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지스틱스 사장, 위태로운 ‘까닭’
“고객 불만 뒤로한 채 회사 몸집 불리기에 연연”
[일요서울│박수진 기자]노영돈 현대로지스틱스 사장(사진)이 연초부터 위태롭다. 배달 상태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는 외면한 채 기업공개 추진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장요건 중 하나인 ‘이익조건 미달’로 인해 이마저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지난달 택배기사의 처우와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한 택배단가 인상 추진이 이번 기업공개를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취임 당시 택배 1위 기업으로 우뚝 설 것 이라는 노 사장의 포부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택배 회사 중 유일하게 안티카페 개설돼…올해만 100건 이상 글 등록
올 7월까지 상장되지 않을 경우, 현대상선 1200억 피해 불가피할 전망
# 이번 달 초 A씨는 현대로지스틱스로부터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를 포함해 가족 중 아무도 택배를 받지 못했지만, 해당 홈페이지에는 오후 8시 께 배송이 완료된 것으로 처리됐기 때문이다. A씨는 곧장 현대로지스틱스 홈페이지에 컴플레인을 넣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택배기사에게도 수십 통에 달하는 전화를 넣었지만 불통이었다. 담당영업소와 본사 역시 연결 되지 않았고 결국 A씨는 물건을 받지 못했다.
# 지난달 B씨는 물건 반품을 위해 반품 접수를 신청했다. 나흘 후 부재중 전화 2통과 문자를 확인했고, 문자에는 다음 주 월요일에 수거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B씨는 월요일에 온다는 문자에 택배 기사에게 따로 전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B씨는 해당일인 월요일이 돼서도 택배기사로부터 연락이 없자 다음 날 곧장 택배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택배 기사는 왜 첫날 전화를 받지 않았냐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고 물품을 찾으러 와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당황한 B씨는 고객센터를 통해 다른 택배기사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고객센터는 그럴 권한이 없다며 사건 처리를 위해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 C씨는 수리를 맡긴 온풍기가 망가져 있는 채 배달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온풍기를 설치하기 위해 포장된 박스를 뜯자 온풍기 앞부분이 심하게 휘어져 있는 등 망가져 있었다. 심지어 박스에는 취급주의 스티커도 붙여있지 않았다. 해당 수리 업체는 배송시만 해도 문제가 없었다며 배송 업체에 연락해 볼 것을 권고했다. 이에 C씨는 고객센터에 연결했지만 상담원과 연결되지 않았다.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도 6~7개의 글을 올렸지만 ‘죄송합니다’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현대로지스틱스의 택배 발송과 관련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배송문제도 모자라 회사 측의 성의 없는 대응에 2차 피해마저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포털사이트에는 ‘안티현대택배’라는 카페가 생겼을 정도로 고객불만이 극에 달해있다. 해당 카페에는 올해만 벌써 두 달도 채 안 된 사이 100여 건 이상의 불평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물품을 받지 못했다는 글들이 주를 이루며, 심지어 대리점으로 직접 물품을 받으러 간다는 고객도 있었다.
카페 회원인 D씨는 “형편없는 곳인 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그 택배를 이용하는 업체에서 물건을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대라는 이름값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일요서울]이 서울에 위치한 10곳의 대리점에 전화를 걸었지만 답변할 수 없다며 끊은 1곳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9곳은 신호음만 갈 뿐 연결이 되질 않았다. 현대택배는 2010년 현대로지엠에 이어 지난해 ‘현대로지스틱스’로 사명을 교체했다.
상장 성공 여부, 관심 집중
이처럼 고객 불만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 사장이 본 업무인 택배 문제는 뒤로 한 채 기업공개에만 몰두하자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정작 챙겨야 할 고객의 불만은 뒤로 한 채 회사 몸집 불리기에만 연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1년 10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당시 ‘우리-블랙스톤 코리아 오퍼튜니티 1호 사모투자회사’와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관계사 현대상선은 올해 7월 20일까지 현대로지스틱스가 상장되지 않을 경우, 우리블랙스톤 PEF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주기로 했다.
재매입 대금은 우리블랙스톤 PEF의 투자원금 1000억 원에 연 8.5% 복리로 가산한 1200억 원 정도이다. 당시 우리블랙스톤 PEF는 주당 1만6506원에 현대로지스틱스 신주를 배정받았다. 따라서 상장되지 않거나 적정 공모가를 받지 못할 경우 현대상선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현대로지스틱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 요건 중 하나인 이익조건(1년간 이익액 25억 원 이상, 3년 합계 50억 원 이상)을 충족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강동진 HMC 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35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등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난달 20일에 발표한 택배 단가 인상이 공모가를 높게 책정받기 위한 꼼수였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에 영업이익이 기준이 되고, 영업이익이 올라가면 공모가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로지스틱스 측은 “택배비 인상과 상장은 별개”라며 “택배비 현실화를 위해 먼저 인상안을 낸 것이고 상장은 이와 별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oojina6026@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