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2비사] 백백교 살인사건 4

희대의 살인마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2013-02-05     이수광 작가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폭압통치에 시달리던 가난한 민중에게 희망은 사치에 불과한 듯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줄기 희망을 꿈꾸게 해주는 이가 등장했다. 그는 바로 백백교 교주 전용해였다. 신선의 땅에서 불로장생한다는 백백교의 달콤한 교리는 한 줄기 구원이고 희망이었다. 그러나 백백교에 끌려온 사람들은 재산을 빼앗기고 부인과 딸을 교주에게 바쳤다. 교주 전용해의 행태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우봉현이 죽은 뒤 전용해는 김서진, 문봉조, 이경득과 같은 살인귀들을 포섭해 수하에 두고 본격적으로 교세확장에 나섰다.

인간 구원? 인간 박멸!

전용해는 배신하거나 불만을 터트리는 신도들을 철저하게 응징했다. 전용해의 백백교는 이전의 사이비종교와 다른 점이 있었다. 사이비종교라고 해도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집단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백백교는 달랐다. 그들은 거의 매일같이 살인을 저질렀다. 그것도 특별한 사람 하나를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살해했다. 가족들 중에 남자나 여자가 사소한 불평을 하면 어린아이까지 그 가족 모두를 살해했다.

“아직도 결백하신 대원님을 믿지 않는 놈들이 있다. 그놈들이 누구냐?”
전용해가 핏빛 눈알을 굴리며 벽력사들을 쏘아보았다. 청학리에 머물면서 또다시 살인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네 놈이 있습니다.”
벽력사 김서진이 냉큼 대답했다. 문봉조와 이경득은 우직한 반면 김서진은 여우처럼 교활한 인물이었다. 이미 전용해와 입을 맞추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놈들을 당장 끌고 와라!”

전용해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군옥, 이한종, 이창문, 이창흡, 백의식 등이 네 명의 장정을 끌고 왔다. 청학리 야산을 개간하려 하는데 불만을 털어놓은 자들이었다. 전용해의 명령에 의해 그들은 옷이 벗겨지고 무릎이 꿇렸다.
“대원님, 저희들이 무지하여 입을 함부로 놀렸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그들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살벌한 분위기에 죽음을 예감한 것이다.
“용서해줘? 어림없다. 저놈들을 새끼줄로 꽁꽁 묶어라!”

전용해가 기이한 명령을 내렸다. 벽력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새끼줄로 신자들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네 명의 남자 신자들은 전용해의 기이한 명령에 어리둥절했으나 벽력사들이 다리에서부터 얼굴까지 새끼줄로 칭칭 감기 시작하자 혼비백산했다. 네 명의 평신자들은 새끼줄에 꽁꽁 묶인 채 몸을 꿈틀거렸다. 얼마나 꽁꽁 묶었는지 신음소리조차 내지를 수 없었다.
“저것들을 굴려라!”
전용해가 입술을 비틀며 명령을 내렸다. 전용해의 창백한 얼굴에 살인귀의 사악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김서진을 비롯해 문봉조, 이경득 등이 네 명을 발로 차서 굴렸다. 새끼줄에 묶인 신자들은 비명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채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결국 숨이 끊어졌다.

“이것들의 가족이 모두 몇이냐?”
“열한 명입니다.”
김서진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아이들도 있느냐?”
“열다섯 살짜리 소년과 젖먹이 아이가 둘 있습니다.”
“오늘밤 그것들도 모조리 처형해라!”
전용해가 잔인한 명령을 내렸다.
“예!”

살인귀들이 일제히 대답하고 흩어졌다. 전용해는 그날 밤에도 열아홉 살 된 처녀를 방으로 끌어들였다. 처녀가 저항하자 주먹으로 때리고 팔다리를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렸다.
“네년이 하늘님을 거부하면 어찌되는지 알아? 살아계신 하늘님을 거부하면 발가벗겨서 때려죽일 테다!”
전용해가 처녀를 겁탈하고 있을 때 벽력사들은 낮에 죽인 신자들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몽둥이로 뒤통수를 쳐서 때려죽이고 여자들과 어린아이들은 목을 졸라 죽였다.

