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의 환락파티’ 그들은 지금…
은밀한 별장 그 곳에서 어쨌길래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사회 고위층 성접대 의혹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그동안 설(說)로만 나돌았던 연루 유력인사 리스트에 포함됐던 차관급 고위공직자 A씨가 실명으로 보도되면서 사건의 잠재적 폭발력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만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접대 의혹에 대한 정황이 하나 둘 사실로 드러나자 경찰은 사회고위층 인사들에게 향응과 성접대를 제공한 배경 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건설업자 윤모(52)씨가 A씨는 물론 감사원, 사정기관 전·현직 간부, 병원장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단순 성폭력 고소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향후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공직 사회에 대대적인 사정 폭풍이 몰아치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월, 법조계 안팎에서는 고위 공직자 등을 상대로 한 성접대가 벌어졌고, 이를 촬영한 동영상이 존재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 소문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은 단순 성폭력 고소 사건 때문이었다.
성폭력 고소 사건 통해 드러나다
여성사업가 권모(52)씨는 지난해 10월 윤씨와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담은 휴대전화 동영상이 윤씨 아내에게 발각되는 바람에 간통 혐의로 윤씨와 함께 고소당했다. 한 달 뒤 권씨는 윤씨가 자신에게 약을 먹여 강간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해 협박, 15억과 벤츠 차량을 뜯어냈다며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지난 2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총포도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 기소의견, 강간과 공갈 혐의는 불기소의견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성폭행 관련 고소사건으로 마무리될 뻔 했던 이 사건은 동영상 존재가 드러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권씨는 친분이 있던 대부업자 박모씨에게 벤츠 차량을 빼앗아 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이 벤츠 차량에서 윤씨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성관계 장면 CD 7장이 트렁크에서 발견된 것.
박씨는 차관급 고위공직자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권씨에게 보내 “당신 동영상도 있다”고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의 동영상이 있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게 됐고 경찰이 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내사 착수 사실을 공개했다. 이후 경찰이 3일 만에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은 휴대전화로 촬영한 2분짜리 동영상으로 인물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트 오른 인사들 “난 결백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실제 성접대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대가성이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동영상 리스트로 거론되는 인물은 10여 명 안팎이다. 동영상에 찍힌 고위층 인사 10여 명은 A씨를 포함해 전·현직 고위급 관료 7명, 전직 국회의원 1명, 병원장 2명, 건설사 간부 1명, 언론사 간부 2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A씨는 결국 사퇴했다. 하지만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이름을 공개한 언론사는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A씨를 비롯해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고위급 관료 B씨는 차관급 인사에서 탈락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호언해왔다고 한다. 이 인사는 “B씨는 애초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으나, 자신의 이름이 성접대 동영상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는 등 타이밍이 좋지 않아 직에서 물러나는데 망설이고 있다”며 “사퇴를 하게 되면 경찰 소환이 더 쉬워지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명예 하나로 살아온 저의 인격에 대한 모독을 중지 바랍니다. 만일 제가 성접대 사건에 연루됐다면 할복자살하겠습니다!”라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를 두고 한 경찰 고위 인사는 “허 전 경찰청장이 이번에도 공천을 앞두고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강경 대응에 나서게 된 것 같다. 그만큼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트에 거론되는 또 다른 전 경찰 간부도 “한 마디로 소설을 쓰는 것으로 황당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10명 안팎으로 알려진 피해 여성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30대에서 50대 일반 중년 여성이다. 직업은 사업가, 예술가, 가정주부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윤씨와 권씨는 서울의 한 사진 동호회에서 만났다”며 “이 동호회를 통해 여성들을 모집, 성접대에 동원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는 이야기가 수사기관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여성들 대부분은 잠적한 상태로 경찰은 진술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경찰은 윤씨가 이 여성들의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찍어 약점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성접대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별장에서 마약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이 최근 참고인 진술을 한 여성의 혈액에서 마약류 의약품 로라제팜을 검출한 것으로 알려져 마약사건으로까지 확대될 개연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초경찰서가 윤씨 별장을 압수수색했을 때도 로라제팜 알약 한 정이 발견됐다. 경찰이 출국금지를 한 3명 중에는 마약업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고위층 인사들이 향응과 성접대를 받고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윤씨에게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건은 이제 대형 브로커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짙어져 가는 로비의혹
윤씨는 건설 시행업자로 활동, 고위 공직자들과 친분을 쌓으며 각종 이권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실제 수십억 원 규모의 경찰교육원 체력단련장 공사를 윤씨가 대표로 있는 건설업체가 수주한 것으로 확인 돼 수주과정에서 로비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건설업체가 지난해 인테리어 공사를 따낸 한 대학병원의 병원장도 윤씨 별장에 초대받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2000년 이후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으로 20여 차례 입건됐다. 하지만 단 한 차례도 형사 처벌된 적 없다는 점도 윤씨의 로비의혹에 의심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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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경찰청장이 전격 교체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동안 “경찰 조직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며 임기 보장을 강조했다. 이에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렸지만 결국 경찰청장을 전격 교체했다. 또 보통대로라면 치안정감급 가운데 경찰청 차장이나 서울경찰청장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에 최우선으로 거론되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인사는 이성한 부산경찰청장이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경찰이 청와대에 성접대 내사 사실을 은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사정기관과 정치권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초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자료와 진술을 사전에 확보해 두고 있다가 내사를 공식화하기 며칠 전 청와대에 내사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성접대 사건에 공무원 연루설은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떠돌았다. 때문에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 검증팀도 이를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 보고 등을 종합해 차관급 인사 A씨의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은 이에 대해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김 차관이 부인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 인사가 마무리된 이후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파문이 확대되자 박 대통령이 보고 누락에 대해 대노했다는 후문이다. 김기용 경찰청장의 전격 교체는 질책성 인사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는 최근 언론을 통해 사건이 불거진 지난주부터 이 사안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이 같은 보고누락의 배경은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알력다툼 때문이라는 분석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찰 내 일부 세력이 사안을 과장해 언론에 흘리고, 또 차관급 인사가 마무리 된 이후에 내사를 공식화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이 사건과 관련해 상당한 자료를 수집하고도 검경수사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검찰 쪽에 좀 더 타격을 줄 수 있는 시기를 조율하기 위해 보고를 누락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경찰 전직 고위 간부급 인사는 “A씨가 경찰과 관련해 갈등을 빚었던 인사도 아니고 경찰이 그럴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 이 같은 것은 단지 검찰의 시각일 뿐”이라며 “이건 한마디로 소설이다. 경찰이 검경수사권 조정과 같은 이유로 시기를 ‘기획’할 정도로 부도덕한 집단은 아니다. 오히려 검찰 인사 과정에서 나온 내부갈등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당시 해당 동영상을 봤다는 법조인의 증언이 나온 것 등이 검찰 내부 갈등을 반증하는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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