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비주류 친노 3인방 칼 겨누다

“문재인·한명숙·이해찬 방 빼라”

2013-02-13     박형남 기자

차기 전당대회 친노 당권 장악 시 선상반란 준비
비주류, 민주당 탈당 후 安과 함께 할 수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대선 패배를 둘러싸고 민주통합당 내 분위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비주류를 중심으로 집단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는 대선 패배 이후 불거졌던 ‘친노 사퇴론’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암시한다. 이해찬 전 대표를 정치 2선으로 후퇴시키며 당내 불만을 간신히 수습해왔던 친노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충남 보령에서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당무위원 합동 워크숍’에서 문재인·이해찬·한명숙 등 친노 3인방에 대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끈다. 민주통합당 일각에선 ‘친노 사퇴론’이 실패할 경우 주류-비주류간의 계파갈등 과정에서 비주류가 최후의 수단으로 탈당카드를 내밀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패하고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
지난 1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국회의원-지역위원장-당무위원 합동 워크숍’에서 민주통합당 비주류 의원 및 위원장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원외인 서울 노원병 이동섭 위원장은 “총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며 “공천과정이 공정하지 못했고, 당을 종북세력으로 몰리게 만들었던 한명숙 전 대표는 사죄하고 비례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유성엽 의원은 “이해찬·한명숙·박지원·문성근 대표들이 이 중요한 워크숍에 왜 참가 안했는지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며 이들을 집중 공격했다.

비주류 “친노사퇴” 초강경

민주당내 비주류에서는 “친노 인사들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뤘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친노 핵심인사들 위주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지난해 10월 초 민주통합당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인의 장막’ 논란이 재차 비주류의 대반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 당시 비주류에서는 친노를 겨냥해 친노 2선 후퇴론을 제기했고, 결국 문 후보의 핵심인사였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기획본부 부본부장인 전해철 의원, 양정철 메시지팀장까지 일명 ‘쓰리철’이 선대위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그들이 물러났어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민주통합당이 이길 수 있는 선거판에서 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후 당내에선 “대선과정과 대선 후 결과를 봤을 때 모든 책임은 친노들에게 있다”는 불만이 폭주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대선 패배 이후 친노들을 겨냥해 “문재인·한명숙 등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이해찬-박지원 담합, 문재인-이해찬 담합’ 논란과 맞물리면서 ‘선상 반란’으로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때문에 이해찬 사퇴 등으로 무마되는 것처럼 보였던 ‘친노 2선 후퇴론'이 이번에는 친노 인사 전당대회 불출마와 친노 정계은퇴론으로 강도가 세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친노들이 출마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선거를 주도적으로 치른 사람이 나온다면 말이 안 된다. 용서가 안 된 상황에서 나오면 혼나는 것”이라며 “정치인은 죽을 때와 살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는 주류로 칭했던 사람이 죽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는 돌아가신 다음에 온 것이다. 기다리면 (기회가) 또 온다”고 덧붙였다. 비주류는 문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는 당연한 것이며, 대선 패배에 책임있는 인사들이 대거 사퇴해야 한다며 측면지원을 하고 있다. 사실상 박지원을 겨냥한 셈. 박 의원의 ‘당권도전설’이 흘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류를 접한 친노는 불쾌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친노 김경협 의원은 “총선에 대한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시의 한명숙 지도부가 전체 사퇴를 했고 대선 전에는 당 내부의 2선 후퇴 주장 때문에 또 (이해찬)당대표가 사퇴를 했다”며 “그렇게 하면서 막상 대선 선거운동기간에는 선대위의 총괄 컨트롤타워도 없이 선거를 치르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안철수 후보 측이 내놓은 공론조사의 문제점은 패널 구성에 있어서 민주당 대의원과 안철수 펀드 가입자를 동수로 구성하는 방안이라 ‘민주당의 분열을 이용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18대 대선의 단일화는 경선으로 완결되지 못한 채 일방적인 사퇴라는 방식으로 결론이 난 단일화였다. 사퇴 후보의 흔쾌하지 못한 행보 등으로 완전한 지지자 통합은 물론 시너지 효과 창출에도 실패했다”고 안철수 책임론으로 맞받았다.

여차하면 안철수로…

이런 가운데 안철수 전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체류하면서 대선 평가와 향후 정치 활동 계획에 대한 구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또 다른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안 전 후보는 대선 단일화 과정에서 기득권 포기 주장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또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들은 민주통합당이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면 안 전 후보가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결과적으로 안 전 후보가 독자신당을 창당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차기 전당대회에서 친노 인사들이 밀어준 후보가 잡느냐, 아니면 비주류인 비노쪽에서 잡느냐에 따라 안 전 후보와 당의 관계가 재설정될 것”이라며 “주류에서 잡으면 안 전 후보는 독자적으로 갈 공산이 크고, 비주류에서는 같은 비노이기 때문에 안 전 후보를 적극 끌어안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비주류 측에서 당권을 잡지 못하면 민주통합당을 탈당,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 전제조건이 붙는다. 안철수 신당이 안전한 순항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 그 시점은 10월말 재보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안 전 후보나 측근들이 10월 재보선 때 수도권과 영·호남에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기점으로 내년 지방선거 때 안철수 신당이 확실히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호남의 사위’인 안 전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출마해 승리할 경우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복잡한 계산기를 두드린 끝에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한 당직자는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비주류 인사들이 안철수 신당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일단 비주류의 당권 장악 여부가 중요하고 안철수 신당이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한다”며 “비주류가 당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안 전 후보가 선전한다면 오래전부터 안 전 후보에게 가고 싶어했던 K 의원, K 전 의원 등이 대거 합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들은 모두 지방선거에 출마를 노리는 이들이다”며 “결과적으로 민주통합당에는 친노 직계 정도만 남고 비주류 측이 안 전 후보 측에 모여 새로운 둥지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안철수 신당이 3년 뒤인 제20대 총선에서 ‘돌풍’이 아닌‘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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