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민 안철수 출마 물었더니

“훗날 대선 재도전 하려면 부산서 김무성과 붙어야지” “어디 출마하든 본인 마음” 긍정적 반응도

2013-03-11     안은혜 기자

[일요서울ㅣ안은혜 기자] 4월 재.보궐선거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를 앞둔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이에 [일요서울]은 그의 첫 번째 국회의원 도전에 노원병 주민들의 민심을 탐방해봤다. 서민 중산층의 거주자가 많은 노원지역에 ‘서민을 위한 새정치’를 들고 나온 안 전 대선 후보를 반갑게 맞아줄지 궁금증을 안고 노원병(상계1~10동) 지역 20대부터 70대까지 주민들을 3월5일과 6일 양이틀간 직접 만나봤다.

노원역 인근에서 25년간 구두 수선집을 운영해 온 50대 후반의 부부는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노원병 재보선 출마 소식에 대한 의견을 묻자 단박에 “안철수는 부산 출마를 해야지” 한다. 이유를 묻자 “훗날 대선에 재도전 의지가 있고, 정치판에서 커기 위해서는 김무성과 겨루는 게 맞다”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들 부부는 안 전 후보의 대선 사퇴 후 대선 당일 당락을 확인하지 않고 미국으로 가버린 무책임한 행동과 노회찬 전 의원에게 상의없이 노원병 출마 선언은 자기들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태도라며 고개를 저었다.
상계동 토박이 60대 중반의 택시기사는 안 전 대선 후보의 노원병 출마 소식에 “아무래도 출신 지역이 유리할 텐데 의아하다. 아마 승산이 없지 않을까”라며 “다른 당에서 누구에게 공천을 주느냐에 따라 승산이 있고 없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계역 인근에서 70대 어르신 두 분과 대화를 시도해 봤다.

안전빵 선택에 서울 토박이‘시큰둥’

안철수 전 대선 후보의 노원병 출마에 대한 질문에 대뜸 “안철수가 누구냐”고 되묻는다. 당황한 기자에게 “나는 안철수를 환영하지 않는다. 젊은층의 지지만 믿고 노원병을 우습게 아는 비상식적인 행동이 아닌가. 요즘말로 비호감이야”라며 노회찬 전 의원 부인인 김지선씨 출마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마들역 근방에서 만난 논술 강사 50대 남성은 자신을 노회찬 전 의원의 중고등학교 후배라고 소개하며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물음에 단박에 ‘반칙’이란 단어를 던졌다. “노원 주민들은 안철수 전 후보가 젊은 표를 많이 확보할테니 나라도 표 안줘서 지지율을 낮추겠다는 말을 한다. 안 전 후보가 야당세가 강한 노원병 작은 동네에 출마하려는 것은 골목대장 하고 싶어서가 아니냐”며“기존의 프리미엄을 내려놓고 어려운 길을 가겠다고 이곳에서 정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안철수의 소신이 없는 행동이자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사람이란 느낌이 든다”라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노회찬 부인의 출마설에 대해서는 “노회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건은 억울하다는 생각으로 부인에 대한 감정적인 지지는 하겠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숨을 쉬고는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상계동에서 부동산을 경영하고 있는 50대 후반의 남성 역시 안 전 후보의 출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노원구가 내 고향은 아니지만 노원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이곳이 정이 많은 동네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경영하다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노원구에서 하루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인데다 정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도 없는 사람이 후보라니.. 주민들 대부분이 안철수 전 후보를 반기지 않는 이유다.”라며 “안철수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말고 본래의 학자의 길로 국가발전에 이바지하여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함께 동석했던 50대 남성(자영업)은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을 보면 알 수 있다”며, “지난 대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이번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의 이번 정치적 선택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는 편법에 가깝다. 정치적 도리조차 결여된 정치인이라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며 혀를 찼다.

