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력 충돌하면 반 나절도 못버틴다

2005-03-25     이혜숙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지난 3월16일 ‘다케시마의 날’(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조례를 전격 통과시킨 이후 한·일 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일부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독도 분쟁이 최악의 경우 양국의 극단적인 무력충돌 사태로 비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 한국의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독도를 둘러싼 한·일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반나절 만에 일본에 독도를 강탈 당한다’”고 주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은 일본의 독도 쟁탈 음모가 드러난 직후인 지난 3월 17일, 해군 장병 등이 모인 한 모임에서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면 결과는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실제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독도를 빼앗기는데) 반나절보다 더 짧을 수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충격 발언이 해군의 총 책임을 담당했던 전직 해군 참모총장에게서 나왔다는데 있다. 일본과의 해군 전투력 면에서 한국은 반나절도 못 버틸 것이란 해석으로 전직 해군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강탈전이 발발한다면 싸움은 바다에서부터 시작돼 바다에서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3월 17일 오후 8시. 독도를 둘러싼 국내 여론이 반일감정 고조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 해양 전략 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제 5차 목요대화 모임’이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개최됐다. ‘한국은 바다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주제로 열린 이날 모임은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장교, 학생 및 민간인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모임으로 평소에는 해군의 발전 모색과 군사력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킨 직후인 만큼 정해진 주제와 별도로 독도와 관련된 해군의 역할에 대한 질의응답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 자리에서 강의를 맡은 이춘근 자유기업원 선임 연구원(전직 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이 안 전 총장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이 연구원은 “독도를 둘러싼 한일전이 발발하면 반나절 밖에 못가서 독도를 빼앗긴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안 전 총장은 즉석에서 “반나절보다 더 짧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안 전 총장은 ‘정말로 그러냐’는 재차 질문에도 역시 “변수가 있어서 (확실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한·일간 해군의 모든 세력이 붙는다면 (독도를 강탈당하는데) 반나절보다 빠를 수 있다”고 확인했다. 독도 쟁탈 음모로 시작된 시마네현의 조례제정 이후 일본 항공 자위대 소속 정찰기가 독도 외곽 상공까지 접근하는 등 전운이 감지되고 있는 시점에서 안 전 총장의 발언은 충격적이다.특히 안 전 총장의 이같은 발언은 상당수 국내외 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이 독도분쟁의 무력충돌 비화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실제로 세계적인 군사전문연구기관인 ICB(InternationalCrisis Behavior) 분석모델에 따르면 독도분쟁의 심각성 지수는 3.29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팔레스타인 분쟁, 미·이라크 전쟁 등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독도 분쟁으로 인한 한·일간의 무력충돌 가능성이 어느정도 심각한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무력충돌이 발발할 경우 안 전 총장의 우려대로 ‘반나절이면 게임 끝’이 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인가. 해군 관계자나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 전 총장의 이같은 주장에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다. 문제는 일본에 비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턱없이 부족한 해군력에 있다는 것이다. 이춘근 선임연구원은 “지난 96년도 독도사태가 터졌을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육·해·공군 참모총장 3명을 불러 놓고 ‘독도를 지킬 자신이 있냐’고 했을 때 ‘네’라고 자신있게 답한 사람은 육군참모총장 밖에 없었다고 해서 웃은 일이 있었다”며 일화를 소개했다. 정작 독도에 관한한 바다에서 싸움이 시작되는 만큼 싸울 일이 없는 육군 참모총장만이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는 얘기다.

영국의 군사전문 연구기관인 ‘The Military Balance’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자위대가 보유중인 주요 수상함(구축함 및 프리깃함)은 54척이고, 잠수함은 16척이다. 반면 한국 해군의 경우 주요 수상함 15척이며, 잠수함은 9척에 불과하다. 양적인 면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 해군력은 열세이다. 질적인 측면으로 비교하면 그 열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 잠수함 중 현재 가장 성능이 앞선 것은 KSS-1급 잠수함. 이 잠수함은 장보고급 잠수함으로 만재톤수가 1,100톤으로 전장 56m에 30여명의 승무원이 탑승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오야시오급 잠수함은 만재톤수가 3,000여톤이고, 전장 82m에 승무원 70여명이 탑승할 수 있다. 일본을 해양대국으로 끌어 올린 이지스함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일본이 콩고급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도 4척. 반면 한국은 단 한 척도 없다. 일본이 보유한 4척의 이지스함은 길이 161m에 만재톤수 9,500톤에 이르는 대형 구축함으로 작전범위는 무려 5,000마일에 이른다. 구축함의 주 무기인 함포와 어뢰는 물론 대함·대공미사일을 다수 장착하고 있으며 첨단 대공전자방위망을 가지고 있다. 이지스함이 뜨면 인근 해상에 적국의 전투기가 날아다닐 수 없다. 반경 180마일 내에 있는 물체는 모두 잡히며 레이더엔 수백개의 표적이 한꺼번에 뜬다. 한번에 미사일 18기를 날릴 수 있는데 한국 구축함은 이지스함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을 능력이 없다. 한번 이지스의 표적이 되면 몇십초만에 운명이 결정된다.

반면 한국이 차기 한국형 구축함으로 내세우고 있는 KDX-Ⅱ 이순신함은 전장 150m에 만재톤수가 4,000톤에 지나지 않는다. 안 전 총장은 “해군력의 열세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수함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다”며 “일본의 항공모함에 은밀히 접근한 뒤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빠르게 바다 밑으로 잠적하는 게릴라형 작전에 치중해야 하는 게 한국 해군의 현주소”라고 자조적인 분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