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잇단 잡음에 ‘리더십’ 논란

“기본과 원칙 사라진 현장, 조합원은 울고 있다”

2013-01-29     박수진 기자

[일요서울│박수진 기자]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라건설의 계열사인 만도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지난해부터 계속해 불거져 오고 있다. 게다가 회사 측이 노동조합 무력화 과정에서 용역업체를 투입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한라건설이 계열사인 만도와 648억 원가량의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해 일감몰아주기 비난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부 잡음에 신경 써야 할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 협회장 출마만 신경 쓰는 등 상황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태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현장 경영을 통해 한라 고유의 끈끈하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구현하자’고 외쳤던 정 회장. 하지만 이제는 기본과 원칙이 사라진 한라그룹이라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조합과의 잦은 마찰로 정 회장 불신론 확산…일감 몰아주기 의혹
내부 잡음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아이스하키 협회장 출마…비난 쇄도

정 회장과 만도의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만도지부와의 갈등은 파업 중이던 지난해 7월 사측의 용역 투입과 함께 직장폐쇄가 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만도 사측은 2008년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과 노조파괴를 위한 계약을 맺고 1500여 명의 용역을 투입해 직장폐쇄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게다가 사측은 직장폐쇄 사흘 만에 기존 노조원의 대다수를 흡수한 친기업성향의 복수노조인 ‘만도노동조합’을 설립한 뒤, 해당 조합과 교섭을 강행해 사측과 금속노조 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복수 노조 설립 이후, 이들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현 교섭대표노조는 금속노조 만도지부’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사측은 만도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조합원 간의 임금차별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속했던 것.

지난해 9월, 사측은 만도노동조합과 2012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만도노동조합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750만 원가량의 특별 격려금을 일괄 지급했다.

이에 사측은 6월 잔업·특근 거부와 7월 파업 시기, 기업노조와 사무직의 결품을 막기 위해 노력한 대가를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금속노조 측은 “당시에는 복수노조가 결성되기 이전으로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기존 노동조합인 만도지부 소속으로 정시퇴근, 휴일근무 거부, 쟁의행위 등에 동참했다. 더욱이 금속노조(기존노조) 소속 조합원 가운데 직장폐쇄 기간 출근한 조합원도 있었다”며 노조 가입에 따른 임금차별에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금속노조 만도지부가 지난해 11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 범위확대 소송을 진행하자 사측은 노동자 임금소송을 취하할 것을 강요, ‘엄정한 인사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극에 달했다. 사측의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소송취하 협박은 명백한 부당행위라는 지적이다.

이에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논평을 통해 “임금처럼 직접적인 재산상의 불이익에 대해 노동자가 소송을 제기해 법의 판결을 묻는 것은 지극히 합당한 조치”라며 “법에 따라 소송하자는데 협박과 해고가 웬 말이냐”며 비난했다.

통상임금 소송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정기상여금 등을 포함시키고, 이에 따라 지급되지 않은 임금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만도를 포함한 다수의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만도에서만 560여 명의 노동자들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도

노조와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도 휩싸였다. 한라건설이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만도와의 대규모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7일 한라건설은 계열사인 만도와 648억3058만 원 규모의 한라그룹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만도 역시 지난해 11월 한라건설과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 금액으로 452억800만 원을 공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만도가 한라건설에 현금 퍼주기에 나서며 사실상 계열사 부당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만도지부 관계자는 “갑자기 6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그룹 연수원 설립에 나선 것은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야 할 만큼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한라건설에 ‘현금 몰아주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건설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공사 진척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기공식 이후 400억 원이 넘는 공사비를 공시해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는 부당지원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간 부당거래는 꾸준히 제기된 논란으로 지난 15일 공정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방안을 보고하기도 했다. 때문에 만도의 내부 부당지원 의혹 논란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만도 측의 의견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