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철수의 귀환 “5대 악산(嶽山) 넘어라”

하나. 뱃지악산 여야 협공넘어야

서울 노원병에 거처를 옮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4월 재보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선거활동에 돌입했다. ‘새정치’를 모토로 내세운 안 전 교수는 모든 캠프 자원을 동원해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지역구 현역 의원이던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 김지선씨가 진보정의당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역시 원내 제1 야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임종석 전 의원부터 이동섭 당협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허준영 전 경찰총장이자 현 당협위원장이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가운데 제3의‘깜짝카드’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돌고 있다. 여기에 이정희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통합진보당까지 후보를 낼 경우 진보 진영 후보 3명과 보수진영 1명 후보가 맞붙어 구도상 유리한 국면이 아니다.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당에선‘해볼만 하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안 전 교수가 불리한 것은 복잡한 정치 구도다. 당장 민주당에선 ‘안철수의 출현’으로 5월 전당대회가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상황이다. 또한 안 전 교수가 원내 입성에 성공할 경우에 신당창당으로 이어져 민주당 분당 사태까지 초래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으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친노 주류부터 구민주계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까지 나서 안 전 교수의 노원병 출마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는 배경이다. 또한 집권 여당 역시 ‘안철수의 부상’은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새정치를 내세운 안 전 교수의 등장은 당장 여야 정치권을 ‘구태세력’으로 낙인찍히게 할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항마’로 부상할 경우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야가 4월 재보선에서 안 전 교수의 원내 진입에 적극 보이콧을 할 경우 당선이 녹록치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둘. 새정치 악산, 나홀로 싸움

4월 재보선에서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고 해도 안철수식 새정치 실험으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무소속 의원으로‘나홀로 싸움’을 하기에는 여의도 정치 특성상 의정활동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선은 대국민들을 상대로 호소를 한다는 점에서 민심을 등에 업고 여야를 좌지우지 할 수 있었지만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가면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입법기구로서‘안철수 법안’을 내놓는다고 할지라도 국회내 우군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다. 발의만 하고 국회 통과가 안된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거꾸로 작은 실수라도 할 경우 여야가 쌍수를 들고 협공을 할 경우 차기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그렇다고 10월 재보선까지 6개월간 ‘정치인 수업’만 받기에는 이미 안 전 교수의 위상이 커졌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다. 이 역시 ‘국회의원 되고 새정치 한다고 해놓고 한 게 무엇이 있느냐’는 비판이 일 수 있다. 이래저래 10월 재보선까지 ‘안철수식 새정치’를 보여주기위한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무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한계에 봉착,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안 전 교수가 4월 국회에 입성해 여야를 막론하고 ‘타협과 협상’의 정치를 보여주며 무난한 정치력을 보여주더라도 10월 재보선이라는’ 오르기 힘든 악산이 또 기다리고 있다. 10여개 이상 전국적으로 재보선이 개최될 공산이 높은데 최소한 안철수 신당 창당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르게 된다.

셋. 10월악산 수도권·호남 주목

현재 재판중인 지역구 의원들의 명단을 보면 총 13곳으로  새누리당으로  김동완(충남 당진), 성완종(충남 서산·태안),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  심학봉(경북 구미갑), 윤영석(경남 양산), 이재영(경기 평택을),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조현용(경남 함안·의령·합천) 총 8곳에서 재판이 진행중이다. 민주당은 신장용(경기 수원을), 배기운(전남 화순), 이상직(전북 완산) 의원 등 3명이 재판중이다. 또한 통합진보당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무소속 김형태(경북 포항남구·울릉) 의원이 각각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라고 볼 수 있는 수도권과 호남에서 의미 있는 의석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최소한 호남과 수도권에서 안철수 사람들이 당선된다면 대망론은 계속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두 지역에서 한 석도 되지 않거나 미진할 경우 안 전 교수의 정치력에 커다란 흠집이 날 수 밖에 없다. 반면 수도권뿐만 아니라 호남 포함 13개 지역에서 과반 이상 측근들이 대거 뱃지를 달 경우에는 안철수 신당 창당과 대망론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넷. 지선악산 신당 성공여부

10월 재보선까지 안 전교수가 대망론 불씨를 이어간다면 이젠 그에게 전국적인 시험무대인 2014년 6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재보선이 특정 지역 몇 곳 민심을 알 수 있는 자리라면 지방선거는 전국적인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 바로미터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지방선거전 신당 창당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안 전 교수측으로선 원내 교섭단체(의원 20석)를 구성 할 수 있느냐 역시 관건이다. 여야 전현직 의원들의 안철수 신당 참여는 ‘안철수발 정계개편’을 가시화활 수 있고 이후 지방선거에서 성패를 가늠할 강력한 변수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진보당 야권 3파전에서 패한 정당은 향후 당 존립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생사를 건 싸움이 전개될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호남 민심을 둘러싼 민주당과 신당간 불꽃튀는 대결이 점쳐진다. 여당 역시‘정권 중간심판’성격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참패나 완패할 경우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 이냐’, ‘안철수 신당이냐’둘 중 하나로 쏠림현상이 급격이 나타나면서 야권 지형이 바뀌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안 전 교수의 정치적 운명 역시 마찬가지다.

안 전 교수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명실상부한 ‘박근혜 대항마’로서 자리를 잡을 경우 사실상 대권 5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마지막 최종 평가는 2016년 4월 총선이 될 전망이다. 2017년 12월 대선전 전국적인 민심을 알 수 있는 자리인데다 향후 대통령이 될 경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의석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섯. 총선악산 불쏘시개 탈출?

또한 안철수식 정치가 어느 정도 대국민 평가를 받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정치적 함의도 있다. 사실상 과반 이상 의석 확보에 성공할 경우 안철수 대망론은 ‘9부능선’을 넘어 차기 대권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그동안 힘들게 쌓았던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으면서 ‘안철수 현상’에 대한 피곤함과 함께 ‘대망론’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이처럼 총선은 안 전 교수가 넘어야 할 마지막 깔딱고개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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