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뒷담화] 안철수-박선숙 미묘한 불협화음 막후

민주당 ‘영도출마 사인’ 대신 보냈다?

2013-03-18     박형남 기자

박선숙, 안철수 영도 출마 권유설 나돌아
안 측 “민주당 주류 입장 대변하나” 비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본인이 직접 출마한 것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안철수 신당 창당 밑그림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동안 금태섭 변호사 등 핵심측근들이 ‘안철수 대리인’으로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치권의 기대와는 달리 서울 노원병 출마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던 박선숙 전 공동선대본부장과의 ‘미묘한’ 불협화음도 흘러나와 관심을 끈다. 이들 사이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불쏘시개’.
요즘 여의도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하면 동시에 나오는 말이다. 미국으로 출국한 지 82일 만에 귀국한 그는 지난 11일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노원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朴

안 전 교수는 출마 변으로 “노원병 출마는 낮은 곳에서 출발해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기 위한 것”이라며 “노회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서울 중산층의 대표지역인 노원병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야를 흔들기 위해 ‘노원병’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안 전 교수와 깊숙한 대화를 나눴던 한 의원은 “지난 대선 때 그는 정치권의 큰 개편을 꿈꿨다. 보수가 우세한 정치적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일종의 역삼당 합당을 생각했다”며 “자신으로 단일화하면 민주당과 함께 정치권을 개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에는 권력의지가 강고해졌다. 대선 당시 새정치를 얘기하면서 권력의지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극복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안 전 교수는 제도권 정치에서 새 정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노원병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통합당의 부진으로 안 전 교수가 정계에 조기 복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도 그 이유다. 자신을 중심으로 야권 전체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일단 안 전 교수는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공항에서 “낮은 정치를 하겠다”고 발언했고, 12일 현충원 방명록을 통해 다시 ‘낮은 자세’를 다짐했다. 이는 캠프 규모를 최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안 전 교수 측 관계자도 “작은 캠프로 운영하겠다”며 “자원봉사자와 실무자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대변인이나 선대본부장 등의 직책은 두지 않고,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핵심인사들은 자원 봉사 자격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장 지근거리엔 안 전 교수 귀국을 미국에서부터 수행한 조광희 변호사와 귀국 기자회견 전 안 전 교수에게 따로 업무보고를 한 김성식 전 의원과 송호창 의원도 가까운 거리에서 조언하고 있다. 선거 경험이 많은 정기남 전 비서부실장, 공보 역할을 맡게 된 윤태곤 전 상황부실장 등도 캠프 주축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대선캠프의 실질적인 책임자였던 박선숙 전 본부장은 실무에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안 전 교수의 입국 때도 박 전 본부장은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안 전 교수 측에서는 부인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안철수-박선숙 불협화음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 박 전 본부장은 민주통합당에서 영입된 인물로 단일화 협상 등을 주도적으로 해왔다. 대선 캠프 역시 민주통합당 인사들이 주도해왔고, ‘막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안 전 교수가 박 전 본부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마지역 놓고 입장차

그러나 최근 노원병 출마를 계기로 박 전 본부장과 안 전 교수 간에 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 전 본부장이 서울 노원병 출마가 아닌 부산 영도 출마를 권유해서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전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송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기 전, 민주통합당 주류 의원들은 전당대회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안철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출마를 하면 부산 영도로 출마하라고 박 전 본부장에게 권유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민주통합당 의원들의 얘기를 듣고 박 전 본부장이 안 전 교수에게 얘기했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안 전 교수는 ‘부산 영도 출마’를 건의한 박 전 본부장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노원병 캠프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내온 것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다. 당초 박 전 본부장이 지근거리에서 안 전 교수 선거를 도울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이러한 예상을 깨고 그는 인천공항에도 나오지 않아 안 전 교수 측 관계자들은 ‘두 사람이 이미 결별한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안 전 교수 측 한 관계자는 “안 전 교수는 정치쇄신을 강조하며 민주통합당에 대한 변화를 촉구해왔다”며 “그러나 박 전 본부장은 민주통합당 인사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했고, 민주당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줄곧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시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산 영도 출마를 요구한 것은 민주통합당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아 안 캠프 사람들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이유로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런 까닭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원병 선거에 박 전 본부장이 빠질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안 전 교수 측 한 관계자는 “박 전 본부장이 현재로서는 어떤 입장이 인지 알 수 없다”며 “막후 역할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면서도“안철수-박선숙 간의 불협화음이 있더라도 안 전 교수가 박 전 교수를 버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안 전 교수가 정치를 계속하기 위해선 박 전 본부장의 도움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만의 역할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안 전 교수가 박 전 본부장을 안철수 신당 창당 시 민주통합당 인사들을 대거 영입할 때 ‘박선숙 역할’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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