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지주사 전환 속사정 알고보니…

기업간 알력설? 불투명한 경영세습론 ‘모락모락’

2013-01-28     이범희 기자

동아제약 노조 “사업부별 전문성 강화 차원이다”라며 찬성
경실련 “편법적 경영승계·대주주 이익 극대화 가능성 높다”며 반대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동아제약(회장 강신호)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동아제약 노조도 사측과 한 목소리를 내며 지주사 전환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정작 시민단체와 동종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편법적 경영승계이며 대주주의 이익만 극대화 될 가능성이 많다”며 지속적인 관찰로 동아제약의 지주사 전환 문제에 대해 밝히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또한 동아제약 노조는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지주사 전환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동아제약의 지분 일부를 보유한 한미약품이 투자기관 등을 종용해 지주사 전환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의 경영권을 염두에 둔 반대 입장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분할 가능성이 사실화되고 있다.

현재 동아제약은 박카스를 포함한 일반의약품사업을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아래 신설되는 비상장법인 동아제약이 소유하고 나머지 사업부분을 신설법인 동아에스티이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박카스 사업이 강신호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대주주인 비상장기업 동아제약에 속하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면 현재 주주들의 지분 63%는 전문약 사업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 주식으로, 나머지 37%는 홀딩스 주식으로 나눠 갖게 되지만 신설되는 동야제약 지분은 동아쏘시오홀딩스가 100%를 보유하게 된다.

동야제약 측은 지주회사 전환은 사업부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실련은 문제의 발생 소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편법적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새로운 비상장법인인 동아제약을 만들고 여기에 핵심 수익원인 박카스 사업이 속할 경우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따라 보장되는 주주의 직접적인 감시에 벗어나 결과적으로 비상장사를 통한 편법적 경영권 승계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 관점에서 동아제약의 기업경영에도 약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아제약은 그동안 탈세를 비롯한 공정거래법 위반, 형제간 갈등, 리베이트 문제 등 불미스러운 일들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따라서 핵심사업의 비상자 편입 등이 이뤄지게 되면 기업경영의 투명성 보장이 어렵게 된다. 경실련 관계자는 “동아제약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경영권 편법승계와 주주가치 훼손 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소액주주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아제약 노조는 지난 21일 지주사 전환에 대해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더 이상 외부 세력에 의해 회사가 불안정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오후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지주사 전환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며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날 노동조합 관계자 50여명은 항의 서한을 전달하면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동아제약 노조는 “동아제약 지분을 갖고 있는 한미약품이 투자기관 등을 종용해 지주사 전환에 대한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약품이 일부 작전세력들과 연합해 시장의 주요 주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다"며 “동아제약 경영권을 노리고 불안한 대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든 적대적 세력을 물리치고 지주사 전환을 반드시 사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 염두에 둔 한미약품의 반격 논란

이 때문에 업계에선 현 경영진인 강신호 회장과 주요주주인 한미약품 간의 대결이 지주사 전환 논란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 동아제약 경영권을 가진 강 회장의 지분율은 10.4%의 불과하다. 유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한미약품 그룹은 8.7%다. 우호 지분을 통해 현재는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지만, 상속 단계로 넘어가면 구도는 달라진다. 상속 과정에서 강 회장 지분이 희석되면, 한미약품으로서는 충분히 넘볼 수 있는 국면으로 상황은 바뀐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은 강 회장이 동아제약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동아제약의 일반의약품 부분을 비상장화 시켜 외부로부터 격리시킨 후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권을 확장할 수 있다.

반면 한미약품은 동아제약이 지주사로 넘어가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진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이 지주사 전환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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