 대법원장의 임기만료와 함께 불어 닥칠 사법부 인사폭풍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임 대법원장은 14명의 대법관 중 절반이 넘는 9명의 제청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신행정수도 이전과 관련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헌재 폐지론이 불거졌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논리다. 사법부를 중심으로 강 전장관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법조계와 여권 일각에서 후임 대법원장 하마평에 강 전장관의 이름이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면서 “지난 17대 총선 당시 여권 핵심인사들의 끈질긴 출마 요구에도 이를 물리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강 전장관 동원령과 관련해 여권 내부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강 전장관의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법무장관직에서 물러난 강 전장관은 같은해 12월 대외직명대사인 여성 인권대사로 임명된 후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이후 강 전장관은 지금까지 외부 공식적인 행사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강 전장관의 이러한 행보와 관련해 뒷말도 무성하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뭔가 복심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의문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 현실 정치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는 강 전장관이 ‘대통령 특사’라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모든 정치적 활동을 고사하고 있는 강 전장관에게 어떠한 ‘흠집’도 허락하지 않는 노 대통령의 특별한 배려(?)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하지만 강 전장관은 ‘재보선 출마설’ ‘정계 입문설’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강 전장관이 적을 두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의 한 관계자는 “소송을 맡지 않고 있을 뿐 거의 매일 출근하며 대표변호사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고 최근 근황을 전했다. 강 전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법조계 인사는 재보선 출마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한편 강 전장관과 함께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재보선 차출론 중심에 서 있다. 김 실장의 출마설은 그의 고향이 공주라는 점에서 이 지역(공주·연기) 재보선이 확정되기 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다.이에 대해 김 실장은 지난 2월 “내가 거길 왜 나가느냐. 청와대에서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오늘 이 시간부터 출마의 ‘출’자도 꺼내지 말아 달라”고 출마설을 부인한 바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취임 직후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파문과 관련해 정치권의 퇴진 압력에도 노 대통령이 김 실장의 거취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은 ‘실용주의’ 노선 확립이라는 역할이 여전히 유효함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라며 출마설을 일축했다. 자연스레 참여정부 집권 3년 비서실장 유임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에서 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후보자 공천심사와 맞물려 김 실장의 출마설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지난 2일 한나라당과의 물리적인 충돌까지 감수하면서 행정도시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직권 상정’이란 강수를 띄운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4월 재보선 입후보 제안을 받은 공직자의 경우 후보자 등록 신청일(4월15,16일) 전까지 사직하면 된다.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3개 쟁점 법안의 처리를 4월 임시국회로 양보하면서까지 행정도시법을 통과시킨 열린우리당의 ‘절실함’이 꺼져가는 김 실장 출마설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2007년 대통령 선거를 기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착공이라는 매듭을 짓지 못한 상황에서 ‘의원직 사퇴’ 등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한나라당의 복잡한 기류도 여권의 정면 승부수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권의 영입 0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강 전장관과 김 실장이 다가오는 재보선 정국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