20대·여성은 재보궐선거 출마 환영

한편, 안철수 전 대선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수락산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여대생(서울)은 “안철수의 재보궐선거 출마는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국민의 고유 권리 아닌가. 여야가 나서서 교통정리 할 필요가 없다. 노회찬 전 의원의 허락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곳에 누가 출마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 또한 노회찬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30대 직장인 여성은 “기존의 정치에 불신을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인물이 새정치를 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안 전 후보의 출마를 지지한다. 신당창당도 지지한다. 상대가 싫어서가 아닌 내가 좋아서 뽑을 수 있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 그의 정치인생 첫 발이 노원이든 부산이든 지역은 중요치 않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상계5동 주민인 40대 주부는 “작년 대선 때부터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었다”며 “4월 재보궐선거에 후보로 출마한다면 뽑을 의향이 있다”고 안 전 후보에 대한 신뢰감을 내비췄다. 상계1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안철수 전 대선 후보는 어느 당이든 단일화가 아니면 힘들다고 보지만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인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편한 선택 아쉽지만 출마는 개인 선택


반면, 안 전 후보의 노원병 출마에 대한 중립적인 시선도 있다. 상계8동의 30대 직장인 남성은 “작년 대선에서 안 전 후보에 대한 지지를 했다. 안 전 후보의 이번 선택은 성급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새누리당과 1:1로 붙으면 낙승이지만 야권 분열되면 무조건 진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샐러리맨은 “억울하게 빼앗긴 노회찬 전 의원의 자리에 안철수 전 후보의 숟가락 얻는 행동은 정치 도의상 예의가 아니다. 앞으로의 정치인생은 물론 야권에서 큰소리 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싶으면 승산이 없는 싸움이 되더라도 부산에서 한 석을 얻는 게 낫지 않을까”라며 “편한 길 말고 힘든 길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앞으로의 정치판과 나아가 대선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40대 초반 공무원 남성(서울)은 “노회찬 전 의원이나 야권측에서 우리 텃밭 빼앗는다는 식의 생각은 정치인으로서 옳지 못하다. 안 전 후보를 선택하고 말고는 우리의 몫이다. 안 전 후보는 대선 후보였다. 그런 그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신당 창당도 기정사실이다. 낡은 정치인과는 다른 그의 정치행보가 기대될 뿐이다”라며 현재 정치권에는 기대할 인물도 세력도 없다는 의견이다. 상계2동 약사인 40대 남성(충북)은 “싸우려면 적지에서 싸워야 싸움에 빛이 나지 않을까. 지더라도 부산 여당과 붙어야 한다. 하지만 안 전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의 참신함을 높이 산다”고 대답했다.
상계역에서 노점상을 하고 있는 50대 남성은 “안 전 후보의 출마는 개인의 자유다. 신당을 창당하던 공천을 받던 무소속으로 나오던 본인의 선택일 뿐이다. 승패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20대 휴대폰 판매원들의 의견은 갈렸다. 한 사람은“정치 경험이 없는 안 전 후보를 지식인으로는 인정하나 정치는 노원구가 아니라 어디서도 안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또 다른 근무자는“지지기반이 없어도 안 전 후보는 당선될 것 같다”는 의견으로 각각 나뉘었다.

안철수 새정치 봄날은 오는가

안철수 캠프 전 대변인인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노회찬 전 의원이 추구했던 바와 안 전 교수가 지향하는 정치적 신념을 결합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노원병 출마를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결과, 안철수 전 교수의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6.0%로, 찬성한다는 의견(34.1%)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나이가 젊은 층일수록 찬성의견이 높아 20대 30대는 각각 46.8%, 39.8%가 찬성, 35.7%, 37.0%가 반대했다. 반면 40대 이상은 반대 의견이 더 많았는데, 40대 50대는 각각 47.3%, 54.9%가 반대, 찬성이 37.2%, 26.6%로 조사 되었고, 60대 이상은 54.3%가 반대, 21.2%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여야 각 정당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의 대항마로 여러 카드를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안 전 후보의 노원병 승리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 미디어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 마찬가지로 직접 만난 노원병 주민들의 반응 대다수도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토박이와 젊은세대의 의견은 명확히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출마하면 당선될 전망이 우세하다고 보지만 노원병 주민의 분위기를 봐서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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