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파 30인의 속내는 ‘차기집권’
2005-03-18 이인철
열린우리당은 문희상, 유인태, 유시민, 이광재, 이석현, 임채정, 장영달, 정세균 의원 등 23명, 한나라당은 김덕룡, 김형오, 이강두, 이규택, 김용갑 의원 등 7명이 헌법연구회에 합류했다. 그 동안 개개인 의견으로 분산돼 나오던 개헌논의가 보다 조직적,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 특히 헌법연구회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 연구모임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임채정 당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유력한 당권주자인 문희상, 장영달 의원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여했다. 한나라당도 김덕룡 전원내대표, 이강두, 이규택 최고위원, 중진인 김용갑 의원 등이 포진하고 있어 사실상 양당의 핵심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헌법연구회에서 논의된 의견들은 양당의 당론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연구회와는 별도로 한나라당 내부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이병석 의원이 중심이 돼 당내에 ‘헌법을 연구하는 국회의원모임’을 결성했다. 박진, 전재희, 박승환, 김명주, 주호영, 박순자, 심재엽, 홍문표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1월 31일 첫 모임 이후 매주 한번씩 만나 개헌 논의를 하고 있다. 이병석 의원은 “본격적인 개헌논의에 앞서 정부형태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헌법학자들을 초빙해 헌법개정의 의의와 방향성 등에 대해 듣는 등 당분간 내공을 먼저 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개헌 논의와 관련, 관심은 권력구조와 정부형태의 선택 논의가 어떻게 가닥을 잡느냐다. 개헌논의에 따라 2007년 대통령 선거가 종전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각제보다는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분단과 국내현실에 비춰볼 때 내각제는 쉽지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투표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부담도 있다.
열린우리당 이석현 의원은 “현 대통령 중심제는 87년 6월항쟁을 통해 얻어낸 성과물”이라며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선거에서 내각제로 갈 경우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개인적으로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며 “지역간 세대간 대결구도를 깨고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헌법연구모임에 참석중인 한 의원도 “세미나에 참석해 개헌논의에 대해 강연했던 헌법학자가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내각제보다는 대통령 중심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는데 구체적인 논의단계는 아니지만 공감하는 대목”이라고 전했다. 실제 양당은 구체적인 접촉은 없지만 정·부통령제와 4년 중임제안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양당 모두 서로에게 차기정권을 잡는데 정·부통령제에 4년 중임제가 유리하다는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통제의 경우 차기후보들의 지역간 연합, 세대간 연합 등 다양한 연대를 할 수 있는 만큼 후보군의 폭이 넓어진다. 결국 차기후보군의 이해관계가 향후 진행될 개헌논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