최남희, 전용해의 마수에서 달아나다

백백교는 음란한 사교집단이다. 전용해는 매일 밤 여자 신자들에게 수청을 들게 했다. 수많은 여신자들을 유린하다가 싫증이 나면 백백교 간부들에게 하사했다. 여자들은 전용해와 몇 차례 음란한 행위를 하고 나면 그에게 빠져 들어갔다. 전용해의 총애를 받기 위해 교태를 부리는가 하면 투기를 했다. 마치 임금으로부터 승은(承恩)을 받기 위해 다투는 궁녀들과 같았다.

전용해에게 지명받지 못하는 여자들은 독수공방을 하게 된다. 외간남자와 몸을 섞고 음란한 성에 눈뜬 여자들은 욕구를 자제할 수 없게 된다. 이 욕구는 단순히 성에 대한 욕구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욕구이기도 했다. 백백교라는 집단에서 전용해의 총애를 얻기 위한 이전투구도 벌어졌다.

전용해가 손길을 뻗치지 않으면 쾌락에 빠진 여자들은 다른 남자를 찾기도 했다. 전용해의 첩 중에 최남희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평안북도 강계군에 살고 있는 백백교의 지방간부 문이순과 간통했다. 문이순은 서른다섯 살로 강계군에서 일본인들의 논을 소작하다가 백백교에 입교한 인물이었다.

문이순은 가난해서 재산을 바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백백교에 유인하는 일을 맡았다. 강계군 일대에서 많은 농민들이 백백교에 가입한 것은 모두 문이순의 포교 때문이었다.
문이순이 입교한 신자들로부터 거두어들인 돈을 가지고 교주인 전용해를 알현하기 위해 강계에서 상경할 때였다. 그때 전용해의 집에는 첩들을 비롯해 많은 여자들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때마침 빈 방이 없었다. 문이순은 그 바람에 헛간에서 자고 있었는데 음욕이 발동한 최남희가 문이순을 찾아가 간통한 것이다.

때마침 전용해는 다른 지역에 가 있었다. 문이순은 전용해를 기다리느라 며칠 동안 머물게 되었고 최남희는 밤마다 그와 간음했다. 그러자 전용해의 첩들이 눈치를 챘다.
최남희와 문이순은 자신들의 간통이 전용해에게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 그들은 한밤중에 도주했다.

“뭣이! 최남희와 문이순이 달아나는 동안 뭘 했어? 당장 잡아와.”
전용해는 벽력사인 송의열에게 최남희와 문이순을 잡아오라고 명령을 내렸다. 송의열은 상여꾼들을 데리고 문이순의 고향인 강계군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송의열 일행이 도착했을 때 문이순의 집에는 아직 최남희와 문이순이 도착해 있지 않았다. 문이순이 강계에 도착한 것은 송의열이 도착하고서도 한나절이 지나서의 일이었다. 송의열은 경성역에서 급행열차를 탔고 문이순은 완행열차를 탔기 때문에 늦게 도착했던 것이다. 문이순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송의열과 상여꾼들에게 붙잡혔다.

“최남희는 어디 있나?”
송의열이 문이순을 추궁했다.
“경성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문이순이 공포에 떨면서 대답했다.
“경성역에서 어디로 갈 생각인가?”
“일본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송의열은 상여꾼들을 경성역으로 보냈으나 최남희를 찾을 수 없었다.
송의열은 최남희를 잡지 못했으나 문이순과 그의 처 이순화를 끌고 경성으로 돌아왔다. 이순화는 영문도 모른 채 남편 문이순과 함께 연희전문학교 뒤에 사는 백백교 신자 백원창의 집으로 끌려왔다.
“네놈은 하늘님을 욕보였으니 죽어 마땅하다!”

전용해가 마당에 있는 커다란 몽둥이를 집어 들더니 느닷없이 문이순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이순화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전용해가 미친 듯이 몽둥이를 휘둘러대고 남편 문이순은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이순화는 머리카락이 곧추서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러나 문이순의 비명소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순화가 눈을 떴을 때 남편 문이순은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죽어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 위 내용은 <대한민국 12비사>(이수광 저, 일상과이상 간)의 일부 내용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 속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