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액은 비슷하나 추징실적은 ‘하늘과 땅’
2005-04-09 이석
노씨의 동생 재우씨와 사돈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과의 소송에서도 이겨 300억원을 반환받을 수 있었다. 지난 2003년에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에게 빌려준 돈 가운데 일부인 6,100만원을 배당금 형식으로 받아냈다. 얼마 전 차명예금 형식으로 발견된 16억4,000만원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거둬들인 노씨 비자금은 2,097억원(추징금 전체의 80%)이다.이에 반해 지금까지 추징된 전씨의 비자금은 533억원에 불과하다. 전씨는 대법원 판결 직후인 지난 97년 예금과 채권 등 312억9,000만원이 추징됐다. 당시 1,774억원이 추징된 노씨와 초기 추징금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지난 2001년에는 전씨 소유의 벤츠 승용차와 아들 재국씨 이름의 콘도회원권(1억2,000만원 상당), 전씨의 연희동 자택 별채(16억4,800만원), 전씨 자택의 가재도구(1억8,000만원) 등이 경매를 통해 추징됐다.
지난해 5월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200억원을 대납, 현재 533억원을 갚은 게 전부다. 전씨에게 추징된 액수가 총 2205억원임을 감안할 때 ‘푼돈’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검찰에서는 두 사람의 비자금 추징 액수가 판이하게 다른 것과 관련해 은닉 수법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한다. 검찰 관계자는 “노씨의 경우 주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데 반해, 전씨는 채권 등 추적이 쉽지 않은 형태로 자금을 은닉했다”면서 “때문에 전씨의 추징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이번에 밝혀진 노태우씨의 부동산이나 차명 계좌를 이미 10년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추징금 시효(3년)가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부동산을 추징하지 않고 은밀히 관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사채시장을 떠돌던 전씨 비자금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현재 사채시장을 중심으로 전씨 비자금을 추적중이다. 때문에 조만간 전씨 비자금에 대한 추징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검찰 일각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증여세 포탈 혐의로 기소된 전재용씨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는 대로 재용씨에게 건너간 전씨 비자금 73억550만원을 환수할 계획이다. 최근 밝혀진 서울 서초동의 전두환씨 명의 땅에 대한 압류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