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계, 지각변동 '예고'…판도 뒤바뀌나
대한해운 인수전 무산 위기…STX팬오션 관심 ‘집중’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올해 해운업계의 전망이 어둡게 점쳐지면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미 해운업계의 상위 업체로 꼽히는 대한해운(대표 박재민)과 STX팬오션(회장 강덕수)은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매각을 통해 신규업체가 진입하는 반면, 한계에 다다른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 퇴출도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대한해운과 STX팬오션을 두고 해운업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이루고 있어 향후 해운업계의 판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한해운 부채 심각, 채권단 희망가격 너무 높아 이견 차이
CJ GLS·SK해운·현대차·포스코 인수전 참여 관심
해운업계의 불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전망인 가운데, 업계 상위 업체에 해당하는 대한해운과 STX팬오션 매각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상위 업체의 매각인 만큼 해당 업체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해운업계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해운은 국내 운용선단 기준 4위 해운사로 벌크선사 중에서는 매각작업이 시작된 STX팬오션에 이어 업계 2위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불황에 맞물려 1조 원에 달하는 부채와 수년간 연속 적자를 면하지 못해 결국 회생 절차 도입에 들어갔다.
대한해운 인수전에는 CJ가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CJ는 오는 4월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합병을 진행하면서 해운업 진출에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육로운송에 비해 해상운송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CJ대한통운이 대한해운까지 인수하면 복합물류업체로의 사업다변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해운도 인수전을 통해 사업영역 확장을 노렸다. SK해운은 이제까지 탱커와 가스선을 주력 사업으로 해왔다. 때문에 몇 년째 지속되는 해운업 장기불황의 피해도 가장 적게 봤다. 컨테이너와 벌크선 중심의 해운사들이 수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때 SK해운은 2011년 673억 원, 지난해 3분기까지 4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만큼 인수에 있어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마감한 본입찰에서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CJ GLS와 SK해운은 불참을 선언, 사모투자펀드인 한앤컴퍼니와 선박금융회사인 제니스파트너스 등 두 곳만이 입찰에 참여해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한앤컴퍼니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CJ GLS 측은 “거액을 들여 대한해운을 인수하기보다 CJ대한통운과의 합병 절차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고, SK해운은 “지나치게 비싼 금액을 주고 인수하기에는 매력이 떨어진다”며 대한해운 매각 불참 입장을 밝혔다.
STX팬오션 선호
CJ GLS와 SK해운이 대한해운 인수전에 손을 뗀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인수 금액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의 매각 희망 가격이 너무 높은 데다 대한해운의 부채가 쉽사리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해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총액은 무려 1조6363억 원으로, 자산 1조5445억 원보다 많다.
여기에 대한해운보다 경쟁력 있다고 평가받는 벌크선 1위 업체인 STX팬오션이 매물로 나와 있어 대한해운 인수에 미련이 없다는 분석이다.
STX팬오션은 대한해운에 비해 회사 규모나 실적 면에서 월등히 낫다. 국내 벌크선사 1위인 STX팬오션은 자산 규모가 7조4000억 원 정도로 보유 벌크선만 5000여 척에 이른다. 5조 원가량의 부채를 차감해도 순자산은 2조 원대다. 실적도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전히 해운사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SK해운과 CJ GLS가 인수 할 가능성은 다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류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STX팬오션은 굉장히 매력적”이라며 “이들 두 기업 외에도 현대차, 포스코 등 다른 기업들도 STX팬오션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자금력도 풍부하고 자동차 운송에서 벌크 운송으로 해운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인수 후보로 언급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기아차 자동차 운송 물량에 집중된 매출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화주와 장기용선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수업체들이 대한해운 인수전을 통해 예비고사를 치렀다면, STX팬오션 인수전을 통해 본고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위권 해운사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시장 퇴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4월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티피씨코리아가 파산을 신청했고, 삼호해운과 양해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