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쇼·격렬한 격투기 “한자리서 즐겨요”
2004-11-29 김현진
고객층은 다양했다. 20대·40대, 더러 50대도 눈에 띄었다.이주연(20·대학생)씨는 “오늘 친구 생일이거든요. 식상한 곳보다는 좀 색다른 곳을 찾다가 오게 됐어요. 처음 와 봤는데 재밌네요”라며 웃었다. 정진철(37·회사원)씨는 “회식하러 왔어요. 단체로 와서 공연도 보고 게임이나 내기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싸우는 것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야릇한 기분에 이곳을 종종 찾습니다”라고 말했다.편안한 모습으로 관람을 하고 있던 50대 부부는 “아들 부부가 예약해 줘서 왔어요. 결혼 기념일이거든요. 좀 낯설기는 하지만 새롭네요”라며 소회를 밝혔다.
식사를 하며 분위기에 젖어들 무렵, 사회자가 등장해 ‘오프닝 쇼’의 시작을 알렸다. 쇼걸들의 현란한 춤사위로 ‘오프닝 쇼’가 시작됐고 손님들의 눈길은 한 곳으로 모아졌다. 노란색, 은색, 푸른색 등 원색적인 가발과 바비 인형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입은 미녀들은 무대 분장과 각종 소품들을 갖추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어 나타난 까만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아가씨.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손님 테이블로 파고들며 묘한 손짓과 몸짓으로 유혹했다. 이후 일본, 중국 등 각 나라 의상을 입은 여인들의 전통춤이 계속됐다. 누가 봐도 ‘쭉쭉 빵빵’완벽한 미인이었다. 그러나 손사레와 함께 보여지는 이들의 미소는 약간 어색했다. 이들은 ‘오프닝 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 쇼’의 주인공들이었다.
맥빠진 이종격투기 경기
9시가 되자, ‘오프닝 쇼’가 열렸던 무대 중앙으로 ‘사각 링’이 이동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고, 약간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첫 경기는 ‘헤비급 32강’. 청코너 선수는 태권도와 합기도가 3단, 홍코너 선수는 씨름으로 수련한 막강한 선수들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관중들은 ‘삼삼오오’짝을 지어 서로 응원하는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열띤 응원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선수들은 ‘치고, 맞고, 끼고, 넘어지고’를 반복하며 열심히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심판과 선수들은 짜여진 각본 속에서 경기를 치르는 듯 어설퍼 보였다.
경기를 볼만하면 심판은 ‘종료 휘슬’을 불었다.격렬한 경기이다 보니 경기 시간이 짧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 업소의 클라이맥스인 ‘이종 격투기 ’경기라고 하기에는 구성면에서 박진감이 떨어졌다. 두번째 ‘라이트급’경기를 할 때는 선수 한 명의 어깨가 탈골되는 ‘해프닝’이 벌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링 닥터(응급치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의사)’가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경기를 계속할 수 없어 경기는 종료되고 말았다. 이 또한 경기에 잔뜩 기대를 건 관중들로서는 김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가 끝나자, 11시 이후 라이브 쇼 등 다른 프로그램이 있지만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신성용(34·회사원)씨는 “오프닝 쇼까지는 새롭고 재밌었다. 그러나 정작 잔뜩 기대를 걸었던 ‘이종 격투기’는 실망스러웠다”며 문을 나섰다. 또한 이윤정(28·디자이너)씨는 “호기심에 처음 와 봤는데, 격투장면을 보는 순간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한쪽에서는 싸우고, 한쪽에서는 술 마시며 웃고 떠들어 보기에 좀 그랬다”며 말끝을 흐렸다. 선수의 친구라고 밝힌 정재용(27)씨는 “친구가 유도 선수를 하다가 이렇다할 일을 못 찾아‘이종격투기’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친구를 보면 온 몸이 온전한 데가 없다. 친구는 ‘지금이야 젊으니까 한다고 하지만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친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화제의 업소 이세형 대리 “성인들 놀이공간으로 마련”
-이곳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성인들이 놀 곳이 없다.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의 절실함을 느꼈다. 태국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종 격투기’를 오락문화와 접목시켰다.
-주 고객층은.▲ 30대 직장인이 가장 많다. 성비는 남자 60%, 여자 40%로 추산된다. 미군 부대 단체 손님이나 인근 호텔 장기 투숙 외국인도 자주 오는 편이다.
-이종 격투기에 대한 손님들 반응은.▲ 양극화되고 있다. ‘만족하다. 쾌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싸우는 것을 보면서 놀고 마시는 게 거북하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이종격투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과거에 유도, 레슬링, 복싱, 씨름 선수 경력자들이다. 이런 운동들은 한계가 분명히 있고 직업으로서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이종 격투기’로 종목을 바꿔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다. 과거 경력을 살려 볼거리를 제공하며 돈을 벌고 있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선수들 부상을 들 수 있다. 사실 많이 다친다. 부상을 대비해 ‘링 닥터’가 항상 대기하고 있고 업소밖에는 앰뷸런스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