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앱’따라 떠나고 남은 자리엔…
이제 ‘채팅 만남’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까?
[일요서울|서준 프리랜서]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사안 중의 하나가 바로 ‘채팅을 통한 낯선 남녀의 만남’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직접 얼굴을 대면해서 아는 사람을 통해서만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아날로그식’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당시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아주 혁신적인(?) 만남이 가능해졌다. 그 엄청난 파장은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기도 했고, 특히 남녀 간의 불륜이 채팅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가정파괴에 대한 뉴스가 신문 지상을 장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수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 채팅은 이제 ‘먼 추억 속의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 채팅이 가능해졌고, 그 후 이러한 PC를 통한 채팅이 급속도로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한마디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일부 남성들은 당시의 ‘순수했던’ 일부 만남을 추억하며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만남은 없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일부에서는 인터넷 채팅을 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과거에는 찾아볼 수 없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상당수의 남녀들이 새로운 이성을 만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과거의 ‘PC채팅’을 좋아하거나, 이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들은 왜 아직도 PC채팅을 통해서 세상과 교류하거나 타인들과의 만남을 원하는 것일까. 물론 여기에는 상당히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는 사람들의 성향과 스타일, 채팅을 하는 목적에 따라 제각각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유로 여전히 PC 채팅 선호
우선 첫 번째 부류는 ‘과거의 순수했던 만남’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당시에 그러한 경험을 한 후 점차 ‘성매매를 위한 조건만남’의 도구로 채팅이 변질되는 상황을 목도했고, 그 이후로 그런 것들에 거부감을 느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라도 그러한 ‘초기 채팅의 순수성’을 유지하기를 원하고, 그래서 스마트폰 채팅으로 갈아타지 않는 것이다. 지금도 스마트폰은 있지만, 채팅만큼은 PC를 고집하는 이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나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채팅이라는 것을 성매매나 조건만남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인생에서 매우 힘든 상황을 맞고 있었고, 채팅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치유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채팅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힘을 믿었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채팅이 그런 남녀 간의 색욕어린 만남의 장으로 변하는 것이 탐탁치 않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채팅에서 나처럼 위로를 받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러한 위로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순수한 채팅의 공간을 지켜나가고 싶다.”
하지만 때로는 이와는 정반대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도 있다. 최근 워낙 많은 남성들이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조건만남을 하려다 보니 그곳에서 경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경쟁이 별로 없는 채팅을 통해서 조건만남 여성을 찾으려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직장인 조모씨의 사례이다. 그는 스마트폰만 2대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업무용, 하나는 개인용이지만 개인용은 말 그대로 ‘여자들을 위한 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비교적 여성과의 만남이 자유롭고, 또 바람둥이 기질까지 갖추고 있어서 여성을 위한 폰을 따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스마트폰을 통한 채팅과 만남에 아주 익숙해있지만, 얼마 전부터는 PC채팅으로 자신의 노선(?)을 바꿨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치열한 경쟁 없는 PC채팅방
“사실 스마트폰 채팅은 이제 완전히 ‘조건만남을 위한 시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혼탁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여자들도 남자들의 조건을 따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응답도 하지 않는 치열한 정글과 같은 공간이 되어 버렸다. 그런 곳에서는 나를 부각시키기도 쉽지 않고 여성들이 응해주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너무 발 빠르고 정글과 같은 그곳을 떠나 다시 PC를 통한 채팅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많은 남성 경쟁자들이 떠난 곳이기에 비교적 여유롭고 숨을 쉴 수 있을 만하다. 실제 내가 채팅을 해본 결과 스마트폰 채팅보다 훨씬 여성을 만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스마트폰 채팅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좀 더 PC채팅에 집중할 생각이다.”
또한 특정 연령대를 선호하기 때문에 PC채팅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제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대 여성들은 대부분 스마트폰 채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 40대 이상의 스마트폰으로 채팅을 하는 것에 아주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의 경우에 여전히 PC채팅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남성이 20~30대가 아닌 좀 더 나이가 많은 40대 연령층의 여성을 선호하는 경우에도 이렇게 PC채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한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지만, 이상하게도 옛날부터 40대 이상의 아줌마에게 성적 호기심을 더욱 가졌다. 그러다 보니 낯선 여성을 만나더라도 20대의 어린 여성보다는 오히려 40대의 나이든 여성을 선호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채팅에서 40대 이상의 여성을 만난기란 좀체 쉽지 않다. 하지만 PC채팅은 완전히 다르다. 20~30대 여성들이 빠져나간 공간에 이제 40대 여성들이 주로 포진을 하고 있다. 따라서 40대 이상을 원하는 남성들에게는 오히려 PC채팅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행동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린 남성을 선호하는 여성들이라면 오히려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부남의 경우에는 PC채팅이 비교적 흔적이 덜 남는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다양한 기록이 남고 휴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서 아내가 비교적 쉽게 사용경로와 상태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 특히 사무실 컴퓨터의 경우에는 아내가 채팅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부남의 경우에는 조건만남을 하기 위해서 이러한 PC채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스마트폰 채팅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최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 스마트폰을 최신형으로 바꿨을 때 한번 낯선 여성과 채팅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아내에게 바로 들키고 말았다. 그때에는 ‘무슨 기능을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시험적으로 해봤다’고 둘러대면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나마 스마트폰을 바꾼 시기였기 때문에 그러한 변명이 통했다고 봐야 한다. 그 이후로 스마트폰 채팅은 언제든지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에는 오로지 PC채팅만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한 뒤에는 아내에게 걸린 일은 별로 없다. 스마트폰 채팅을 하지 않기를 정말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부 남성들은 ‘아직 PC채팅에는 순진한 여성들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PC채팅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 채팅방에는 소위 ‘까진 여자들’이 많기 때문에 대하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PC채팅에는 아직 그나마 순수하게, 혹은 비용을 받지 않고도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여자들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돈을 주고 성매매를 하는 조건만남 여성이 지겨운 경우에, 새로운 유형의 잠자리를 갖기 위해 PC채팅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아직도 PC채팅은 여전히 일부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역시 대다수의 경우가 낯선 여성과의 만남, 그리고 그런 여성들과의 ‘잠자리’ 때문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