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뒤통수 칠 수 있다”
친박계 월박·홀박·탈박 사분오열 조짐
박대통령, 대국민담화 ‘독재’ 뉘앙스 풍겼다
탈박-친이계, 박근혜 때리기…홀박·월박 관망
“朴, 민심 제대로 읽지 못하면 朴 치겠다”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이‘패닉’상태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정부조직 개편안 통과에 대한 강경모드 입장을 유지하면서 여당의 존재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독재 스타일’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비상모드에 돌입한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을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지만 친이계를 제외한 친박계의 생각은 더 복잡하다. 친박계 내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원한 친박으로 분류되는 원조 친박들은 ‘그래도 박근혜’라며 박 대통령을 옹호하려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된다. 반면, 친이에서 친박으로 넘어온 ‘월박’, 박 대통령에게 홀대를 받고 있는 ‘홀박’들은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망하고 있다. 친박계 내에서 지각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인사들이 공식석상이나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분오열 조짐을 보이는 친박계 인사들을 심층취재했다.
지난 4일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끝난 뒤 여의도 곳곳에서 ‘대국민담화’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대국민담화 이후 여권 내 분위기가 갈렸다.
대국민담화 놓고 친박계 반응 엇갈려
신흥 친박들은 “박근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며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선 정부조직개편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였지만 월박, 홀박 인사들은 난감해 했다. 월박, 홀박 인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계엄령을 선포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여권 내에서는 박 대통령에게 보이지 않게 홀대 받는 친박계와 친이계에서 넘어온 월박 인사들 중 ‘뒤통수를 맞고만 있어야 하느냐. 이제 우리가 쳐야 되지 않겠느냐’로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장면들이 연출된 것은 그만큼 박 대통령이 충성도를 보인 친박계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여권 한 친박 인사는 “대국민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목소리에서조차 자신의 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대국민담화를 남발할 뿐 아니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고, 특히 여당은 ‘박근혜 하수인’으로 취급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대국민담화를 보면서 친이계는 물론 월박, 홀박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탈여의도 정치'와 여당을 ‘거수기’ 정도로 폄하 하는 것에 꼬일대로 꼬여있다. 대의정치를 외면한 독재정치를 하다가 ‘대통령도 죽고, 나도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아직 친박계 다수는 좀 더 상황을 지켜자는 입장이지만 어떤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실 친박계보다 자유로운 친이계에서는 박 대통령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친이계 수장 이재오 의원은 “힘 있는 자가 양보하면 포용과 아량이 되지만, 약한 자가 양보하면 굴종이 된다. 지금 힘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며 “파트너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오기로 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하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일수록 목소리가 작아야 국민이 불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을 적극 견제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그리고 친이계 심재철 최고위원, 정의화 의원 등도 박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또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된 후 ‘이한구 자진사퇴’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이한구 원내대표는 정치력 부재 등으로 친이계, 월박·홀박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정부조직개편안 통과 후 스스로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남경필 의원과 최경환 의원, 서병수 사무총장 등이 출마를 할 것으로 보여 친이-친박, 신흥친박-홀대받는 친박 간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임기 초 대선 공약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만큼 친박계 인사가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임기 초인 만큼 친이계만 ‘여당 내 야당’의 목소리를 낼 뿐 월박, 홀박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의중대로 일단 움직이겠다는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다.
홀박·월박 지켜보자“신뢰 받거나 항명”
결론적으로 월박, 홀박 인사들은 ‘관망 중’이다.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뛰었지만, 대선 이후 별다른 배려를 받지 못한 홀박 인사들은 섭섭한 마음을 일단 숨기고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는 대신 때를 기다려보자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친이계에서 친박으로 넘어온 월박 인사들의 경우 박 대통령에게 반성문까지 쓰고 넘어온 마당에 ‘임기 초’ 섣부르게 움직이면 잘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김무성·최경환·김재원·이성헌·홍문종·안홍준·유기준·이주영·조원진 전현직 의원 등 홀박으로 불리는 인사들과 나성린 의원 등 일부 월박 인사들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거나 여차하면 박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김무성 전 의원이 본격적인 여의도 정치에 참여해 당대표가 된 뒤 박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 선대위원장을 지내면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는 하지만 여의도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들이 이미 여러 차례 불거졌다. 때문에 홀박 일부 의원과 월박 의원들도 김 의원과 ‘교감’하에 박근혜 때리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시기는 아직 미지수다. 김 전 의원 생존 여부가 중요하고, 4월 재보궐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미 홀박 일부와 월박 인사들이 박 대통령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독자 정치를 하겠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무성 전 의원은 당권 도전 후 대권 플랜, 서병수 사무총장은 부산시장을 염두해 두고 있다. 일부 의원들도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기대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차하면 친이계가 아닌 친박계 내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항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월박·홀박 의원들도 당내외 정치일정을 감안해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원내대표 경선, 4월·10월 재보궐 선거 결과와 박 대통령의 인기도를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최경환 의원의 경우 경제부총리나 장관직을 내심 원했지만 박 대통령은 배지를 때고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하려했다. 이에 실망한 최 의원은 박 대통령의 대통령 실장 제안을 고사하고 당에 잔존하기로 결심했다.
“다음은 없다” 민심 읽지 못하면 반격
친박 핵심 인사들이 자기 정치에 올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는데 딱히 무슨 일을 할 게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비록 박 대통령이 독재적 이미지로 정치권에 지탄을 받고 있지만 “박 대통령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만큼 여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반박하는 월박, 홀박 의원들이 적잖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행보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나빠지면 가장 먼저 수도권 의원들이 박 대통령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민심이 나빠지면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얻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함께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왜냐면 다음 총선에서 ‘친박 딱지’를 들고 나섰다가 되려 낙마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월박·홀박 수도권 의원들은 ‘안티 박근혜’로 돌아설 것”이라며 “여기에다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지역이 홀대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텃밭에서까지 민심이 좋지 않으면 영남지역 의원의 홀박·월박 의원들도 박 대통령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대한 의견이 가중되는 이유는 향후 정치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흔들리면 이들도 또한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여권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문고리 권력과 박정희 정권 시절 인연이 있는 인사들 이외에는 모두 믿지 않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각종 논란이 있었다. 임기 초 박 정권을 흔들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누군가 흔들기를 내심 바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 대통령이 일부 친박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이들은 ‘박근혜 하수인’일 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는 인사들이 태반이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이들과 월박·홀박 인사들을 철저히 배제하거나 무시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 인사는 “쓴소리를 하는 신흥 친박 인사들이 없어, 박 대통령이 싸늘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향후 신흥 친박과 월박·홀박 간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