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원순 세빛둥둥섬 놓고 격돌
‘재신임’ 실패 오세훈 전 시장 지방선거 앞두고 기지개 켜나
해묵은 문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오 전 시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재점화됐다. 세빛둥둥섬을 둘러싸고 ‘서울시가 오 전 시장 지우기에 급급하다’는 주장과 ‘세빛둥둥섬은 전형적인 혈세낭비’라는 주장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갈등을 두고, 정치권으로의 ‘유턴’ 시도를 앞두고 있는 ‘오 전 시장에 대한 사전차단용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꽃씨, 꽃봉오리, 활짝 핀 꽃 형태의 3개 섬으로 이뤄진 세빛둥둥섬이 개장조차 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1390억을 들여 만든 이 섬은 방치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월 6억 원의 금융비용만 발생하고 있는 것. 오 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의 꽃’이라고 자부했던 새빛둥둥섬의 개장이 지연된 결정적 계기는 오 전 시장의 사임과 박 시장의 취임이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세빛둥둥섬을 포함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오 전 시장의 대표적 전시행정이라고 규정하고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해뱃길,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한강 수상호텔 등 한강르네상스의 나머지 사업은 폐기됐다. 박 시장의 지시로 세빛둥둥섬에 대해 특별감사가 벌어졌고 지난해 7월 감사보고서에서 ‘총체적 부실사업’으로 낙인 찍혔다.
서울시는 오 전 시장이 아라뱃길을 서울까지 연결시키기 위해 추진했던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에 이어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도 “전시성 사업이자 예산 낭비”라고 정면으로 비판하는 ‘한강개발사업에 의한 자연성 영향 검토’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해 ‘오세훈 업적 지우기’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의혹’두고 갑론을박
전·현직 서울시장의 갈등은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가 오 전 시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면서 격화됐다. 지난 14일 대한변협은 산하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의 재정낭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오 전 시장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바 있다.
특위는 사업을 추진한 오 전 시장 등이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민간 사업자의 잘못으로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서울시가 빚을 떠안도록 해 서울시에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있다.
특위는 “세빛둥둥섬을 조성하는 협약체결 과정에 시의회 동의 절차를 무시했고 사업 추진의 근거 법령이 미비했으며, 민간 수익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SH공사의 참여 결정과 총사업비 변경 승인 과정의 부적정성과 독소조항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도 수사 착수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오 전 서울시장 등 ‘세빛둥둥섬’ 조성사업 관련자 12명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대한변협에서 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관련자들을 소환할 방침을 밝히면서 오 전 시장도 소환 대상자에 포함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 수사 궁지에 몰린 오 전 시장은 박 시장에게 책임을 돌렸다. 오 전 시장은 “나를 비롯한 관계 공무원은 특정 사업자에 이익을 몰아주지 않았고 직무상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에 고의로 손해를 입혔다는 지적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특히 오 전 시장은 “(박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취임 이후까지 세빛둥둥섬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계속 확산시켜 완성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지 않는 현직 시장의 고도의 정치행위야말로 위원회가 조사해야 할 세금낭비 사례의 전형”이라고 박 시장을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의 측근인 황정일 전 시민소통특보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세금이나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은 100% 민자투자사업으로 서울시나 변협의 주장처럼 ‘예산낭비’라는 지적은 타당치 않다”며 “변협이 제기한 배임 등의 의혹들은 서울시 자체 감사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주장에 동의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전 특보는 시공사인 플로섬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플로섬에 특혜를 줬다고 하는데 사실상 손해만 막대하게 보고 있어 특혜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면서 SH공사의 사업참여 논란에 대해서도 “SH공사는 사업에 참여한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데 SH공사가 참여해 공공성과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끝으로 “명백한 오세훈 지우기로 보인다”라며 “박 시장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개입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전 시장 측의 언론 대응에 대해 박 시장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승록 서울시의회 의원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 전 시장이 떠나면서 세빛둥둥섬 연결다리(도교) 건설과 운영업체 선정을 못했다. 깔끔하게 준공을 하고 물러났다면 이런 저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의원은 “두 가지 숙제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인데, 박 시장이 1년 4개월간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걸 지켜봤다”면서 “최소한 격려는 못할망정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 시의원은 “한강은 개인공간이 아니라 공적 공간인데, 이곳에 수익시설을 설치하려고 한 발상이 잘못됐다”면서도 “박 시장도 은평 뉴타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뉴타운 현장사무실에 출근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세빛둥둥섬 문제는 적극적인 수습 의지를 드러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원순 대항마로 나설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세빛둥둥섬을 둘러싼 전현직 시장 간의 격돌을 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지개를 켜려는 오 전 시장’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박 시장 간의 ‘마찰’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2014년 치러질 서울시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의사를 강력히 밝혔다. 박 시장은 미국 CNN 인터뷰를 통해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년은 너무 짧아 재출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재출마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궐선거로 당선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조금 더 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권에서도 2014년 서울시장 선거를 두고 일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관측성’ 하마평이 대부분이어서 유력 후보를 거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정욱 전 의원, 권영세 전 의원, 맹형규 전 장관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박원순 대항마’로 내세우기에는 약하다는 평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치권에서는 ‘오 전 시장이 2004년 총선 불출마 후 2년 만에 서울시장에 복귀한 것처럼 부활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오 전 시장이 2014년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내놓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명예회복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라고 전했다. 오 전 시장이 긴 정치공백기를 깨고 모습을 드러낼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의 측근들은 이 같은 전망에 대해 부인했다. 황정일 전 시민소통특보는 “한마디로 소설”이라며 “현재 오 전 시장은 정치 전면에 나서려는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서장은 전 서울시 부시장은 “오 전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에 나온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 정치적 행위를 특별히 할 계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