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지뢰밭’ 노사 간 갈등에 피멍 든 MBC
김재철 MBC 사장, 소송·해고 ‘강공 드라이브’
[일요서울|최은서 기자]김재철 MBC 사장이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경찰이 김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두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뒤 김 사장의 행보가 거침없어 졌다.
이상호 기자가 회사명예 실추 등의 이유로 해고되는 등 MBC 내에서 잇단 징계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 MBC 노조는 “보복성 인사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강력 반발하는 한편 경찰의 무혐의 조치에 대해 “김 사장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조치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에 대한 특사의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강력반발하고 있다. MBC 노사 상호간 고소 고발도 총 22건에 달한다. 이처럼 MBC 상황은 해를 넘기며 되레 악화되고 있다.
무혐의 처분에 노조 반발
앞서 MBC 노조는 지난해 3월 김 사장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사적인 목적 등으로 취임 후 2년간 6억9000만 원을 법인카드로 사용했다고 고발했다.
당시 노조는 김 사장이 ▲국내호텔 투숙과 중식당 이용대금으로 1억5000만 원 ▲명품·귀금속 구입대금으로 1300만 원 ▲공항·기내 면세점에서 귀금속 구입 등으로 1700만 원 ▲일본 여성전용 미용업소에서 합계 200만 원 ▲고향친구에 대한 뮤지컬 VIP 티켓 선물대금으로 300만 원 ▲지인인 무용가 J씨와의 식사대금 등으로 2500만 원 등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4월엔 김 사장이 무용가 J씨에게 공연을 몰아줬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MBC 사장으로서 뮤지컬·국악 등 공연제작을 외부에 의뢰할 경우 사업 타당성 심사를 거쳐 해당 공연을 제작할 능력이 있는 적격 업체에 의뢰해야할 업무상 임무가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사업 타당성 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해당 공연을 제작할 능력이나 경험이 전무한데도 지인이라는 이유로 2008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별지 MBC 자금으로 J씨에게 약 20억 원 이상을 공연료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또 한 달 후인 지난해 5월에 J씨와 함께 아파트 3채를 샀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노조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김 사장의 법인카드 결제 내역 등이 담긴 ‘김재철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 보고서’라는 내부문건도 작성했는데 무려 36쪽에 달한다.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노조의 주장과는 달랐다. 경찰은 김 사장이 사적으로 쓴 돈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고 J씨에게 공연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강압이나 강요가 없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해당 아파트도 김 사장 본인 소유로 보인다고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김 사장에 대한 경찰의 무혐의 조치는 이명박 대통령 특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며 “법인카드 남용 사실 등을 확인했지만 물증 불충분을 들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은 통수권자의 지시 때문일 것”이라고 이 대통령 개입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 자체가 검찰의 수사지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상황이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사 간 고소고발만 22건
MBC 노사 상호간에 고소고발만 총 22건에 달한다. 유례없이 많은 소송이 오간 것은 지난해 파업 동안 회사와 노조의 공방이 그만큼 치열했음을 뜻한다.
노조가 제기한 고소고발은 총 3건으로 김재철 사장의 업무상배임 고소고발 두 건과 MBC 통신비밀보호법위반 고소고발 1건이다. 기자회는 ‘기자들 집단행동으로 권재홍 앵커가 다쳤다는 보도는 허위보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MBC 측이 제기한 고소고발은 업무방해 1건, 비밀누설 2건, 명예훼손 7건, 손해배상 1건, 가압류 1건 등 모두 12건이다. MBC 측은 노조에 대해 김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용 누출, 김 사장-J씨 간 통화내역 공개, 전단지 배포 및 제대로 뉴스데스크, 노보 내용 등에 대해 문제 삼았다.
파업은 종료됐지만 MBC와 노조는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노조 측은 “김 사장은 170일 간의 장기파업을 초래했으며 파업 이후에도 재건 아닌 보복에만 혈안”이라며 “프로그램 경쟁력 추락으로 시청률 최악이라는 결과를 빚었다”고 주장했다. 또 “파업 종료 6개월이 지나도록 기자, PD 내쫓기로 일관해 조직문화를 파괴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통합의 사회 분위기를 훼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MBC 징계자는 모두 109명이다. MBC는 노조집행부 3명, 전직 위원장 2명, 기자회장 1명 등 6명을 파업 중 해고했고, 이상호 기자, 이채훈 PD 등 2명을 파업 후 해고했다. 파업 기간 중 정직자 38명 중 5명만 업무 복귀시키고 나머지는 다시 교육발령으로 전환시켰다.
또 3개월 교육 종료자 38명 중 8명만 업무 복귀됐고 나머지는 다시 경인지사와 미래전략실, 심의실, 신사옥건설국, 사회공헌실 등으로 분산 배치되는 등 부당전보조치가 이뤄졌다. 사장법인카드 자료 유출과 관련해 의심되는 직원 3명에 대해 1년 명령휴직 조치를 취했다. 노조에 따르면 49명에 대해서 보복인사가 이뤄졌는데 이 중 47명이 부당전보 가처분 소송 중이다.
파업에 참여해 보도국에서 쫓겨난 인력에 대한 정상화 조치는 미뤄둔 채 대규모 경력기자를 채용한 MBC 경영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지난 1년간 MBC에 유입된 경력직은 모두 126명이다. 전문기자 3명, 계약직기자 4명, 시용기자 14명, 경력기자 27명 파업 중 채용한 기자는 28명 파업 후 채용한 기자는 20명이다.
기자 이외 뉴스영상PD, 시사교양PD, 기획, 방송기술 등 경력직 채용 인원은 78명에 달한다. 특히 보수화 색채의 종편 출신들이 합격자 명단에 다수 포함돼 MBC 뉴스의 보수화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MBC 보도국은 경력기자의 경우 49명이 업무에 복귀 못한 상황으로 이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력기자를 채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김 사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사퇴와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 결과다. 지난 30일 여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만장일치로 김 이사장에 자진사퇴를 권고하기로 결정, 김 이사장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 이사장이 사퇴할 경우 김 사장의 거취문제도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결과 김 사장이 최대주주인 방문진의 출석 요구에 명확한 사유없이 불응하고 자료제출 요구도 거부하는 등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1일 발표한 방문진 감사결과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한 김 사장과 감사를 감사원법 제51조의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또 방문진 이사장에게 MBC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직무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김 사장 등에 대한 적절한 조치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특히 임진택 MBC 감사는 파업과정에서 쟁점으로 제기된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감사결과를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하면서, 구체적인 사용처 및 직무관련성을 밝히지 않은 채 부실하게 보고하였는데도 방문진은 김 사장과 임 감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MBC 현안에 대한 관리·감독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를 계기로 김 이사장과 김 사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