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은밀히 즐기면 다 된다?
섹스와 관련된 남자들의 착각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있다. 남녀의 차이가 그만큼 극명하다는 이야기이며, 또한 그 스타일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성격이나 취향의 차이만은 아니다. 남녀 간의 성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차이는 극명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일반적인 성격 차이야 좀 참고 이해해주면 된다고 하지만, 성관계는 인간의 본능과 연관된 문제라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성들이 이러한 성관계에 대한 ‘착각’을 많이 한다는 것. 자신은 좋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정작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불쾌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남성에게 말하기도 민망하고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여자가 성에 대해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조차 쉽게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인 것만큼은 사실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오해하는 여자들과의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했다.
직장여성 김모양은 최근 들어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의 섹스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람이 좋고 성실해서 미래를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해 결혼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섹스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섹스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하지 않을뿐더러 자신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자신이 무슨 ‘섹스 토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저 필요할 때 남성의 성욕을 해결해주는 도우미가 된 것 같다는 의미이다.
여성들의 벙어리 냉가슴
물론 김양 역시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남성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여자가 뭘 그런 이야기를 하냐’는 차가운 반응뿐이었다. 사회생활의 부분에서는 흠잡을 때가 없는 남자가 유독 섹스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김양의 입장에서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사실 결혼을 약속할 당시만 해도 섹스 문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섹스를 하기 위해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잘 안된다고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게 보통 큰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 성욕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자칫 사이라도 틀어지기 시작하면 바람을 피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평생 동안 그런 문제 때문에 계속해서 신경을 쓴다는 것도 불안하고 두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상대방과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결국 김양은 이미 결혼한 선배에게 상담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우려와 비슷한 이야기가 되돌아 왔다. 오히려 ‘사소한 성격의 문제는 참고 넘어갈 수 있지만, 섹스 문제만큼은 잘 바뀌지도 않고 은근한 불만을 계속해서 가져야 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김양의 경우에는 앞으로도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의 대화를 놓지 않을 것이지만, 그 과정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힘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김양의 경우처럼, 남녀 간의 섹스 트러블 때문에 고민하는 남녀가 적지 않다. 자신의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대방이 오히려 이에 무심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들이다.
비단 여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성 역시 보수적인 여성과는 섹스를 할 때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비교적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왔다는 이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나 같은 경우는 자유로운 체위를 원하고, 특별히 ‘변태’에 대한 기준 없이 스스로만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섹스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의 여자 친구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문외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통나무’ 수준이라고 할까. 섹스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대한 즐거움에 대해서는 관심도 별로 없고, 그리 원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내가 새로운 체위를 요구하거나 색다른 방식의 섹스를 원하면 화들짝 놀라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또 내가 무슨 변태나 되는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까지 한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힘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섹스는 은밀한 것이지만 또한 그 은밀함만큼이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성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알지를 못하니 나의 성욕은 점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섹스 트러블에 있어서 더욱 큰 문제는 남녀가 이 문제를 가지고 올바른 소통을 하기가 무척 힘든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것이다. 남녀 공히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
또한 이러한 문제를 ‘사소한 문제’로 의도적으로 치부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내지를 못한다. 여자는 여자대로 ‘정숙해야 한다’는 것에 사로잡혀 있고 남자는 남자 나름대로 ‘여자가 무슨’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녀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통 이외 다른 방법 없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는 감추면 감출수록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녀의 성적 트러블의 문제는 오로지 당사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은 법적인 것에도 호소할 수 있고, 변호사도 돈으로 주고 사서 변호할 수도 있지만 섹스 문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오로지 둘만의 소통이 유일한 방법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그러한 의지가 없거나 이를 숨기기 시작하면 방법은 완전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감추거나 회피하지 말고, 탁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남녀 간의 섹스와 관련된 문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